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위협하는 미일 패권주의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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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방문 이후 '독도' 혼돈…보수언론 '미국역할' 방향 선회


보수정치권ㆍ보수언론보도 동전 '앞뒷면'

이명박 대통령의 8.10 독도방문은 독도의 영토주권에 무엇을 남겼나?
조중동과 매일신문 등 보수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8월 10일 독도를 방문하자 일제히 환영 일색으로 특필했다(조중동은 서로 비슷비슷하므로 이 글에서는 ‘보수언론’으로 조선일보를 선택해서 다룬다). 그러나 보도내용은 통단 제목을 달아서 호들갑을 떤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띄우기에 급급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꼬리 내리기’로 돌아섰다. 우리 영토 독도 지배에 대해 이후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유엔 상정 등으로  도발성을 강화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언론의 독도영토주권 대응 방침/방향 제시는 되레 지리멸렬한 상태. 한 배를 타고 있는 보수정치권의 ‘독도’ 행보가 혼돈해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처음부터 방향이 흐릿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최소한 당일 정부발표 이전까지는 국내에서는 몰랐으나 일본에서는 일미 알고 있었다. 「미디어오늘」의 보도로는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사실을 ①한국정부가 9일 일본정부에 통보(8월 10일 새벽 1시에 출고된 온라인 교도통신,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전 독도에 들어간다고 한국정부가 9일 일본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 ②주한 일본대사관이 수집한 정보(아사히신문, 10일 새벽 1시16분 ‘한국대통령, 10일 독도방문 계획 일본 중지요구’ 기사) 경로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본언론이 알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정작 독도를 영토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당일 정부발표 전에는 몰랐다. 경위야 어쨌든 우리국민은 독도에 관해 소외됐다.

<미디어오늘> 2012년 8월 15일-21일자(863호.주간) 3면(종합)
<미디어오늘> 2012년 8월 15일-21일자(863호.주간) 3면(종합)

그런데 그 흐릿한 독도방문을 보수언론은 헌정사상 초유의 쾌거로 다루기 시작했고(「이명박대통령 헌정사상 첫 독도방문」, 매일신문, 8월 10일 1면; 「대통령 독도 첫 방문」, 조선일보, 8월 11일 1면) 이후 보도방향은 「이대통령 “독도는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우리 영토”」, 「박근혜 “대통령 되면 독도 갈 수 있다”」(조선일보, 8월 11일 A3면) 보도가 보여주듯 독도영토주권과 관련, 국민들은 정부의 강경기조를 암시받았다. 박근혜의 발언 관련 보도를 크게 다룬 것을 보면 이미 보수언론의 ‘독도’는 보수정치권의 정치행위와는 동전의 앞뒷면 관계임을 보여주었다. 국민들은 보수언론이 전하는 일본의 ‘외교전쟁’(「한국과 ‘외교전쟁’ 작심한 日… 다음 수순은 독도 유엔상정 가능성」, 조선일보, 8월 20일 A5) 상황을 대비, 긴장해야 했다. 전쟁을 앞둔 국민치고 흥분․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중재자 미국' 스포트라이트

문제는 그 이후다. 보수언론은 서서히 미국이 ‘독도’의 중재자임을 국민들에게 암시하기 시작했으며(「23일 美․日 합참회담에서 독도문제도 논의될 듯」, 조선일보, 8월 20일 A5; 「해병대 독도入島 취소…美 입김 작용한듯, 조선일보, 9월 6일, A6) 때로는 노골적으로 미국을 부각시켰다. 스스로가 민족감정에 불을 지르는 듯한 보도를 일삼아놓고는 이제 와서 안보구조를 선택하라는 흑백논리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미국을 빼놓을 수 있느냐는 강박이다. 물론 북한도 염두에 두라는 말을 양념으로 빼먹지 않았는데 이것은 ‘독도’에 색깔론을 들먹이겠다는 조짐이기도 하다(「‘東北亞. 민족주의 바람’ 헤쳐나갈 대선 주자 資質 점검해야」, 조선일보, 8월 28일, A35, 사설).

<조선일보> 2012년 9월 5일자 6면(정치)
<조선일보> 2012년 9월 5일자 6면(정치)

보수언론은 이미 독도를 포함한 댜오위다오, 쿠릴열도 같은 옛 일본 점령 도서와 관련한 한-일, 중-일, 러-일 간 영토갈등(분쟁)을 민족주의 탓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사․영토․민족감정은 한․중․일의 ‘공존을 해치는’ 본질로 보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경제․문화협력을 강조했다(「피흘린 과거사․영토․민족감정…韓․中․日 공존 해치는 본질 안변해」, 조선일보, 8월 17일 A4).

<조선일보> 2012년 8월 17일자 4면(종합)
<조선일보> 2012년 8월 17일자 4면(종합)

보수언론의 방향 선회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 원초적인 민족감정을 자극한 보수언론이 왜 이렇게 태도를 바꿨을까? 보수언론의 ‘독도’ 관은 무엇일까? 보수언론의 태도 바꾸기는 이명박․박근혜의 현실적 정치입지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이 대목은 보수언론이 민족주의와 역사(과거사)를 타기할 것으로 멍석을 깐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보수언론의 시각은 독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이 일본의 로비를 받아들여 한국의 영토인 독도를 미일강화조약에서 한국의 영토에서 빼버린 것과 일왕을 전범재판에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60년 전 미국이 남긴 두 가지 불씨」, 조선일보, 9월 13일, A33). 얼핏 보면 이 주장은 타당한듯 하다. 그러나 현명한 독자들은 알아챘을 것이다. 독도가 ‘문제’가 되는 불씨가 60년 전 이런 미-일간의 주고받기였다면 미일이 오늘의 ‘독도’를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주고받기 할 수밖에 없는 끈은 왜 못 읽었을까?

<조선일보> 2012년 9월 13일자 33면(오피니언)
<조선일보> 2012년 9월 13일자 33면(오피니언)

미국에게 '역사'는 장애물

이에 대한 흥미로운 답은 미국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데 미국의 보수적인 동아시아․일본전문가들이 내놓은 아미티지 3차 보고서(2012년판) 내용이 「美, 중․일 갈등 땐 확실하게 일본 편, 한일 갈등 땐 조심스FP 일본 편」(조선일보, 8월 17일, A4)이라는 기사는 미국이 일본과 미일동맹 수준으로 확대, 강화(아미티지 1차보고서, 2000년판), 일본의 무기 수출에 대한 통제 완화(아미티지 2차보고서, 2007년판)라는 미국의 친일 경도와 같은 맥락이란 점에서 미국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철저히 일본 편이다. 냉전 시기엔 소련을, 현재는 중국을 견제, 포위하기 위한 최대의 방위선/기지로 일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소련 포위, 현재 중국 포위라는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역사는 장애물 구실을 할 뿐이다.

아미티지 3차 보고서는 한일 간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경계한다. 물론 미국의 동북아 관의 원론은  ‘어느 편도 편들지 않으니 평화적으로 대화로 잘 해결하라’는 것이지만 그것은 며느리와 딸이 싸우면 말리는 척 하면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밟는다는 말처럼 침략국과 피침국, 강도와 강도만난 사람을 구별하지 말자는 것으로 결국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미국은 한일 간의 역사(과거사) 문제를 부인하려는 것이다. 거기에는 1905년 태프트-카츠라(桂) 비밀협약(1항은 필리핀의 미국 영유, 3항은 일본의 한반도 영유 밀약)으로 일본과 체결한 제국주의 식민지강탈의 ‘주고받기’ 모범(?)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2012년 8월 17일자 4면(종합)
<조선일보> 2012년 8월 17일자 4면(종합)

과거사 '핵심' 1951년…'기점' 1910년

그러면 보수언론이 말하는 과거사의 시점은 언제일까?
독도의 불씨는 60년 전 미일강화조약에서 미-일이 주고받기한 결과로 보수언론은 보고 있다. 그래서 ‘독도’의 핵심은 일본이 패망한 때부터 미일강화조약(1951. 9.)간의 기간에 집중된다. 그런데 미일강화조약은 일본이 미국에 패전한 결과를 처리하는 것이므로 1910년 일본의 대한제국 합병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언론이 보는 과거사의 시점은 결국 1910년 8월 29일(경술 국치일)인 것이다(「이재 8․15보다 ‘8․29’를 기억하자」, 조선일보, 8월 30일 1면, 「日本, 100년 前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일보, 8월 22일 A31, 사설). 이것은 일본의 대한제국 합병의 법적 권원인 ‘한일합병조약’을 유효한 조약으로 인정하는 인식 위에서 가능하다.

<조선일보> 2012년 8월 30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8월 30일자 1면

합병 아닌 일제의 군사강점

왜 과거사의 출발점을 ‘8․29’로 보면 안 되느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대한제국 멸망의 해가 1910년인데 말이다. 대한제국의 멸망이 1910년이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국제법(조약)은 ‘한일합병조약’이다. 그러면 이 조약은 언제 실효되었느냐고 일본은 묻는다. 1965년 박정희 군사정부가 국민적 반대를 강권으로 제압하고 일본과 한일기본관계조약(한일협정)을 체결할 때 무지하고 성급하게 체결했기 때문인데 한국 측은 ‘한일기본관계조약’ 2조에서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already) 무효(null and void)임을 확인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미’ '무효'라니 언제부터 어떻게 무효란 말인가? 한국 측(이동원 외무부장관)은 구한말 조약을 체결할 때부터 ‘무효’라고 밝혔으나(국회에서 강문봉은 이 용어가 ‘단순무효’라고 주장) 일본 측은 그렇지 않았다. 일본 측은 한일병합조약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독립으로 실효되었으며, 병합조약 이전의 조약․협정은 병합조약의 발효로 성취․실효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지만 이 차이는 일본의 식민통치를 대한민국 독립을 선언한 날까지 합법적인 것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문제를 낳는다. 이 문제는 대한제국의 동일성․계속성과 관련 있고, 세부적으로는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하는 대일 청구권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이 주장하는 ‘한일병합조약’은 당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부존재)는 학계 일각의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한일합병조약’에 따라 대한제국을 물려받은 일본제국의 조선통치가 아니라 일본제국의 군대를 동원한 대한제국점령통치(그래서 ‘일제강점기’이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박정희의 딸' 강조하는 한 독도ㆍ위안부 재론 어려워

이처럼 독도 영토주권, 청구권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일기본관계조약을 박정희 군사정부는 국민적 저항 속에서 1965년 물리력을 동원해 통과시켰다. 이 문제는 바로 현실정치의 박근혜로 이어진다. 박근혜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 전후 일련의 발언(정치행위)을 통해 독도영토주권․청구권 문제를 포함한 한일 과거사를 졸속 처리한 아버지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를 쿠데타로 인정하지 않은 채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일관되게 주장한다(「朴후보, 5․16과 維新에 대한 평가는 달라야 한다…」, 조선일보, 7월 18일, A31, 사설;「“5․16 쿠데타냐”…박근혜 “아뇨”」, 매일신문, 8월 9일, 6면). ‘일본군 위안부는 없었다’, 청구권 자금을 줬으니 ‘대일정부 및 일본국민에 대한 각종 청구 등이 모두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멸’ 됐다는 일본 측의 강변에 대해 한일기본관계조약을 체결한 아버지 박정희의 행각을 시종 인정하는 박근혜가 어떻게 독도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재론,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매일신문> 2012년 8월 9일자 6면(정치)
<매일신문> 2012년 8월 9일자 6면(정치)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전후해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수언론의 보도 내용은 다소 편차는 있어도 ①우리영토인 독도를 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망언을 일삼도록 한 배경에 미국과 일본의 끈끈한 제국주의적 관계, 일본에 편향된 패권적 태도가 있었음을 강조하지 않았다. ②독도 망언은 미국이 뒷배를 봐준 가운데 일본이 영토야욕을 부린 데서 비롯된 것인데도 그로 인한 대응을 ‘한․일’의 공존을 해치는 것으로 다뤘고, 원인제공자인 미국을 한일 간 갈등조정자로 비치게 했다. ③독도영토주권․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포함하는 한일 간 역사(과거사) 문제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박정희의 5․16에 대해 때로는 원색적으로 때로는 궤변(정치군인의 정변을 4․19 혁명을 깔아뭉갠 5․16을 4․19 혁명과 동격으로 다루는)으로 합리화하고 있다(박정희의 군사정부는 한․일 문제를 미국의 이상한 ‘중재역’ 없이 다양성을 갖춘 한․일 국민 간 대화에서 접근, 지혜를 발휘하던 1965년 당시의 우리의 국민적 논의과정을 모두 강권으로 제압해버렸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00년 미-일관계' 우리영토 용훼 막아야

이제 독도영토주권의 대응 방향은 보수 정객-보수 언론의 제휴관계 속에서 변질돼 전달되고 있다. 따라서 독도영토주권 대응의 방향은 국민적 합의 위에서 방향을 재정립해야 할 때가 됐다. 보수언론과 그 영향력 위에 활보하는 새누리당의 보수정객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전후한 보도에서 드러났듯이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 미국-일본의 100년이 넘는 패권적 제휴관계가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싸고 현재진행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그 관계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과 영토를 용훼할 수 없게 할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출발점은 과거사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다. 이것이 ‘독도’와 관련해 보수언론과  보수정객들의 자의적 보도․언행이 보여준 역설적 교훈이다. 새누리당 정객들이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며 극구 언급하기를 회피하는 그 과거사가 ‘독도’의 현실을 낳았고 장래를 지배하는 엄연한 근거이자 지렛대가 아닌가.






[평화뉴스 - 미디어 창 201]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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