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 영업사원 "부당 영업에 빚만...을보다 못한 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6.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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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ㆍ후려치기, 월급에서 손실 채우기 급급 / 롯데 "업계 관행, 일부의 문제"


"남양유업 사태는 우리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매일 위에서 누르고 밑에서 당긴다. 제품이 안나가도 회사는 매일 물량을 밀어낸다. 매달 정해준 목표액을 못 채우면 욕도 듣는다. 소매점 점주들은 물건을 사는 대신 단가를 후려친다. 때문에, 그만큼의 손실분은 내가 보충해야 한다. 빚더미만 안고 있다"


롯데제과 영업사원 김영훈(가명.38)씨는 13일 이 같이 말하며 제과업계 영업사원의 현실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롯데제과의 이익은 영업사원들의 피눈물로 이뤄진 것"이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해태 ,오리온 같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름만 대기업 직원이지 현장에서 영업사원들은 모두 물건을 팔아야 하는 '장사꾼'이다. 우린 을도 아닌 '병'이다. 본사와 점주의 횡포에 몸도 마음도 병들었다"고 털어놨다.

경북지역에 있는 한 롯데제과 영업소에서 일하는 김씨는 지난달 회사가 정해준 목표액 '4천만원'을 도달하지 못해 팔지 못한 물량이 차에 그대로 쌓여있다. 회사는 "남은 물량을 모두 판매하라"며 김씨를 압박했다. 때문에, 김씨는 오늘도 롯데제과 과자상자가 가득 찬 1톤 탑차를 끌고 오후4시까지 점심도 못 먹고 경북 시.군을 오가며 롯데제과 제품을 슈퍼에 판매하고 있다.

"과자를 덜 팔았다는 거다.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롯데 직원이라고 하면 '대기업 다녀 좋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스스로 '개머슴'이라고 부른다. 내 돈 게워 손실분을 채워야 하는데 이런 걸 어떻게 직원이라 할 수 있나. 부당한 영업방식 때문에 영업사원 빚만 늘어난다"

롯데제과 홈페이지
롯데제과 홈페이지

입사 초기만 해도 김씨는 유통업계 1위 대기업 '롯데제과'에서 일하게 돼 기뻤다. 열심히만 일하면 선배들처럼 월급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개월 수습을 마치고 정규직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영업소를 배정받은 뒤 소장은 김씨에게 '퇴사 시 손해를 보전하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또, 김씨의 친한 선배에게 각서를 보장하는 보증서도 받았다. 영업사원 개인당 월4천만원~8천원만원까지의 목표액을 회사가 정하고 이를 월말에 납입하지 않아 손실분이 발생할 경우 퇴사할 때 갚으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회사는 목표액을 정하면 판매량과 상관없이 매일 영업사원에게 물량을 밀어냈다.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차에 박스를 실을 수밖에 없었다. 또, 소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해 판매량을 확인하고 실적이 적거나 시원찮으면 통화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심한욕도 했다. "한 번은 아침 조회 때 'XXX 자냐 일안하지'라는 말을 들었다. 피가 빠지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때문에, 회사 마지노선보다 헐값으로 소매점 점주에게 물건을 팔고 손실분은 월급에서 보충했다. 심지어 이런 점을 잘 아는 점주들은 30~60%까지 단가를 후려쳤다. 마지노선이라고 실랑이를 벌여도 "다음에는 물건을 넣지 말라"고 윽박지르면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9백원짜리 과자도 4백원에 팔고 외상도 줘야 했다. 때문에, 김씨는 평균 170만원의 월급을 받아 매달 50~60만원은 손실분을 채우는데 지급해야 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대부분 영업사원들이 이 같은 출혈판매를 하고 있다.

"도매점도 이렇게 운영 안한다. 손실분은 업체가 책임진다. 대기업이 더 비정상적이다. 직원에게 욕을 하고 각서까지 쓰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위아래서 쥐어 짜이다 못해 압사당할 지경이다. 입사 이후 빚 안지고 나가는 직원을 본적이 없다. 결국 나도 그 꼴이 됐다. 우리는 본사라는 슈퍼 '갑'과 소매점이라는 '을' 사이에 낀 '병'만도 못한 사람들이다. 그저 빨리 이 업계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대구지사 영업부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은 수시로 판매액을 입금하는데 소액이다 보니 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구든 퇴사할 때 손실분이 발생한다"며 "각서와 보증인은 합리적 차원에서 생각해낸 대책이다. 모든 제과업계의 관행이다"고 말했다. 또, "회사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목표액을 높게 책정한다"면서 "사원의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신장시키기 위해서지 누구의 고혈을 짜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밀어내기도 지시한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영업소 문제는 회사가 하나부터 열까지 감시할 수 없다. 그런 일은 일부의 문제다. 결국 모든 일은 해석하기 나름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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