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신암뉴타운', 7년째 장밋빛 허상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4.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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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조합' 구성 0곳, 주민 큰 불편 / 동구청 "대구기상대 옮겨야 속도 낼 것"

대구 동구 신암1동 대구기상대 주변 낡은 단독 주택(2013.4.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동구 신암1동 대구기상대 주변 낡은 단독 주택(2013.4.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1동 대구기상대 뒤편.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벅찬 좁은 골목길 사이로 단독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도블록은 여기저기 깨졌고 주택 벽면은 대부분 페인트칠이 벗겨졌다.

빈집에는 버려진 세간이 엉켜 있고 이미 헐린 주택 흙더미 사이에는 고철이 튀어나와 아찔하다. 골목 담벼락에는 '주택, 빌라, 땅, 상가 사실 분 파실 분 신속처리', '건물철거전문' 전화번호가 곳곳에 붙어 있다. 도로가에는 '신암 재정비촉진사업 지원센터'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사무실' 등이 있지만 문이 굳게 잠겼고 전봇대에 걸려있던 '신암뉴타운' 홍보 플래카드도 여기저기 찢어져 길가에 버려졌다.

신암1동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주민 강모(65)씨는 "비만 오면 이집 저집 누전되고 물이 역류한다. 길도 험하고 가로등도 몇 개 없어 밤에는 다니지도 못한다. 구청은 뉴타운만 되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더니 6년째 깜깜무소식이다. 이제 기대도 안한다. 장밋빛 허상만 안겨준 꼴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찢겨진 신암뉴타운 홍보 플래카드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찢겨진 신암뉴타운 홍보 플래카드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신암뉴타운' 사업이 7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낙후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도심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위험에 방치돼 있고 재개발 예정지로 묶인 탓에 도시가스조차 공급 되지 않아 비싼 기름보일러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전.월세까지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동구청은 지난 2007년 신암1동 전역과 신암4동 일부지역(아양로 북편)을 포함한 108만5,490㎡(32만8000여평) 땅을 '신암재정비촉진지구' 이른바 '신암뉴타운' 건설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확정했다. 모두 10개 지구로 구역을 나누고 2020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해 친환경주거단지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노후화된 도시환경을 개선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사업의 주요 목적이다.  

이를 위해,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국토해양부와 대구시로부터 예산 200억원 가량을 지원받았고, 2010년에는 재정비촉진계획을 주민들에게 고시했다. 2011년부터는 뉴타운 건설을 위해 신암1동(경북대 정문-신암공원) 일부 구간 주택을 허물고 올 6월 완공을 목표로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기상대도 동촌유원지 일대로 이전할 계획이다.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확정된 '신암1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확정된 '신암1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사업 선정 7년이 지났지만 건설업체를 선정하고 보상과 이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합'은 10곳 중 단 한곳도 구성되지 않았다. 조합 이전 단계인 조합추진위원회만 4개 구역(1, 2, 4, 5 구역)에 생겼을 뿐 이마저도 조합 설립 동의 응답률이 낮다. 기반시설 설치비만 구청이 지급하고 추가비용은 주민이 부담해야 하며 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노년층 세입자가 전체 주민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이 일대는 대구기상대와 공군비행장(K-2)이 있어 주변 건물 최고 높이는 15층으로 제한돼 있고, 60-85㎡ 중소형 주택(60%)과 임대주택(8.5%)도 의무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때문에, 15층 이상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지어야 많은 수익을 얻는 건설업체들은 사업성이 떨어져 시공을 꺼리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됐다. 이창근(65) 5구역 추진위원장은 "비가 새고 난방이 되지 않는 집도 많다. 그래서, 뉴타운은 반드시 돼야한다. 하지만, 6년째 끌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 동력이 떨어졌다. 구청장이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로 확장 공사로 헐린 신암1동 일대 주택 부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로 확장 공사로 헐린 신암1동 일대 주택 부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신암1동 한 다세대주택 세입자 이숙영(44)씨는 "땅값 오른다고 주인집이 전세도 덩달아 올렸다. 1천만원이나 더 내고 살고 있는데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쫓겨나기 전 이사 간 사람도 많아 빈집만 늘어났다. 동네가 흉물스럽다. 마음만 들뜨게 하고 아무것도 진전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신암1동에서 48년째 살고 있는 장모(70)씨는 "이 동네에는 저소득층이 많다. 아파트 관리비나 부담금을 낼 형편이 안된다. 그래서 조합도 안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뉴타운이 건설되면 원주민만 쫓겨날 것"이라며 "구청이 실효성 없는 사업을 하고 있다. 10년이 지나도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신암 재정비촉진사업 지원센터,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사무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신암 재정비촉진사업 지원센터,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사무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구청 건축주택과 담당자는 "주민들이 관련 절차를 잘 몰라 사업이 늦어지고 있을 뿐 도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2014년 기상대 이전이 마무리되면 고도제한이 완화돼 사업성도 높아지고 진행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본적으로 뉴타운은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구청은 기반시설 확충에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구의회 장해종(신암1,2,3,4,5동) 의원도 "도로 공사와 기상대 이전이 1차 목표다. 이 일이 마무리돼야 주민들도 조합을 건설하고 건설업체도 선정하기 수월하다"며 "빈집도 많고 낙후된 곳도 많아 주민들이 당분간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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