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공농성' 노동자에 생필품 반입금지..."인권침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1.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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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농성] 약・모포 등 보름째 못받아 / 노조 '긴급구제' 신청 / 인권위 '현장조사'


크레인에서 49일째 고공농성 중인 대구지역 건설노동자들에 대해 사측이 생필품을 비롯한 의약품, 모포, 핫팩, 폰배터리 등의 반입을 금지시켜 비판이 일고 있다. 노조는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는 농성장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는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지구 동화아이위시 아파트 건설현장 50m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단체협약 이행"과 "어용노조 해체"를 촉구하며 지난 10월 10일부터 고공농성 중인 건설노동자 3명에 대해 "사측이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반입금지 시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27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 "생필품 반입 허용"을 촉구하는 긴급구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가 대구인권사무소에 긴급구제 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2013.11.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조가 대구인권사무소에 긴급구제 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2013.11.2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진정인은 배진호(28)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조직부장과 권오준(50) 건설지부 수석부지부장, 박경태(46) 건설지부 지구장 등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 3명과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등 모두 4명이고, 피진정인은 아파트 건설현장 원청인 '동화주택'과 관할 경찰서 '달성경찰서'다.

노조는 농성 중인 노동자들 대신 김용국 대구인권사무소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하고 "구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긴급구제는 지역이 아닌 본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대구인권사무소는 신청서 접수 후 바로 본부에 이 사안을 알렸다. 본부는 이날 저녁 6시 서울에서 대구로 조사관을 파견하고 현장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사 후에는 상임위원회를 열어 경찰에 긴급구제 조치 권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이날 건설노조와 인권운동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대구지부 등 9개 단체는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크레인에 사람이 살고 있다"며 "인권침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침해 규탄과 국가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2013.11.27.대구인권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권침해 규탄과 국가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2013.11.27.대구인권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휴대폰 배터리, 야간 랜턴 건전지, 모포, 여분 옷, 의약품, 핫팩 등의 반입불가 방침"과 "만취한 어용노조 조합원의 크레인 방화시도 등 각종 위협행위"를 "인권침해 사례"로 언급하며 "온도가 떨어져 건강이 위협받고, 가족과의 연락단절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난방에 필요한 각종 생필품, 의약품, 통신기기를 지급"하고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 동반 진료"를 요구했다.

현재 고공농성장 주변에는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과 하청업체가 고용한 노동자들,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크레인 아래서 식사를 올려보내고 소식을 전하던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지난달 말 농성장이 강제 철거돼 공사장 입구로 밀려났다. 때문에, 식사는 사측이 내용물을 검토한 뒤에만 위로 반입되고 있다. 또, 고공농성자들은 보름째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돼 무전기로 공사장 주변 사람들과만 통신을 하고 있으며, 잠은 침낭에서 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차례 비가 내려 여분이 필요하다.

이해근 전국건설노조 대경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 생필품 반입을 금지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절망의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생존에 필요한 물품반입을 허용해 인권과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도 "통신수단을 차단하고 생필품 반입을 막는 것은 기본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고립된 상태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했다.

"불법하도급 중단"을 촉구하는 건설노동자들(2013.11.27.대구인권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불법하도급 중단"을 촉구하는 건설노동자들(2013.11.27.대구인권사무소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 8월 민주노총 건설노조대경지부는 동화주택・석종건설과 '다른 단체는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작업자 채용 시 민주노총건설지부 조합원을 우선 채용한다', '지역노동자 80% 이상 직고용 한다'는 단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석종건설은 지난 9월 설립된 한국노총 영남건설노조와 재단체협약을 맺고 영남건설노조 노동자들을 현장에 투입해 민주노총 측에는 "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는 '하도급업자의 경우 계약을 맺은 사람 이외에 또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을 할 수 없다'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위반으로, 건설업을 등록한 시.군.구청에서 영업정지처분이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노조는 사측에 수차례 문제해결을 촉구했지만 사측은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후, 배 조직부장과 권 수석부지부장, 박경태 지구장은 ▶"단체협약 이행", ▶"시다오께 노조(어용노조) 해체", ▶"석종건설 퇴출", ▶"불법하도급 중단"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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