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벌, 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 은재식

평화뉴스
  • 입력 2004.10.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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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탁의 문제와 복지법인의 변칙회계”...
“문어발식 복지재벌...민간위탁 조례 제정과 심사의 투명성이 필요하다”


사회복지관련 이용시설은 대부분 민간위탁방식에 의해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이 운영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시설을 이용할 때, 어떤 매카니즘에 의해 누가 운영하고 있는 지에 대해 별 관심은 없다. 시민들이 무관심하거나 정보가 차단돼 온 사이 민간위탁방식에 의한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시스템은 부조리한 법인과 복지재벌을 재생산해 주는 시스템을 형성해 왔다. 그 한가운데 민간위탁을 둘러싼 지방정부와의 끊임없는 유착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계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왜 법인들은 법인자부담을 분담하면서까지 위탁을 통해 산하시설을 늘리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한번쯤 갖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즉, 영리시설이 아니다보니 운영은 어려운데 산하 시설은 계속 확장한다는 것 자체가 언뜻 이해하기는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제 사회복지계에서 복지재벌(?)이라는 용어는 그리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복지재벌이란 한 법인이 민간위탁방식을 통해 문어발식으로 여러개의 사회복지시설을 거느리고 있는 형태를 총칭해서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재벌이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복지법인도 갖고 있다니 다소 충격적이면서 아이러니컬하다. 그동안 복지재벌이 선단식 경영구조로 불과 기본재산만 갖고(수익사업도 거의 없음) 산하시설을 주물러 왔던 오너의 황제경영을 빚대어 하는 얘기인 것 같다.

이같은 현상은 종교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면서 종교적인 색깔을 갖고 있는 곳 어디에서나 나타나고 있다. 민간위탁을 통해 복지재벌로 성장했고, 산하시설이 많을수록 황제경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법인들은 대부분 수익사업체(별도 사업자 등록을 한 수익사업를 의미)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산하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할 여력조차 없으면서 선단식 경영으로 운영권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해 위탁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복지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존경(?)과 황제경영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있을 수도 있다.

“무분별한 민간위탁, 그리고 복지재벌의 문어발식 성장...급식.공사.행사.판공비에 후원금까지 변칙회계”

우리는 이 부분에서 ‘법인자부담 능력이 되지 않는데 지금까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다수의 법인들은 변칙회계처리를 통해 자부담을 마련해왔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기 때문에 위탁을 통해 또 다른 시설을 운영하더라도 재정상 어려움을 겪지 않고 하등의 문제점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부분 민간위탁에 참여하는 법인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을 위탁받을 때 운영비의 일부를 자부담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이것은 계획일 뿐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그렇지만 회계상으로는 법인지원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처리한다. 상식적으로 대부분 법인들은 수익사업 또는 출자금이 없는 법인인데 운영하는 시설에 법인지원금이 지원되고 있는 사실 그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닌가? 그러나 행정관료들은 법인회계에 대한 비전문성과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몰이해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현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일은 거의 없다.

사회복지법인 재무회계 규칙에 의하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법인회계와 수익사업회계, 그리고 시설회계는 반드시 분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법인은 산하 사회복지시설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법인회계로 처리한 후 다시 시설로 지원하는 형태를 밟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설지원을 위한 법인자부담은 예당초 없는 셈이 되어 버린다. 급식비, 공사비, 행사비, 판공비 등은 대표적인 변칙회계처리 항목이다.

다음으로 후원금에 대한 변칙회계처리이다. 대부분의 법인이나 시설에서의 후원사업은 조직의 사활을 걸고 추진할 정도로 중요하다. 심지어는 복지사들에게 후원모금액을 강제로 할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법인은 모금된 후원금을 사업비나 지정된 용도 외에 산하시설 운영비로 지원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후원금은 후원금 수입 계정으로 들어가야지 위탁받은 산하시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인전입금 계정으로 들어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인의 재정규모와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변칙회계처리를 통한 문어발식 위탁을 절단할 수 있는 극단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지역사회종합복지관(대부분 영구임대아파트 내에 있음) 중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복지관은 4.4%에 불과한 반면, 95%의 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대구 또한 예외는 아니다. 2001년 보건복지부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종합사회복지관과 노인. 장애인복지관은 600여개, 국공립보육시설은 1,300여개가 있으며 기타 위탁되고 있거나 위탁이 가능한 시설이 2만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사회적 복지욕구에 의해 위탁할 가능성이 높은 사회복지시설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법인의 민간위탁...지자체의 조례 제정과 심사의 투명성.중립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간위탁이 최선의 방법인가라는 논의도 중요하지만, 지금이라도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민간위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서둘러 개선점을 마련하는 작업 또한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위탁과 재위탁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이 시급하다.
대구의 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행정사무에관한민간위탁조례”를 사회복지시설 위탁의 근거로 내세우면서 사회복지시설 위탁 및 재위탁 조례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은 위 조례에서 명시하고 있는 청소나 쓰레기수거, 도로관리와 같은 단순사무와는 달리 전문성과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심사기준과 배점기준, 심사위원회 등을 공개하고 중립성을 갖추어야 한다.
위탁의 전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공개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심사위원들이 사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충분히 살펴보고 심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현장실사나 면접을 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회의 기능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자치단체는 심사과정에서 특정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갖는 법인이나 단체에 유리한 기준을 제거해야 하고, 정치적.종교적 기타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중립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민간위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위탁 절차에 대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형식만 갖추었을 뿐 심사위원회 구성이나 배점기준, 선정방식에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치단체의 일방적인 위탁방식은 심사위원을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위탁절차의 형식적 정당성만 보장하는 꼴이 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정략적 이용 또한 우려된다.

최근 복지운동단체가 민간법인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는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 위탁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투명성과 객관성, 중립성,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바로 위탁에 대한 행정관료들의 일방적 추진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임은 틀림없다.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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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수)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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