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없이 살아 보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카톡방이나 밴드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모임에 가입되어 있다.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는 모임이 아닌 곳에서는 대부분 임박한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거나 이에 관한 자료를 올리는 것을 엄하게 금지하고 있다.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고 반대 입장의 회원들이 탈퇴하는 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적인 모임들에서도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마지막인 34곡은 신뢰를 배반한 배신자들을 다루고 있다. 단테는 지옥의 맨 밑바닥에서 지옥의 마왕인 거대하고 흉측한 루키페르는 ‘세 개의 입은 죄인 하나씩을 물고 이빨로 찢는데 마치 삼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것과 같았다’고 적고 있다. 배신을 상징하는 이 역사 속의 인물 세 사람은, 예
페이스북에 가입한 지 10년이 되었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알려준다. 그동안 여기서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었고 많은 정보나 소식도 나눴지만 그것들이 여기서 보내는 시간에 값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눈이 떠지면 새로운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잠들기 전에도 그곳에 뭔가를 끄적이는 습관은 떨치기 힘들다. 페이스북의 가입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2
『천 개의 찬란한 태양』(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KBS 아프간 국민, 탈레반 바라보는 시각 다른 이유?(2021.8.19) 방송 캡처아프간 국민, 탈레반 바라보는 시각 다른 이유? | KBS 210819 방송2021.08.19 목 탈레반의 복귀를 어떻게 볼까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
올해는 저녁노을이 유난히 붉고 아름답다. 그럴 계절이 아닌데도 물감을 풀어놓은 듯 선명한 붉은 하늘과 구름이 만드는 광경은 사람들의 찬탄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SNS에 올리기 위하여 휴대폰을 들이대게 하기도 하지만 혹시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아닌지 불길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초등학교 시절에 봄 가뭄이 몹시 심한 해가
예순 둘이 된다는 것 꼭 예순 둘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좋아하는 위인들의 수명과 비교해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쉰이 될 때는 사십대 후반에 사망한 시인 김수영이나 카뮈보다 오래 사는구나 하는 감회가 있었고, 환갑을 넘길 때는 베토벤이나 도스토옙스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지상에서 보냈다는 감회가 있었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인류에 기여한 위인
테러리스트들이 대도시 속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어떠한 곳에 시한폭탄을 설치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예정된 폭발 시간이 되기 겨우 몇 시간 전에 그 일당 중 한 명이 붙잡혔다고 하자. 붙잡힌 테러리스트는 계속된 심문에도 폭탄이 설치된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고 할 때, 경찰은 이 사람을 고문하여 그 장소를 밝혀내 많은 사람들의 인명을 구하는 것이 허용될까? 물론
사진 출처. KBS 더 라이브 (2020.04.21) 화면 캡처왜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을까? 주말 저녁에 테니스를 마치고 친구와 집 근처의 주점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옆 테이블에 중년의 세 남자 손님들이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주로 현 정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에 의기투합하다가, 급
17세기에 살았던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은 신(神)의 존재 여부를 따지는 도박에서 신을 믿는 것에 패를 거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이는 확률에 있어서의 ‘기댓값’이라는 개념 때문인데, 만약 신이 존재함에도 신을 믿지 않은 패를 선택한 경우에 받는 불이익(지옥에서의 영원한 형벌)과 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신을 믿은 경
독일의 소설가 권터 그라스의 대표작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는 부모를 비롯한 기성세대의 타락에 실망한 나머지 자신의 세 번째 생일에 스스로 지하실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일으켜 성장을 멈춘 어린아이로 양철북을 목에 매고 나치 치하의 독일을 살아가게 된다. 오스카는 특이한 능력이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도 않는 높은 목소리를 냄으로써 유리창을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법치주의’라는 유령이...” 칼 마르크스의 을 흉내 내서 말해 보았다. ‘법치주의’라는 말이 횡행하는 세상이 되었다. 정치적으로 상대편을 공격할 때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이 현실에서 가장 흔한 레토릭이 되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작년 4월에 현행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낙태죄에 관하여 한정위헌판결을 내리고 올해 말까지 처벌조항을 개정하라고 판결하였고,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형법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이 개정안은 임신 14주 이내에는 자유로운 낙태를 허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이후 24주까지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절충적인 입장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으니 갚아달라는 제자들에게 남긴 부탁이었다. 이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으나, 당시 병이 나으면 의술(醫術)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에 닭을 바치는 관습이 있었고, 소크라테스가 임박한 죽음을 병에서 치유되는 것으로 비유하였다는 말이 유력하다. 플라톤은
민주주의가 확립된 현대의 국가들에서는 헌법재판소나 최고법원이 국회가 만든 법률이나 나라의 중요한 정책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거나 나라의 수반을 비롯한 선출직 고위 공무원에 대한 탄핵이나 선거 후 당선의 여부 등의 중요 사항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일은 사람이 아니라 법이 지배하는 법치주의 아래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국민에 의하
지난 주말에는 우리나라에서 별을 보기 가장 좋은 곳이라는 영천 보현산 천문대 근처 지인의 집에서 여러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가 지고 밤이 되자 집 안팎의 불을 다 끄고 마당에서 하늘의 별을 보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북두칠성을 선명하게 보았는데, 그 별자리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10년 전쯤 내가 어느 사회복지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을 때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작가였던 움베르트 에코는 포스트 모던 시대인 현대를 서양의 중세와 비교하면서 ‘새로운 중세’라고 불렀다. 그가 엉뚱하게도 현대를 중세와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 등 단일한 중앙권력의 통제력 상실과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유목성(nomad) 등 현대에 나타난 여러 현상들을 들고
SNS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인가 진보인가를 테스트하는 설문이 있어 몇 가지 답을 해보니 나의 성향은 중도보수 정도인 것으로 나온다. 시골 출신에다 엄혹한 박정희 시대에 교육을 받고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으로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기는 힘들 것이다.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머리에 각인시키면서 자란 우리 베이비부머
거칠고 날 선 정의 변호사 이 재 동#1. 거의 30년 전에 다녔던 사법연수원 과정에 2개월의 변호사 실무가 있었다. 지도 변호사로 지정된 사무실에서 변호사 업무를 직접 익히는 과정이었는데 나의 지도 변호사로 배정된 분은 검사 출신의 노변호사분이셨다. 첫날 사무실에 가보니 사무실도 좁고 낡아 앉을 책상도 없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변호사업의 애환에 대하여
시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느냐, 라는 과학철학적 물음에 대한 강론에 어떤 청년이 멋진 댓글을 달았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시간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다들 시간이 없다고 답하네요.” 우리는 늘 시간 속에 있고 시간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답할 수 없다. 근본적인 개념일수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지 꼭 49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을 전후하여 고인의 의로운 결단을 추모하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 대구에서도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이 주최한 토크 콘서트 등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전태일의 두 여동생들과 마지막을 지킨 친구 그리고 청옥고등공민학교에서 전태일을 가르쳤던 대학생 교사 등이 나와서 전태일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