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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전통시장의 우울한 추석
[서문ㆍ칠성시장] 명절 같잖은 명절, '말로만 서민'에 분통...'대통령' 잘잘못 민심 엇갈려
2014년 09월 04일 (목) 10:55:18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대목이 없다. 세월호에다 경기침체까지 온 나라가 상갓집이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 대통령은 뭐하나"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3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15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장모(64.북구 칠성동)씨는 예년 같지 않은 전통시장의 명절 경기에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새벽 3시 물건을 떼와 새벽 5시에 전을 열고 오후 늦게까지 손님을 기다렸지만 마수걸이를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후부터 갑자기 비까지 내려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뜸해지자 미간만 잔뜩 찌푸려졌다. 명절에 가장 많이 팔리는 고등어와 문어, 조기, 가자미조차 제대로 팔리지 않아 아예 밤 손님을 기다려야할 지경이다.

   
▲ 추석을 앞두고 붐비는 칠성시장 어물전(2014.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씨는 명절 특수가 없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와 '경기침체'를 꼽았다. "아무리 경기가 매년 안 좋아도 작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올 설에도 이렇진 않았다"며 "아무래도 사람 3백여명이 그렇게 세상을 뜨는 걸 전 국민이 다 봤는데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겠나. 그래서 이렇게 추석이 우울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자영업자들은 매일 살려고 용을 쓰는데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은 하는 게 없다"면서 "말로만 서민, 행복이지 하는 게 없다. 이렇게 말하면 여기서 맞을 수도 있지만 그게 사실이다. 매일 사고, 재난인데 국민들이 명절이라고 웃을 수 있나.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25년째 과일을 팔고 있는 배모(70.남구 대명동)씨는 "추석 특수가 사라진지 언젠데 경제가 힘들다고 대통령 탓만 하겠냐"며 "경기가 얼어붙고 세월호로 정국이 어지러운 건 정치권, 여야가 못한 탓이다. 대통령 욕 한다고 경제가 사는 게 아니다. 이럴 때 일수록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아직 명절이 며칠 남았으니 내일 좀 더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 서문시장에서 대추와 밤 등을 파는 한 상인(2014.9.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대구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에서 만난 민심은 둘로 나뉘었다. 전년보다 전통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든 이유로 '세월호 참사'와 '경기침체'를 꼽는 목소리는 같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책임 여부를 놓고는 민심이 엇갈렸다.

어떤 시민들은 5개월째 접어든 세월호 국면을 벗어나려면 "대통령이 나서야한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통해 나라 분위기를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한 반면, 또 다른 시민들은 "대통령 탓이 아니다", "이제 털고 일어나야 한다", "유가족이 양보해야 한다", "세월호가 경기침체 원인"이라고 말했다.

   
▲ 서문시장 한 양말가게에서 가격흥정을 하는 손님과 상인(2014.9.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서문시장에서 10년째 양말가게를 하는 김모(49.달서구 감삼동)씨는 몇 시간째 손님이 없어 먼지털이로 선물박스에 쌓인 먼지만 털었다. 서문시장 양말골목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옆 동네에 대형마트가 들어서 손님 대부분이 마트로 발걸음을 옮겨 이제 서문시장에서 명절 선물을 잘 사지 않기 때문이다.

"대목인데 너무 조용하다. 세월호 사고가 추석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 "빨리 여야와 대통령이 유족들이 원하는 해결책을 내놓길 바란다. 그 사람들 문제가 해결 안되니 나라 전체가 우울하고 슬픈 게 아니겠냐. 우리가 나라 없는 국민도 아니고 참 웃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 "내가 박 대통령을 뽑았지만 요즘에는 괜히 뽑은 것 같다"며 "대통령이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다. 국민들은 명절에도 이리 우울한데 뭘 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명절에 손가락만 빨게 생겼다"

   
▲ 2년 만에 고향 울산에 내려가는 북구 검단동 노동자 박모씨가 부모님과 조카들에게 줄 선물상자를 들고 칠성시장을 바쁘게 다니고 있다(2014.9.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북구 검단동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박모(45.북구 검단동)씨는 추석을 맞아 2년 만에 고향 울산에 내려간다. 그는 부모님께 드릴 선물세트와 조카들에게 줄 과자세트를 들고 바쁘게 서문시장을 돌아다녔다. 회사 사정으로 올해는 보너스를 못 받게 됐지만 가족들 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타지 생활 10년만에 이렇게 조용하고 힘든 추석은 오랜만이다. 나라 경제 전체가 어렵다니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밑바닥서 일하는 나 같은 사람이 힘내서 살도록 대통령이 좀 더 힘을 내 주길 바란다"면서 "바빠서 뉴스를 제대로 못 보지만 귀동냥으로 들어보니 세월호 사고 때문에 나라가 여전히 시끄러운 것 같은데, 그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대통령이 있는 것 아니겠냐. 말로만 서민, 서민하지 말고 국민들이 이 고통에서 벗어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고향에 갈 수 있게 노력해달라"

   
▲ 칠성시장 한 과일 가판대 앞에서 추석 음식을 고르는 정모씨(2014.9.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제수용품을 사러 칠성시장을 찾은 정모(53.동구 신천동)씨는 '세월호 참사'도 '경기침체'도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지 박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추석이라도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여야가 빨리 세월호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나라가 우울하니 경제도 어려운 것 아니겠냐"면서 "모진 소리 같겠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더 이상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면 안된다. 이제 우울함을 털고 웃는 한가위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계속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죽도 밥도 안된다"고 했다.

   
▲ 양 손에 제수용품을 든 차모씨(2014.9.3.서문시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로 시집온 뒤 20년째 명절마다 서문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차모(66.중구 봉덕동)씨는 오랜만에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을 볼 생각에 잠을 뒤척였다. 이날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도 하고 손자와 손녀들 줄 용돈도 미리 은행에서 새 돈으로 바꿨다. 양 손은 배추, 시금치, 귤 등이 담긴 봉지로 한가득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한 표를 줬다는 차씨는 '한가위 우울'에 대해 "박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냐"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가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제 모든 걸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며 "경기도 어렵고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데 대통령 욕만한다고 해결되는가. 언제까지 세월호로 나라를 시끄럽게 해야겠나. 이제 조용히 넘어가야 한다. 명절까지 우울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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