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 꼭..." 위안부할머니의 간절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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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용수(86) 할머니, 18일 교황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참석


"그저 우리 살아있을 적에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꼭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백번 천번 생각해도 그것 밖에 없어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다리는 '위안부' 이용수(86) 할머니는 "백번 천번 생각해도"라는 간절한 말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했다.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나 16살이던 1944년 대만의 위안소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일본군의 성노예생활을 강요당한 이용수 할머니는 환갑 즈음에 '비비안나'라는 세례명으로 가톨릭 신자가 됐다. 그리고 오는 8월 18일, 교황이 명동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다. 이 할머니는 "이 나이에 교황님 만나니까 내가 제일 영광스럽지"라며 밝게 웃었다.

이 할머니는 일본과 미국, 대만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위안부 문제를 알렸고,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비롯해 많은 활동으로 일본의 사죄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다. "요즘은 무릎이 아파 잘 못다닌다"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 교황의 방한과 만남은 남다른 기다림일 수밖에 없다. 그 기다림은 할머니의 '한'보다 평화에 대한 간절함이며 젊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한 맺힌 거야 어쩌겠어. 우리는 나이도 뭇으니까...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이제 위안부 문제에 신경 안쓰도록 우리 살아있을 적에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교황님이 꼭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백번 천번 생각해도 그것 밖에 없어요. 우리와 일본은 이웃나라잖아요". 할머니는 5일 평화뉴스와 통화하는 내내 "평화적 해결"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와 일본은 이웃나라잖아요"라는 말 속에 '평화'는 더 간절하게 울렸다. 할머니는 "세계가 주시하고 있어요. 빨리 해결해야지요"라며 힘줘 말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교황님이 오시니까 정말 기대가 커요. 꼭 도와주시고 잘 해결되기를 기도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할머니에게 기도는 늘 위로가 되고 힘이 됐다고 한다. "기도하면 천주님께서 많은 힘을 주시고 다 들어주신다"고 할머니는 믿고 있다.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 참여한 위안부피해자 이용수(86.오른쪽) 할머니와 이선옥(90) 할머니(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 참여한 위안부피해자 이용수(86.오른쪽) 할머니와 이선옥(90) 할머니(2013.8.14.신천둔치)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재 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5명으로, 유일한 가톨릭신자인 이용수 할머니만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다. 전국에서는 54명의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이 할머니를 비롯해 8명이 이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4일 4박5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해,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봉헌과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서소문 순교성지를 참배, '윤지충 바오로와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집전 등의 일정을 거쳐, 18일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뒤 출국한다.

이용수 할머니는 환갑 즈음에 대구 신암성당에서 영세를 받았다. "정확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61살 때였던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할머니는 동생과 함께 대구 신암동에 살고 있었다. "마음이 많이 괴롭고 힘든 날이 있었는데, 내가 친구한테 성당에 가보자 해서 다니게 됐다"면서 "마음에 위로도 되고 해서 좋다"고 했다. 지금은 집 근처에 있는 상인성당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할머니의 교적은 상인성당이 아닌 '포항 죽도성당'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톨릭신자는 자신이 사는 동네나 주로 활동하는 성당에 '교적'을 두고 있는데, 포항 죽도성당은 할머니가 살지도 다니지도 않는 성당이다. 사연은 '신부님'과의 인연 때문이다. 현재 포항 죽도성당의 주임신부는 원유술(60) 신부로, "원 신부님이 사람이 좋고 우리 일도 많이 도와주고 해서 내가 신부님한테 '내 교적 갖고 다니이소' 했다"면서 "그래서 원 신부님 따라 내 교적도 옮겨다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원 신부가 죽도성당에 앞서 포항 오천성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는 할머니 교적도 오천성당에 있었다고 한다. "죽도성당에 교무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는 할머니는 "성당이 내게 위안"이라고 했다.

한편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오는 8월 14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제5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걷기대회' 행사를 연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공동행동'이라는 부제를 단 이 행사는, 지난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증언한 날을 기념해 각국과 국내 각 도시에서 동시에 열린다. '일본군위안부문제 아시아연대회의'가 지난 2012년 이 날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하자고 결의한 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맞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공동행동'이다. 대구는 8월 14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대구백화점 앞에서 위안부와 관련한 부스를 설치하고 문화공연을 한 뒤 중앙도서관, 2.28공원, 봉산육거리를 돌아오는 2km가량 거리행진을 한다. 시민모임은 이 행사에 1천여명의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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