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대학생 의료공제"

평화뉴스
  • 입력 2004.09.15 09: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대학교 의료공제회, 제한은 많고 홍보는 부족..."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경북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는 박모(24)씨는 최근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하다 큰 부상을 입었다. 치아가 부러지고 입술을 15바늘이나 꿰매 치료비가 300만원 가까이 나왔다. 다행히 학내 의료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학생처를 찾아갔지만 여러 가지 제한 사항에 걸려 결국 100만원만 공제 받을 수 있었다. 집안 사정상 그동안 자신이 등록금을 마련해왔던 박씨는 한 학기에 1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기도 빠듯한데 치료비 200만원을 어디서 구해야할지 막막하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전자전기공학부 이모(21)씨는 지난해 단대 엠티를 갔다가 다리를 다쳤다. 병원비가 20여만원이 나왔지만 의료공제 제도를 잘 몰라 자신이 모든 비용을 냈다. 1년이 지난 지금에야 공제혜택을 알게된 이씨는 "입학할 때 4년치 의료공제회비를 한꺼번에 냈는데 그때는 신입생이라 그게 어디에 쓰이는 돈인지도 몰랐다"면서 "얼마전 입원한 선배한테 이야기를 듣고 학교 홈페이지 여러 곳을 찾아보고 나서야 자세한 내용을 알았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는 지난 '94년부터 학내 의료공제회를 운영해오고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씨와 이씨처럼 제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아도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사람이 많다.

현재 이 학교 의료공제회비는 한 학기에 2500원인데, 입학할 때 4년치 회비 2만원이 입학금과 함께 청구된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를 일괄 납부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가입되고, 이렇게 해서 모이는 돈은 일년에 1억2천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학교측은 의료공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신입생 입학 자료에 붙어 나가는 설명 외에는 따로 홍보를 하지 않고 있어 재학생들도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또, 공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일반사고의 경우 진료비의 70%, 교내 공식행사의 경우 100%가 지급되지만 각각 100만원과 3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실질적으로 혜택 받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보상금액이 적은 반면 공제 신청을 할 수 있는 조건도 치료비 5만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고, 횟수도 학기당 두 번을 넘을 수 없도록 돼있다.

게다가 이 학교 학생처에 따르면 경북대학교 2만여명의 학생 가운데 지난 2002년과 2003년 동안 한해 평균 공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250여명뿐인 것으로 파악돼, 이용하는 학생이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제한된 혜택과 홍보부족으로 현재 경북대학교 의료공제회비는 학생들에게 환원되기는커녕 일부 운영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어 회칙 개정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학교측에 회칙 개정을 요구했던 신문방송학과 황모(25)씨는 "학교 관계자로부터 '학기당 2500원만 내고 100만원 혜택 받는 것도 괜찮은 것 아니냐, 제한된 혜택을 늘이려면 공제회비를 더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공제회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북대학교 학생처에서 의료공제를 담당하고 있는 이양구씨는 "지금의 회칙은 지난해 총학생회의 요구로 많이 개선된 내용이고, 한 학기에 두 번이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학생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된다"면서 "해마다 신입생 자료와 함께 교내신문사와 방송국을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지만 대학생들이 건강에 자신 있는 시기라서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경북대학교 의료공제회 운영위원회가 총학생회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해마다 1억2천여만원이 공제회비로 들어오고 이 가운데 각종 운영비와 공제급여로 4천여만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누적된 금액이 8억원 가까이 됐는데, 현재까지 새로운 의료 혜택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글.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