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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유신'이 그리운가?" - 김두현
"국민을 억누르던 개발독재 유신...그 속에 자유와 민주주의가 있었던가?"
2004년 10월 22일 (금) 17:08:37 평화뉴스 pnnews@pn.or.kr

"햇살 좋은 가을날의 낯 선 풍경"


지난 주 목요일(14일) 대구 국채보상공원에서는 모처럼 대형 집회가 열렸다.
아무리 큰 사건이 일어나도 좀체 움직이지 않는 이 지역 특성상, 집회의 성격은 차치하고 2천여명 가까운 시민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주목을 끌만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국채보상공원을 메운 2천여명의 시민들중 대다수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들이었다.

"오늘 어르신들 단체로 어디 가시나"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의아스러운 반응을 덮어두더라도 이날의 집회가 '노인복지향상을 위한 촉구대회'가 아닌 다음에야 도대체 무슨 집회기에 이렇게 어르신들이 많이 모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날의 집회는 다름아닌 자유수호시민연대 등 보수 우익 단체들이 '9.9 보수인사 시국선언 지지' 및 '국가보안법 철폐 결사반대'를 위한 대구경북 시도민 궐기대회를 열었던 것이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유달리 군복을 입고 나오신 분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뜨문 뜨문 젊은 청년들과 여성들과 눈에 띄였지만 전체 인원의 채 1%도 되지 않아 보였다.

이날 집회에서 연사들은 연설과 구호를 통해 시종일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외쳤고 노무현정권을 맹비난했다. 나는 집회를 바라보는 내내 방금 전 먹은 점심이 얹힌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마침 안면이 있는 정보과 형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다 지나가는 물입니다"
그래, 정보과 형사조차도 흘러가는 물이라고 평가하는 집회에서 나오는 말들이니 그만 무시해도 좋은 것일까? 그러나 그날 집회의 몇몇 장면과 표현들은 결국 나의 가을밤을 불면으로 만들고 말았다.

"우익단체와 대구시의 유착 의혹"

이날 집회는 분명 대구시가 주최한 행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대구시는 국채보상공원 전관팡의 이날 집회 생중계를 허용해주었다. 필자의 직접 확인과 몇몇 언론보도를 보면, 이날 전광판 사용에 대해서는 대구시가 일체의 공문도 받지 않았고 사용로도 지불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시는 필자가 직접 전광판 관리를 담당한 공보관실을 방문했을 때 이렇게 답변했다.
처음에는 집회 규모가 커서 공원 시설 보호를 위해 인원을 분산시킬려고 전광판 사용을 허가했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가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효순이 미선이 집회때라든지 아니면 노동단체의 집회때는 이날 집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였는데도 전광판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느냐"
우물쭈물 답변을 피하다가 공익적인 성격의 행사일 경우 전광판 사용이 허가된다는 답변을 했다. 아니 이날의 집회가 공익적 성격의 집회란 말인가? 특정 정치 집단의 정치색 짙은 집회가 아닌가? 이렇게 몰아붙이자 대구시 관련 담당자는 "일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처리가 미숙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개인의 실수로 무마할려고 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대구시가 관리하고 시정이나 국정 홍보물을 방영하거나 각종 문화행사 등의 광고나 영상물을 상영하는데 이용해 온 전광판 사용을 담당자 개인의 실수로 허가해줄 수 있을까? 그것도 하필이면 전 고위공무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우익단체의 집회를 생중계하는데 말이다.
'이는 분명히 보이지 않는 손이 대구시를 움직여 사용허가를 받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필자의 생각은 무리한 상상(?)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구시는 마땅히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집회에도 공정하게 전광판 사용권리를 줘야 할 것이다.

이번 우익단체의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의 전광판 생중계 사건(?)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온갖 좋은 자리를 누리던 소위 원로(?)들의 인맥과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하나의 사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신이 그리운 분들"

'국가보안법은 단 한글자도 바꿀 수 없다!'
'국보법이 유물이면 노무현은 오물이다.!'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노무현은 퇴진하라'

이날 나온 유인물과 신문들의 주장이다.
이날 모인 어르신들은 시종일관 '국가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드는 노무현 퇴진'을 요구했다.
좋다. 아무리 국민이 합법적으로 뽑은 대통령일지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비난받을 수 있다. 나아가 정말 심각한 잘못이 있다면 물러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날 모인 어르신들의 애타는 외침처럼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일까?

'정말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가 자유수호를 위한 운동'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외침과 달리, 국가보안법과 자유민주주의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국가보안법을 존치하고 지키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과연 어떤 자유민주주의인가? 이날 그들은 결국 본심을 말하고 말았다.
"그래, 차라리 유신으로 돌아가자"
이날 자유시민연대가 배포한 '자유시민저널'이라는 파블로이드판 신문은 대변인 시평을 통해, 과거사 청산과 행정수도이전,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과거에만 집착하는 노무현 정부를 맹비난하며 이렇게 끝맺고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국민이 독재정권에 맞서 쟁취한 자유와 민주주의가 거추장 스러운 것이다.
차라리 유신으로 돌아가 다시 권력에 저항하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고 일사불란한 개발독재를 하던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하지만 잠시만 호흡을 멈추고 생각해보자.
과연 유신시절로 돌아가면 그들이 그날 마음껏 누린 노무현 정부 비난의 자유는 누가 지켜 줄 것인가? 독재시절 거리를 온통 메우던 최루탄 가스 하나 없이, 경찰봉을 들고 쫓아오는 백골단의 발자국 소리 듣지 않고 편안한 자세로 가을 햇살 좋은 국채보상공원에서 노무현 정권을 향해 온갖 증오와 원망의 소리를 목청껏 외칠 수 있는 자유는 바로 그들이 그토록 미워하는 친북반미좌파(?)세력들이 거리에서 청춘을 희생해 얻은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피흘려온 이들에게 있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압살해온 자칭 원로들에게 있지 않다.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두현 사무처장은, [내일신문] 기자를 거쳐 [반부패국민연대 대구본부] 사무국장과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으며, 이 꿈을 함께 이뤄갈 짝(?)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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