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입시안에 대한 대구 시민사회단체의 공개요구(9.17)

평화뉴스
  • 입력 2004.09.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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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입시안 발표 일정을 중단하고, 범국민적인 논의 기구를 구성하라

지난 2004년 8월 26일 졸속적인 입시안을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하고, 9월 23일 확정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시작된 대학입시제도의 개혁 방향을 두고 일어난 논란은 대다수 서민들의 가슴에 쉽게 치유되지 못할 상처를 주고 있다.

비록 개천에서 용이 날 수는 없다하더라도, 성실하게 공부하면 부모는 가난하더라도 자식만은 적어도 더 나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던 대다수의 서민들은 지금까지 자식에게 쏟아 부었던 노력과 희망이 미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 사이에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학력의 격차가 본인의 능력이나 학교의 교육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차이에 의해 나타나는 우리 현실에서, 그나마 아이의 학력도 아닌 너무나 명백하게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사는 곳에 의해 제도적으로 차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음이 밝혀진 지금, 도대체 부모는 그 자식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교육부는 이번 입시 시안을 발표하면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번 시안은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인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미봉책으로, 대학서열체제에 관한 대책이 부재하며, 소외지역의 교육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대책이 없으며,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할 대책이 전혀 없다.

또한 내신을 충실하게 하고,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어야 하고, 그리고 각 대학별로 요구하는 다양한 선발 과정을 통과해야 복잡한 절차에 대한 아무런 개선책이 없다. 오히려 내신 비중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각 대학의 선발 자율권만 강화시켜 주고 있다.

정작 문제는 이번 입시안에 대한 대학들의 반응이다. 대학과 학문의 수직적인 서열 체제에서 각 대학들은 그동안 대학교육과 학문의 발전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성적이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경쟁에만 몰두해 왔다. 대학들은 별도의 시험을 통해 난이도를 높이는 식으로 중등교육을 왜곡시키고 사교육을 유발시켜왔다. 지필형태의 본고사를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현재에도 변형된 형태의 사실상 본고사가 버젓이 치러지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사교육 시장이 번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변별력을 이유로 본고사부활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난 각 대학들의 고교등급제 적용이나 수시입학전형에서 임의로 왜곡한 내신반영률은 그들이 주장하는 대학의 자율선발권이 얼마나 위험한 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교등급제는 그간에도 각 대학들이 암암리에 적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어 왔다. 그러나 지난 전교조의 자체 조사에 의한 보도 자료와 이에 대한 연세대의 해명 자료를 통해 이것이 사실 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연세대가 발표한 '수시입시에 대한 연세대학의 입장'이라는 보도 자료는 각 대학들이 스스로 공개한 전형 기준조차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각 대학들이 지역과 계층에 따라 제도적으로 불평등을 행해 왔음이 사실로 드러난 지금에도 교육부는 아무런 실효성 있는 조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이 문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법이나 제도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입학제도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모두가 거쳐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이며,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은 그 영향력으로 보아 우리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교육주체인 교원과 학부모의 의견수렴 및 민주적 논의과정 없이 관료들에 의해 만든 시안을 발표한 이후 4차례의 형식적인 공청회 절차를 거쳐 확정하려 하고 있다. 이미 진행된 공청회 진행과정에서도 토론자들과 청중들의 질문과 의견제시에 교육부는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이번 입시안 발표 일정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각 대학의 고교등급제와 수시입학의 내신반영률과 사실상의 본고사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함께 다시는 이런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고교등급제 본고사부활 저지와 올바른 대입제도 수립을 위한 긴급대책위'를 구성하여, 교육부의 입시안 졸속강행을 규탄하며, 올바른 대입제도개혁안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밝힌다.

하나, 대학별 자율전형에 의해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교등급제와 지필형태의 대학별고사부활은 그 금지 조항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명문화하도록 한다.

하나, 2008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의 방향은 국가단위의 서열화 시험인 수능을 폐지하고 내신평가는 교사별 평가제를 도입하도록 한다.

하나, 교육부는 2008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혁안 발표일정을 중단하고 범국민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충분히 논의한 후 확정 발표하도록 한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 드리는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공개요구

Ⅰ. 2004. 8. 26.(목) 교육인적자원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04.2.17)'의 후속조치로'2008학년도 이후의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시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시안은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마련한 방안을 대통령 주재 토론을 거쳐 정리한 것으로 4번의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2004. 9월 23일 최종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Ⅱ. 교육부는 시안을 발표하면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21C형 우수인재 발굴·육성에 기여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 하면서, 그 기본방향으로 다음을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학교교육의 과정 및 결과가 대입전형에서 중요 자료로 활용되도록 하여 고교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안으로 유도해 나가되,
둘째,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확대 및 '여러 줄 세우기'에 의한 학생 선발을 강조하는 현행 제도의 취지와 성과를 발전적으로 정착시키며,
셋째, 실현가능성을 바탕으로 점진적 단계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Ⅲ.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시안 마련과정과 시안의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이미 나타나고 문제들에 대한 적극적 예방조치와 일정을 제시하는 한편,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새로운 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시안에 관해 특히 다음 사항을 요구합니다.


1. 대입 시안 졸속 발표 일정을 연기하라.

대학입학제도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모두가 거쳐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이며,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은 그 영향력으로 보아 우리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교육주체인 교원과 학부모의 의견수렴 및 민주적 논의과정 없이 관료들에 의해 만든 시안을 발표한 이후 4차례의 형식적인 공청회 절차를 거쳐 확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진행된 두 번의 공청회 진행과정에서도 토론자들과 청중들의 질문과 의견제시에 교육부는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입시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이번 교육부의 태도는 졸속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기에 교육부는 이번 입시안 발표를 일단 중지하고, 범국민적인 논의 기구를 구성하여 국민적인 합의를 먼저 이룬 후에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2. 고교등급제를 실시관련 감사를 실시하고,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법률보완과 함께 정부는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하라.

연세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학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였음이 드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육부는 고교등급제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고교등급제를 실시할 경우 해당 대학에 행 재정적 불이익을 준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됩니다.
이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교육부는 즉각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는 이미 의혹이 드러난 대학들에 대한 감사를 즉각 실시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이에 대한 고등교육법시행령의 개정 등 법률적인 보완을 해야 할 것입니다.


3. 대학별본고사는 법적으로 금지하라.

그동안 각 대학들은 별도의 시험을 통해 난이도를 높이는 식으로 중고교육을 왜곡시키고 사교육을 유발시켜왔습니다. 지필형태의 본고사를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현재에도 변형된 형태의 사실상 본고사가 버젓이 치러지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사교육 시장이 번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입시안 발표 이후에 대학들은 변별력을 이유로 다양한 학력과 능력, 적성을 찾아 선발해야 함에도 본고사부활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학별 고사가 가장 막강한 힘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 공교육이 정상화의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기에 대학의 선발 자율성, 실질적 선발권은 대학에서 고교교육과정을 중시하고 과별특성에 맞게 수험생의 고교과정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야하며, 별도의 본고사는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사교육비 경감과 실효성 있는 내신 반영방안을 마련하라.

교육부는 이번 2008학년도 입시안에서 내신비중강화를 주장 하지만 사립대는 고사하고 국공립대전형에서 내신강화를 강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하기에 이번 안은 내신 중심이 아니라, 수능 및 대학별 고사도 모두 중시되고, 결국엔 실질적인 선발권을 대학이 갖는 것입니다. 그 결과 수험생들은 내신뿐만 아니라 수능 및 대학별 고사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되어, 입시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고 사교육비는 그대로 남거나 늘어날 위험도 있습니다. 하기에 우리는 내신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방안을 즉각 수립할 것을 촉구합니다.


5. 수능 등급제가 아니라 '자격고사로 전환'하거나 '폐지'하라.

수능의 등급이 9등급으로 되어 비중이 약화되었다고 하는데, 과목별 9등급이기에 수능은 여전히 예민한 변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개선으로는 대학서열체제인 학벌사회의 영향으로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입시 개혁안에는 단지 수능 비중을 약화시키고, 교육 과정 내에서만 출제하고, 교사의 참여가 많으면 사교육비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근본해결이 되지 못합니다. 만약, 수능 9등급이 변별력이 없어서 대학별고사나 고교 등급제가 필요하다면 수능은 폐지하거나, 등급을 없애고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할 것입니다. 하기에, 학교교육활동을 정상화하고 내신 중심의 대학전형이 되기 위해서는 수능의 변별 기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2004. 9. 17

고교등급제 본고사부활 저지와 올바른 대입제도 수립을 위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긴급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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