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늘 나에게 공감과 치유, 지혜를 선물한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아 있는 책들이 있다. 인생의 굽이굽이 깊은 고민에서 헤어 나오게 해준 책도 있고, 뒹굴 거리며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 벌떡 일어나 단숨에 읽은 책도 있다. ‘내 인생의 책’으로 가슴에 남아있는 책 중에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는 단연 으뜸이다. 페미니스트라
1980년대 이후 헤겔에 관한 관심은 당대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국내외적으로 크게 고조되었다. 국내의 경우, 헤겔 철학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당시에 커다란 지적 관심사로 떠오른, 그러나 오랫동안 금지와 억압의 영역이었던 마르크스 철학이나 정치경제학 탐구를 위한 우회적 경로로서 헤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였기 때문이다. 한편, 1989년 현
그래, 그때부터였다. 또래보다 어른 손 한 뼘은 작고 여리여리했던 나는 10살이 되어도 미취학아동이었다. 버스는 공짜로 탔고 목욕탕은 1000원을 덜 내었다. 중학생이 되어도 마찬가지였지만 달라진 게 하나 있었다. 이제는 나의 잔머리라는 것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도 “초등학생 1명이요”를 자연스레 외쳤다. 그렇게 해서 아낀 돈은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 변명이 통하지 않는 사회[책 속의 길] 138이영빈 / 달서구의원요즘 것들이 바라보는 정치달서구의원 이영빈 서점의 한 평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흥미로웠다. 내가 정치를 왜 알아야 하냐는 제목이 낯설지 않았다. 필시 주변으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그러나 책 속을 들여다보면 청년들이 정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
술집 화장실 벽에 있는 작은 구멍. 그 구멍을 막은 꼬깃꼬깃한 휴지를 보고 눈물지은 밤이 있었습니다. 취한 와중에 쭈그려 앉아 휴지를 뭉치고 있었을 누군가는 또 다른 나였어요. 남자친구에게 맞고 온 친구의 손을 피가 안 통할 때까지 잡고 또 잡은 밤도 있었습니다. “어째서 경찰서에 가지 않냐, 헤어지지 못하냐” 다그치다 결국엔 나도 같
2012년 창비출판사에서 발간된 「나쁜 친구」는 스물아홉이 된 앙꼬가 열여섯의 앙꼬를 소환하여 그려낸 자전적 만화이다. 어느 만화평론가의 블로그를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앙꼬에게 이끌려 이 책을 보게 됐고, 그에 꽂혀 앙꼬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내어 사들였다. 표지를 열자마자 첫 장부터 훅! 숨이 막히는 그녀의 이야기는 챕터와 챕터 사이를 구분하기 위해 끼워
지역에서 청년운동이라고 일컫는 활동을 시작한 것이 6년 정도 된 것 같다. 대구에서 청년운동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청년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라고 청년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2012년, 2013년만 하더라도 청년이 취업 못하는 것, 빚을 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고 왜 사회의 비용을 들
여름, 효리네 민박이 시작할 때 사람들은 환호했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겨울, 눈이 펑펑 쏟아지는 효리네 민박은 러브스토리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고 사람들은 여전히 환호했지만 나는 재미가 없다. 효리도 좋고 상순은 더 좋으나 재미가 없다. 뜬금없이, 잘 나가는 효리네 민박을 끄집어내는 까닭은 이 효리네 민박과 닮았기 때문이다.
수전 손택의 주장에 따르면, 과학의 시대가 도래하고 그동안 믿었던 신화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되자 인류는 신화가 제공했던 기존의 가치들을 지키고, 현대적 요구에 일치시키기 위해 알레고리적인 해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제우스와 레토의 간통은 사실, 권력과 지혜의 결합이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다시 말
6.13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둔 시점에 ‘지적자본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온전한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침체된 우리 지역을 되살릴 인물을 선택하는 선거이기에 주권자로서 짚어봐야 할 대목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2년 전쯤 지인의 추천으로 읽었던 이 책에서 사업가의 성공전략 뿐만 아니라, 공직자가 갖춰야 할 자
지난해 이맘때, 경북 동해안을 훑었다. 해안선을 따라 등대를 찾아 나섰다. 취재 겸 가족여행이었다. 이른 봄 바닷바람은 가벼웠다. 소금기가 느껴졌지만 살갗에 엉겨 붙지 않았다. 햇살도 쪼지 않았고, 따뜻한 기지개를 켤 정도로 적당했다. 파도는 여전히 사나웠지만 그렇다고 보는 사람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그 바다 풍경 속에 등대가 있었다. 자생적으로 자라난 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누구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말일 것이다. 인간은 잘 잊어버린다. (적절한 예일지 모르겠으나) 이라는 평화뉴스 코너에 과분한 원고 청탁을 받고 잊고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잊지 않고 있었지만 이러저러한 핑계로 미뤄두고 있다가 마감이 임박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 그 '변수'에 희망 걸기부조리의 연속, 삶의 '변수'에 희망 걸기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축구경기에서 골키퍼가
이 책은 2012년에 한국에 소개되었다. 2012년은 대선이 있던 해였다. 나는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위해 투표한다는 이 책의 제목은 당시 나에게 매우 흥미로웠다. 이명박 정권을 거친 후 박근혜를 선택한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부시의 재선여부가 걸린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1.10년 만의 조우 한양 성벽이 남아 있는 낙산공원 아래 대학로 어느 골목, 마로니에에서 혜화동 로터리로 가는 큰 길 안 어딘가에 ‘책방 이음’이 있다. 라는 평화교류 사업을 하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이 서점을 찾아가면 이 단체의 대표이자 책방 지기인 조진석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 대학교에서 학술운동을 하셨던
나는 자주 우는 사람이다. TV를 보다가, 책을 읽다가, 뉴스를 보다가, 팟캐스트를 듣다가, 길을 걷다가, 혼자 노래를 하다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눈물이 흐른다. 엉엉 울기도 한다.자주, 많이 우는 사람인데도 유독 정말 많이 울었던 몇 몇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꽤 또렷이 기억난다.2009년 늦봄이었다. 대구에서 손꼽히던 레미콘 회사
난 어릴 적부터 고요한 홀로 됨을 즐겨했다. 사춘기 시절에도 요즘 같은 계절의 나의 즐거움은 창 밖의 바람소리를 듣고 눈 녹으며 만들어진 처마 끝 맺힌 물방울을 한참이나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런 사소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는 행동이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 근무 중에도 잠시 일탈을 꿈꾸며 교외의 작은 산
“존경과 인정이 타인에 대한 인식을 전제하듯이, 멸시와 증오는 대개 타인에 대한 오해를 전제로 한다. 또한 증오의 경우에는 그 감정의 원인과 대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중에서) 지난 여름, ㄱ시 도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집회판이 벌어졌다. ㄱ시 출신의 대통령이 저지른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나 탄핵됐
현대 추상회화의 선구로 일컬어지는 러시아 출신 화가‧미술이론가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는 그의 그림만큼이나 강렬한 제목의 논문 한 편을 남겼다. ‘und’. ‘그리고’라는 접속사 하나가 제목인 이 논문의 내용은 제목보다 더 강렬하고 명쾌했다. 19세기
유배지에서 예수 읽기 백창욱 목사의 복음 이야기별점0.0점 | 네티즌리뷰 0건리뷰쓰기 저자 백창욱|한티재 |2014.04.14살려거든 거기서 나오라 이스라엘 역사에서 민중들을 덮치는 시련은 권력에게 일차 원인이 있다. 불의한 권력일수록 자기 위에 계시는 야웨를 무시한다. 그런 폐단은 불평등 세상으로 나타나고, 특히 약자들이 벼랑으로 떨려난다. 그럴 때 야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