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라디오에 세 사람이 모여 귀를 기울인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주의 깊게 듣는다. "들려요? 잘 들려요? 노래가 끊기네" 김승주 국장이 말했다. 박인규 이사는 "플레이어 문제 아냐?"라고 답한다. 이현경 PD가 "한 곡하고 끝나고 멈춰요. 주욱 다 재생해야 하는데"라고 답한다. 세 사람은 대구 동구 안심지역 주민이다. 그 공통점이 이들을 한 곳에 모았다. 듣고 있는 라디오는 주민들이 만든 공동체 라디오다. 지난 2일 동구 경안로 755(동호동) 4층 건물 작은 라디오 스튜디오 앞에서 이들은 공동체 라디오를 주의 깊게 듣고 있었
대구 중구 수창동 A초등학교 앞이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인 것을 알리는 노란색이 학교 일대의 횡단보도와 신호등까지 색칠됐다. 운전자들도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속도를 줄였다.A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류재온(15) 어린이는 "횡단보도가 흰색일 때는 차들이 일반 도로라고 생각해 빠르게 갔지만, 노란색으로 칠하
한해의 마지막을 닫을 막차가 밤길을 달린다. 어두컴컴한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지난해 12월 31일 밤 10시 17분 600번 시내버스가 2023년 마지막 운행을 시작했다. 구지산단의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내달리는 이날의 심야버스 운전대는 36년차 베테랑 드라이버인 사공구(65.해피투게더 현대교통) 기사가 잡았다. 대구지역의 최장거리 시내버스 노선인 600번은 2시간 넘게 100km 남짓한 거리를 운행한다. 목적지는 남구 앞산공원 정류장이다. 한해의 막차는 2024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는 첫차가 된다. 늦은 밤 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건강하세요"동이 트지도 않은 1일 새벽 5시, 대구 달성공원 일대 400m 거리에 새해 첫 '새벽시장'이 문을 열었다.공원 정문을 중심으로 차도 가장자리를 따라 노점이 들어섰다. 모닥불을 피우고, 믹스커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였다. 새해 덕담을 나누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내 이야기 들을 게 뭐가 있다고...이제 말할 것도 없다"시대의 아픔을 보듬은 원유술(69.야고보) 대구 삼덕성당 주임신부가 44년 만에 은퇴했다. 원 신부는 대구 중구 삼덕동 삼덕젊은이성당에서 지난 27일 오후 은퇴 미사를 집전했다. 많은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 44년 동안의 사제생활을 마무리하는 강론을 펼치고 성당을 나섰다. 이틀 뒤인 지난 29일 삼덕성당에서 만난 원 신부. 여전히 가톨릭 사제복인 까만색 셔츠에 하얀색 로만칼라를 입고 있다.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원 신부는 이름이나 별명을 부르며 "이제 떠나
대구10월항쟁,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 군함도 등 대구에서 30년간 식민·전쟁의 역사와 소외된 존재를 사진으로 알린 이재갑(57)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2023년 제8회 '대구경북민주시민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건강사회를 위한 대구경북민주시민상 선정위원회'(위원장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
지역 시민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이 2023년 대구 7대 복지뉴스를 발표했다. "시민들에게 닥칠 사회적 재난이 가혹해질까 심각히 우려되는 한해"라고 이 단체는 총평했다.올해 지역 7대 복지뉴스에는 ▲대구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정부·지자체 차원 대책 마련 촉구와 대구시의 무대응 ▲'응급실 뺑뺑이' 사건 이후 대구 책
대구 민주당이 아파트 관리비 과다 징수에 대해 "감독 주체인 구.군청이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전수조사"를 촉구했다.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강민구)는 26일 오후 대구시당 김대중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관리비 개선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종길)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대구시당은 지난 6월 아파트
한밤 중에 아플 때 병원은 멀고 약국은 문을 닫았다. 이럴 때를 대비한 한밤의 119 '심야약국'. 지자체들이 지역의 보건 인프라로서 그 공공성을 인정해 해마다 운영비와 인건비 등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심야약국 내년 예산 13억원을 전액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대구시(시장 홍준표)는 올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예산을 증액 편성해 비교된다. 대구시와 대구시약사회에 22일 확인한 결과, 지역 공공약국의 내년 예산은 3억8,660만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2억원보다 1억8,660만원 더
'가족의 의미', '행복', '희망 채우기', '사랑의 나무’.대구에 거주하는 '쪽방 주민'들이 만든 원예작품의 제목이다. 제목 아래 설명란에는 "세상 사람들이 희망을 모두 채우기를 바랍니다", "하루하루 살아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았다.재난·참사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고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1월 우원식(서울 노원구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주도(민주당 26명, 정의당 1명, 무소속 2명)로 '생명안전기본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위인 행정안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3년째 잠들어 있다.법안 제정에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
권택흥(54) 더불어민주당 대구 달서구갑 지역위원장이 대구 민주당에서 첫 총선 출마선언을 했다. 권 지역위원장은 19일 민주당 대구시당 김대중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10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달서구갑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슬로건은 '대구중심, 성서시대'를 내걸었다.● 출마 선언문에서 권 지역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주민 열망에도 낙선했다"며 "주민들께서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격려를 보내 4년간 오롯이 대구를 지켰다"고 밝혔다. 이어 "22대 총선에서 대구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과 함께 지역정치 혁신과 다양성이 보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한 전국 퀴어축제에서 성(性)소수자 곁에 선 목사가 교단에서 쫓겨났다. 동성애를 찬성하고 동조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종교 재판으로 성직자를 내쫓은 것은 30년만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회장 이철 목사)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지난 8일 교단 재판을 열어 이동환(42.경기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출교(黜敎)를 선고했다. 이 목사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축복식을 했다. 감리회 장로 등 8명은 '동성애 찬성, 동조했을 때 정직 또는 면직, 출교를 할 수 있다'는 교단법 제3조 8항을
대학 내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 교수에 대해서 영남대학교가 해임을 추진해 논란이다. 영남대학교(총장 최외출)에 11일 확인한 결과, 영남대 이사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지난 2일 영남대 소속 A교수에 대한 중징계(해임) 요구안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이 징계 요구안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는 오는 13일 회의를 열어 A교수 소명을 듣고 최종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2년 전 A교수, B교수 등 청와대 국민청원에 '실명 미투'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교수는 2021년 5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성폭력 피해
#1. "이렇게 하면 엄마 아들 아니야" 7살 민호(가명)는 엄마가 이 말을 할 때 가슴이 아프다. #2. "난 너 하나 보고 살아" 민지(가명)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하면 압박감을 느낀다. #3. "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8살 소미(가명)는 아빠의 말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4. "넌 아직 어려서 몰라" 9살 윤지(가명)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할때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어린이들이 실제로 들은 말이다. 어린이들을 멍들게 한 나쁜 말은 끝이 없다. 지난 7일 대구 수성구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범어지하아트스트리트에
일제의 폭압에 저항하며 독립운동을 하다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206명의 애국지사.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기 위해 옛 대구형무소 터에 역사관이 건립된다.대구 중구청(청장 류규하)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옛 대구형무소 터에 역사관을 조성한다"고 밝혔다.역사관은 중구 공평로4길 11, 대구형무소 옛터인
사회적 차별과 만성질환 '이중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 감염인들.장애인으로 인정받아 사회에서 차별 없이 살고 싶지만, 제도 미비로 장애인 등록도 받지 못한다.대구 남구에 거주하는 70대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 감염인 A씨는 올해 10월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HIV 장애
대구MBC가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출입·취재 제한 조치를 풀라며 가처분신청을 냈다.◆ 대구문화방송(MBC)은 7일 오전 대구지법에 '출입 및 취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소송 대상은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다. 대구MBC는 가처분소송 결과를 보고 추후 헌법소원을 비롯해 형사고소(명예훼손·모욕·직권남용 혐의)와 민사 손해배상소송도 검토하고 있다.홍준표 시장은 대구MBC의 지난 4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검증 보도('TK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 이후 대구시청과 산하 공공기관, 출자·출연기관,
'내 집 마련'을 위해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사기를 당해 보증금을 돌려받지도 못하고 거리에 내몰리게 된 전세 사기 피해자들.정부는 피해자의 주거 안정과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지난 6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롭고 범위가 좁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국토교통부
◆ 낮에도 밤에도 경찰관 없고, 문 잠긴 '텅 빈' 치안센터 "112 순찰근무 중입니다. 용무가 있으신 분은 인터폰 수화기로 경찰관과 통화할 수 있습니다"대구 중구 동인동에 있는 중부경철서 동인치안센터에 4일 출입문에 붙은 문구다. 중구 수창동에 있는 중부경찰서 역전치안센터 출입문에도 역시 같은 공문이 붙었다. 경찰관은 없고 문은 굳게 잠겼다. "용무가 있으신 분은 인터폰 수화기를 들어 인근 지구대 경찰관과 통화할 수 있다"는 공지도 보인다. 치안센터들은 대부분 동네 입구나 중심에 있다. 낮에는 주로 민원을 접수하거나 민생 행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