직업이 뭐냐고?‘공식 문단’에는 명함도 못 내밀지만, 내 직업이 ‘시인’으로 기록되어 있는 공식 문서가 있으니, 우습게도 그것은 이제 도대체 몇 건인지 스스로 헤아리기에도 지쳐 버린 검찰의 ‘공소장’들이다. 그 사연의 시작은 이렇다. 2013년 10월 3일, 밀양 금곡헬기장 앞에서 밀양과 청도
헌법의 복수?온 나라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자꾸만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날씨 탓만은 아니라는 것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내린 초유의 사건 앞에서, 이 나라 대한민국이 노골적인 극우 전체주의 국가로 퇴행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이것은 실로 가공할 사건이다.
온 동네가 감빛으로 바알갛게 익어가는 시월, 삼평리에서 동무들께 편지를 씁니다. 안무받지 않은 춤토요일, 건설노조 동지들이 새 농성장 내부 바닥을 깔고 내벽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것인지 오랜만에 느껴 봅니다. 어느 고등학교 봉사활동 동아리 학생들이 할매들 감 따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처럼 반짝이는 청소년
삼평리 광복절민중의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변홍철 “왜정 때도 이래 모질게는 안 했다”삼평리 평화방송, 매일 아침 6시 10분부터 아침밥 먹기 전까지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서 여는 집회를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지난 7월 21일 새벽 동이 트기도 전, 500여 명의 경찰병력을 앞세워 한전이 기습적으로 공사를 재개한 뒤로, 삼평리 평화방송
행정대집행과 대체집행“한전은 순 도둑놈들이다. 밀양시청도 한데 어불리가 주민들 다 죽일라카는 기다. 경찰은 한전 꼬붕이가! 머 하는 짓이고. 저거가 주민들 재산 다 뺏기고 마을이 만신차이 되는 거 책임질 수 있나. 우예 책임질낀데!”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농성장 4개를, 한전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철거한 지난 6월 11일 저녁, 청도
삼평리에서 생각하는 ‘오월 광주’“우리의 공동체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어디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가?”변홍철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시민군1980년 5월 27일 광주, 마지막 방어선인 전남도청이 계엄군에 의해 진압되었던 피의 새벽,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켰던 시민군 전사들의 정신을
할머니들의 기도만장이 펄럭이고, 풍물소리에 작은 마을이 술렁이고 있다. 가는 비가 뿌리는 청도 각북면 삼평 1리 당산나무 주위로, 흥겨움을 넘어 이제 신령스런 분위기가 감돈다. “천왕당 큰할아버지, 당산 작은할아버지, 여기에 철탑이 안 들어오게 꼭 막아주이소. 이 동네를 지키주이소.” 일흔이 넘은 삼평리 할머니들이 큰절을 올리고 간절하
‘증핵’ 공식화한 에너지기본계획박근혜 정부가 2035년까지 핵발전소를 현재 23기에서 최소한 39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시민단체와 상당수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발전소 증설’(증핵)을 공식화한 것이다. 강고한 핵 카르텔의 위력
희망의 불씨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전국의 2천여 명 시민들이 밀양에 모였다. 10월 초부터 강행되고 있는 초고압 송전탑 공사에 맞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밀양 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한 희망버스. 그동안 경찰에 의해 막혀 있던 공사현장 진입로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모인 시민들의 힘으로 열리고, 밀양역 앞 광장은 수천 개의 촛불들로 출렁거렸다. 하나
밀양, 경찰의 기획 체포·수사와 과잉대응지난 10월 1일부터 강행되고 있는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은 하루하루가 전쟁터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짐승 같은 시간’이라는 말로, 지금 밀양 주민들이 날마다 겪고 있는 고통과 공포를 전했다. 신고리 3, 4호기에 사용된 위
한가위가 며칠 남지 않았다. 시절이 하도 수상하고 물가는 비싸, 서민들 형편에 명절 다가오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가위는 한가위다. 멀리 떨어져 살던 형제자매들 얼굴을 이럴 때 잠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한동안 뜸했던 지인들과 명절 핑계로 문안인사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푸근해지고, 또 그럭저럭 살아갈 힘들을 얻곤 한다.
짓밟힌 헌법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폭거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헌정(헌법에 따라 행하는 정치) 질서를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규탄의 소리는 주권자로서 너무나도 정당한 목소리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헌법과
생의 꽃봉오리가 채 영글기도 전에지난 7일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 13층에서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매번 그랬지만, 참담한 마음에 며칠째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몸집이 작았다는 그 친구가, 자신이 사는 10층을 지나 13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도대체 무
꾸리찌바 배우기브라질의 꾸리찌바 시는 이제 우리 사회에도 잘 알려진 도시이다. 1996년《녹색평론》� 늣晝좇� 도시, 꾸리찌바〉라는 기사가 처음 실린 이후, 여러 방송사가 앞다투어 이 도시를 직접 취재하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고, 단행본으로 나온《꿈의 도시 꾸리찌바》(박용남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는 공무원과 도시행정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경쟁과 폭력에 희생되는 청소년들청소년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입시제도가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대구시 동구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바로 며칠 뒤에는 오랫동안 학생들간 폭력에 시달려온 경산의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경쟁’과 &lsqu
나로호 발사 성공, 환호만 할 것인가‘우주개발’의 군사적․정치적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변홍철 (하이하버연구소 소장)‘우주강국’의 꿈?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언론의 ‘환호’가 대단하다. 보수와 진보 가릴것없이 이 ‘쾌거’를 찬양하고 있다. 가령
절망과 분노대선 이후 많은 지인들한테서 무력감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멘붕’이라는 말이 오고가는 인사 속에 자주 등장하고, ‘힐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세밑 덕담처럼 회자된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손가락 힘이 자주 풀리고, 잇따라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느끼
쌀 생산량 떨어졌으니 쌀 수입 서두르자고?대선 시기든 아니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맨 앞에 내거는 화두는 ‘경제’이고 ‘민생’이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강조하면서, 정작 풀뿌리 백성들이 무
구미 참사지난 9월 27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불화수소산) 가스 누출사고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인근 주민과 사고현장에 투입되었던 소방관과 공무원 등 이미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의 숫자가 1천 명 가까이 된다. 나무와 농작물이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가축들이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 불산은
또다시 불거진 독도 문제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갑작스레 독도를 다녀온 뒤로, 나라 안팎이 또 한 번 독도 문제로 시끄럽다. 일본 정부는 이 일을 빌미로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공포했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그간의 독도 관련 발언과 대일 외교 행보 등을 보았을 때 그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