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소파에 올라가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는 아이가 있다. 아랫집의 항의에 소파를 치우면 식탁위로, 세탁기로, 냉장고로 기어오른다. 아이는 하루 종일 뛰어내린다. 하루 종일 종이를 찢는 아이가 있다. 신문을 찢고, 그것을 빼앗으면 휴지를 찢고, 찢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루 종일 찢는다. 발달장애아들의 전형이다. 부모는, 하루 종일 그 모습을 본다
'출입국관리'한다고? 그게 사람을 불태울만큼 험악한 일인가. 어쨌든 일어나게 돼 있는 참혹한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꽤 오래전인데, 이곳 대구의 그런 것 관리하는 관청에 들렀다가 여수의 그 광경을 떠올릴수 있는, 동남아인 노동자들을 막 대하는 ‘관리인’들의 태도에 억장이 무너저내렸던 기억을 지금 생생이 떠올리고 있다. 오만방자하고 무성의하
오늘로 가 창간 3주년을 맞았다. 넉 달여의 준비를 거쳐 2004년 2월 28일에 창간을 선언한 지 벌써 3년이 흐른 것이다. 얼마 가겠느냐는 냉소와 우려가 적지 않았음을 떠올리면, 3년을 묵묵히 지탱했다는 것, 아니 지난 3년 동안 숱한 고비와 말할 수 없는 고통들을 당당히 헤쳐 왔다는 것 자체가, 특히 대구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우리 세시풍속이란 게 실상은 전통 농경사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농사일과는 전혀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 도시 사람들에게 설이나 추석 명절은 연휴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지금 사회는 산업사회를 훌쩍 뛰어 넘어 정보사회라 부르고 있고, 전통산업인 농업은 임종 직전에 마지막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고 있는 노인의 몰골과 하나 다
옛날은 흔히 실제보다 아름다워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끝났으면 했던 군대생활조차 한참 지난 다음에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되어 있다. 하지만 좋은 쪽으로 보려고 노력해도 아름다워지기 어려운 괴로운 경험들도 있다. 우리는 흔히 그런 것들을 입 밖에 꺼내기조차 싫어 의식 저 밑바닥에 감추어두곤 한다. 그럴수록 그로 인한 마음의 병은 또 다른 불행의 원인이
처음엔 그저, 달랐다. 다시 들었을 땐 어지럼증에 체기가 올라오는 듯 했다. 그러자 고집이 생겼고, 계속해서 듣자 한순간 뻥 하고 뚫렸다. 2006년 초, 15년 만에 발표한 송홍섭(52)의 솔로앨범 의 곡 를 들었을 때다. 송홍섭과 함께한 반나절1주일에 한번, 대구 MBC ‘정오의 희망곡’에서 를 진행하는 그가 밴드 팀원들을 이끌고 대구에 올 거라는 소식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되는 것일까? 난 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이 수평선으로 자유스럽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어디서 만날 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섬에 가면 . 섬(Ile)의 어원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섬, 혹은 한 인간. 섬들, 혹은 인간들. - 장 그르니
요즘 쟈크 아탈리가 쓴 ‘미테랑 평전’을 읽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은 미테랑 개인에 대한 흥미도 있지만, 실상은 이 책을 쓴 저자가 쟈크 아탈리라는 사실에 더 이끌렸다. 그러나 내가 정작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미테랑 혹은 쟈크 아탈리라는 특정 개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들이 상징하고 있는 정치인과 지식인의
"쌔캐-한 바람이 불면, 쌔-캐한 바람이 불면, 코끝이 쌔-캐-한 바람이 불어야 오겠지요."오전, 잠시, 눈이 펑펑 내린 날이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가락 스튜디오에서 가수 박창근(35)과 만났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지고 근처 골짜기로 산책을 나섰을 때, 창밖 가득 흐덕지게 나리던 봄꽃 같은 눈은 감쪽같이 그쳐 있었다. 숲과
담배연기, 그 보이지 않는 무게로 가득 차 있던 영화 를 기억하는지. 브룩클린의 작은 담배 가게와 주인인 오기, 그리고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담겨 있던 영화였다.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가득 찼던 오기의 가게, 대기로 흩어지던 담배 연기, 꼭 그것과 같았던 삼덕동 LP가게 을 생생이 기억한다. "방구석의 싸이코들, 가게로 모이다
대구시 중구 삼덕소방서 맞은편. 2006년 6월 완공 예정으로 중구 삼덕동에 지상 10층, 지하 3층 규모의 복합영화상영관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 보도되었던 것이 2004년 11월. 2007년 지금도 여전히 부지는 나대지로 남아 있다. 너덜너덜한 천 조각이 가로 쳐져있고 둥근 철근으로 얼기설기 허술하게 얽어진 비계가 사람 떠난 건물 앞에 버티고 서 있다. 천
정해년 올 한 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누가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을 하더라도 ‘대통령 선거’ 이상의 무게를 갖지는 못할 것이다. 제일 먼저 언론 매체들이 신년 벽두부터 대권후보자들의 행보와 여론추이를 경쟁하듯이 소개하면서 올 한 해가 ‘선거의 해’임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987년 이후 4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더 이상 선거로 무엇이 바
서울 공화국으로의 문화 집중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려면 어쨌든 서울 땅을 밟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이 공식인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꽤 이름이 알려지면서 서울의 달콤한 프로포즈도 많이 받았지만, 당돌하게 거절해 왔던 동네밴드 ‘제임스’.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의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는 그들이 결국 일 냈다. 2007년
그와 함께 했던 짧은 기억들“그땐 심야 영업 제한이 있을 때였지. 12시가 넘어 불쑥 찾아오곤 했었어. ‘술 고파서 왔다’ 그러면서. 같이 노래를 불렀었어. 술이 취했는데도 노래를 하면 안 취했을 때와 똑같았지. 자주 불렀던 게 ‘말하지 못하는 내 사랑은’ 이었는데, 감동적이었어...”김광석의 대구 콘서트 때 게스트로 노래를 불렀던 지역의 통기타 가수 김명
해돋이에서 해맞이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새해의 새 아침에 떠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며 새로움이 되고자 고생길을 마다 하지 않는다. 새해에 새로움이고자 하는 사람들을 두고 가진 자이니 못 가진 자이니 구분할 필요가 없다. 이 땅의 우리들 모두는 그 새로움이 주는 상징의 체험에서 한해의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에 이름을 붙이
“이 세미나 왜 열었어요?”세미나를 마치고 주최 측에게 제일 처음 물은 말이다. 지난 19일 (사)대구민예총 주최의 2006문화정책세미나가 이라는 주제로 송원교육문화센터에서 약 3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앞서 배포된 보도 자료만 보아서는 이미 도마 위에 오를 대로 오른 문화기반시설의 실태에 대한 재 성토와 그것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모색해 보자는,
이 글을 다듬고 있는 오늘은 즐거운 성탄절입니다. 특히, 과거 어느 해의 성탄절보다도 성탄과 십자가와 이웃사랑의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오는, 싸움과 곡절이 유독 많고 많았던 2006년의 성탄절입니다. 그런데 저의 가슴은 어딘가 대단히 허전합니다. 사흘 전에는 시내에 나가볼 일이 있었는데, 성탄절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 흔한 캐롤송도 들리지 않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은 리비도(Libido.성욕)와 물욕이다. 마치 비밀스러운 인생의 지혜를 깨달은 듯 요즈음에야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공감하고 있다. 리비도가 질풍 노도와 같은 젊은 시절을 지배하였다면 나이가 들면서 물욕은 점차 감퇴하는 성욕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것처럼 인간을 집요하게 몰아붙인다. 리비도는 모든 예술적 양식에 근원
* 호연지기(浩然之氣)[뜻]넓고 큰 기운. 공명정대하여 부끄러움이 없는 도덕적 용기. 사람이 올바른 길을 가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속에서 자연적으로 움직이는 지극히 평화스러우면서도 광명정대한 정기.①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넓고도 큰 원기. ② 도의에 뿌리를 박고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러울 바 없는 도덕적 용기. ③ 사물에서 해방되어 자유
결국은 소통이다. 전시든, 공연이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신이라는 무형의 것을 그림으로, 몸짓으로, 소리로 쏟아내는 것은 결국 소통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문화의 제안들 중에는 타자들에게 단순한 정신적 쾌를 주거나 혹은 주체들 스스로의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쾌를 위한 것들이 있기도 하지만 ‘소통’에 대한 ‘소리 없는 아우성’들로 점철된 것들은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