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의 충격파로 서울대 본고사 논쟁, 연구비 횡령 사건, 6자 회담 등 주요 이슈들이 그냥 파묻히는 분위기다. 삼성의 권력이 도덕성에 비해 너무 비대해졌다는 걱정이나, 도청의 야만성에 대한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경유착과 권언유착의 실태, 정권창출 과정 이면에서 돈 보따리를 들고 암약하던 모습, 근엄하신 검찰을 주무르기 위한 가격 책정 장면
사립학교법 개정이 또 무산됐다. 대신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시한을 9월 28일까지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 때까지도 합의가 안될 경우에는 직권 상정하겠다고 했단다. 석 달 더 기다리란 얘기다. 기다리다 지친 것도 억울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 9월 처리 약속도 믿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두 번 속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금년 2월, 다시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가족주의 및 출세주의 메시지의 씁쓸함과 별도의 여운을 맛볼 수 있다. 예컨대 보도연맹원들에 대한 학살 장면이나 진태의 광기 따위에서 그럴 수 있다. 전쟁이 끝난 지는 오래지만 그 시대를 사로잡았던 것과 유사한 광기는 우리 사회 밑바닥에 늘 잠복해 있다가 적절한 기회를 만나면 폭발적으로 분출하곤 한다. 물론
세간에서 어느 정도 유명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들은 말 가운데 장관 해 본 사람이 “장관 그거 한 번 할 만하더라, 단 국회의원만 없다면 이라고 하자, 국회의원이 받아서 국회의원 정말 한 번 할 만하더라 단지 기자만 없다면” 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말인 즉 우스개 소리지만 이 말 속에는 오늘날 우리 세태의 일면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 촌철살인이
난생처음 조용필 콘서트에 가보았다. 올림픽 경기장 안팎이 5만 여 청중과 이들이 몰고 온 승용차들로 어지러웠다. 공연 시작 전부터 근처 식당들은 공연에 왔으리라고 여겨지는 단체손님들로 잔치 분위기였다. 관객들 대다수는 40, 50대 장년층이었다. 그 동네에서는 IMF 때보다 더하다는 불황도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별다른 사회적 이슈 없이도, 그렇게 많은 사
며칠 전 저녁, KBS는 금강산을 배경으로 금강산 온정각 광장에서 개최된 를 보여 주었다. 남북정상회담 5주년 및 금강산 관광객 100만명 돌파를 기념해 남과 북이 함께 마련한 음악회였다. 란 북측 가수들의 노래로 시작된 열린음악회는 내내 가슴뭉클한 감동을 함께 전해 주었다. 2년 전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두류운동장에서 열린 남북 합동 음악회 때의
침어낙안(沈魚落雁)[뜻]물고기는 연못 속에 잠기고, 기러기는 하늘로부터 떨어진다는 뜻으로,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얼굴을 최대한으로 형용하는 말.[자의]沈 : 잠길 침魚 : 고기 어落 : 떨어질 락雁 : 기러기 안[출전]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유래]진(晉)나라 헌공(獻公)의 애인 여희(麗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녀를 보면, 그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요즘 여권의 무기력증은 측은지심마저 자아낸다. 민심 사로잡기를 본업으로 삼는 프로 정치가들답지 않게 아마추어 구경꾼들의 훈수욕구를 부추긴다. 아직 대선까지는 2년하고도 몇 달이 남았지만, 미리부터 게임의 결말이 너무 명백하게 예상되면 구경하는 재미가 날아가지 않겠는가. 게임이 싱겁게 끝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무기력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처방이 있을지 한번
TV 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왜 그리 늦은 밤에 방영하는지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볼 작정이다. 근래에는 그 중 두 편을 유심히 보았다. 한 편은 박정희의 최후를 다룬 것이고, 다른 한 편은 과거 독재정권이 만들어냈던 프락치 문제를 다룬 것이었다. 보기 전에도 그러려니 했지만 두 작품을 보면서 정말
‘아는 것이 힘’이라는 공식은 예로부터 빈말이 아니었다. 적을 제대로 아는 것이 생사를 건 싸움의 승패를 결정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새로운 기술이 세계시장의 판도를 뒤바꾸고 그에 따라 권력관계를 재편하는 일도 국제사회의 일상사다. 지식이 막강한 권력임은 황우석 교수 팀의 연구성과 덕분에 온 국민이 즐거운 마음으로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제국 변두리의 허
◈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 ◈석가모니 부처님은 룸비니 동산의 무우수 나무 아래서 탄생하셨다.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일곱걸음을 걷고 난 뒤, 두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면서 사자후를 외쳤다."하늘 위 하늘 아래 모든 생명 존귀하다. 세계의 고통 받는 중생들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이 외침은 장차 고통에 빠져
동일한 사태가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거의 정반대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수시로 경험할 수 있는 사실일 것이다. 애국이라고 믿은 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인륜 범죄로까지 뒤집히는 사례들은 역사 속에서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12. 12 하극상이나 광주학살과 같이 명백한 범죄와 관련해서도, 그것이 범죄로 공인될 때까지는 그 평가를 놓고
성적 비관으로 또 한 생명이 쓰러졌다. 고3 수험생을 모시고 사는 죄 많은 학부모로서 우리 아이는 오늘도 무사한지, 중간고사 기간인데 큰 사고는 치지 않을지 소심증을 끌어안고 살아야 할 팔자다. 어찌하면 꽃다운 청춘들이 입시에 가위눌리지 않고 활짝 필 수 있을까. 교육부의 내신강화 방침으로 고등학교 주변이 좀 어수선하다. 이제까지 어떤 제도인들 입시의 고통
재보선이 끝났다. 결과는 여당의 참패, 한나라당의 완승이었다. 열린우리당은 6군데의 국회의원과 7군데의 기초자치단체장 재보선에서 단 하나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과반 의석 확보 실패는 물론이고 전패가 주는 충격은 가히 메가톤급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회의원 6석 가운데 5석이 애초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됐다가 실격되는 바람에 치러지게 된 재보선이었음을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황당한 미국영화를 본 적 있다. 사람 같지 않은 초능력자 세 사람이 괴기한 분위기로 특수한 수조 속에 누워 몽상모드에 들어가면 미래의 범죄들이 이들의 머리에 미리미리 떠오르며, 보통사람들도 특수한 장치를 통해 그 미래상을 함께 볼 수 있다. 화면에 떠오르는 미래상황에 근거해 경찰은 흉악한 범행이 일어나기 전에 예상 범죄자들을 체포도
권선징악(勸善懲惡) [뜻]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짓을 징계한다.[자의]勸: 권할 권善 : 착할 선懲 : 징계할 징惡 : 악할 악[출전]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내용]춘추(春秋)시대의 말(言語)은 알기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알기 쉽고, 쉬운 것 같으면서도 뜻이 깊고, 완곡하면서도 정돈되어 있고, 노골적인 표현을 쓰지만 품위가 없지 않으며, 악행을 징계하고
부동산 투기혐의가 드러나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 낙마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홍석현 주미대사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져 많은 사람의 심기를 불편케 하고 있다. 현정권의 인사철학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청와대는 별 다른 계획 없다고 슬쩍 넘기려 하지만, 좀 애처로워 보인다. 홍석현씨 아니면 주미대사 할 인재가 정말 없는지 수긍하기 어렵다. 그가 활용할 수
‘옷이 날개’라는 짤막하고 경쾌한 독일 소설이 있다. 19세기 중엽 스위스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착하고 가난한 재단공이다. 그는 직장도 잃고 방황하던 중 그럴 듯한 옷차림 덕분에 어느 작은 마을에서 망명 백작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오해 덕분에 그는 운 좋게 출세도 하고 마을의 예쁘고 현명한 처녀와 결혼도 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다. 작품
서울 모 일간지 편집부에서 일하는 조카녀석을 만났다. 녀석은 몇 년 전 지방 신문사에서 퇴출 압력에 전전긍긍하다 그래도 안정적인 자리로 옮겼다고 좋아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핵심요원들을 제외한 직원들 대부분이 회사에 사표를 제출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적자’라는 냉혹한 지표 앞에서는 이른바 언론고시를 통과한 독종들조차 양떼처럼 고분고분 비정규직의 길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즐거움을 얻는 방식은 두 가지 극단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남을 억누르는 가운데 이익을 보고 자신의 힘을 느낌으로써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다. 이런 즐거움의 기본 메커니즘은 고독한 자아도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에는 당연히 남들을 대등한 주체 혹은 대화상대로 존중하기 어려우며, 그들을 가치나 도덕의 차원에서 부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