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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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택시법 통과에 대한 경실련 입장

이명박 대통령은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
수송분담률 9%인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보기 어려워
공급과잉 문제 해소 등 택시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안 필요

국회는 지난 1일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택시는 대중교통으로 인정받아 연간 1조원을 국고에서 지원받게 되며, 여야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지원 등을 합치면 매년 지원금은 1조 9천억원에 이르게 된다.
 
경실련은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이해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1조원 이상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사안을 여야가 충분한 논의와 전국민적 합의없이 서둘러 처리한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대중교통 수단의 수송 분담률은 버스가 31%, 지하철·기차가 23%인 반면 택시의 경우 9%로 수송 분담률을 근거해서 판단할 때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또한 관련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중교통 수단의 정의는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택시의 경우 일정한 노선, 운행시간표, 다수의 사람을 운송 등 어느 하나의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지원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관련법만 통과시킨 국회의 행태는 입법권의 남용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택시법이 시행되면 택시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받아 대중교통 환승 할인, 통행료 인하, 공영차고지 지원 등 연간 1조원을 국고에서 지원받게 되며, 여기에 유가 보조금 지원과 세금감면액 등을 합치면 매년 1조 9천억원이 택시업계에 지원된다. 그러나 지난 1일 통과된 2013년 예산안에 택시업계 지원과 관련해서 반영된 예산은 감차 보상비 50억원이 전부이다. 또한 국회는 택시업계를 지원하기 위해서 관련법의 대중교통 수단의 정의도 '노선을 정하지 아니하고 일정한 사업구역 안에서 여객을 운송하는 데에 이용되는 것'으로 무리하게 고치는 행태까지 보였다. 이러한 주먹구구식이며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에 영합하는 행태를 보이는 국회가 과연 국민의 대표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택시업계가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택시업계의 자구노력 내지는 구조조정없이 일방적인 지원만을 할 경우 자칫 이에 대한 부담을 국가와 국민이 떠안게 되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택시업계가 지금의 어려움에 처하게 된 원인은 공급 과잉이라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대중교통 환승체계가 개선되고 대리운전이 급증하면서 택시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택시 공급은 오히려 늘어나 공급 과잉을 초래해 결국 택시업계의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 25만 5천대인 택시를 20%내외로 줄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택시는 그간 승객들로부터 승차거부와 불친절, 과다요금 징수 등의 불편을 끼쳐왔기 때문에 택시업계 스스로 서비스개선 등의 자구노력을 하지 않은 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게 된다면 택시업계 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현재 택시업계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등 근본적이며 합리적인 방안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경실련은 국회의 택시법 의결이 대다수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초래될 정책혼선과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송된 택시법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헌법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은 물론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입법부로서 문제해결을 위한 충분한 의견수렴과 합리적인 대안 모색을 도외시한 채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면서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전가한다면 정부는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 헌법 제53조에 근거하여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차제에 여론 수렴과 면밀한 검토를 통해 택시업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희망한다.

2013. 1. 7.(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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