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대구, 소통하는 대구를 위하여”

평화뉴스
  • 입력 2004.11.0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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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의 시사칼럼 39>
“폐쇄적인 대구...마음과 생각의 벽을 허물어야“


지난 10월 한달 동안 대구KBS는 <화요진단>이라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대구 문제’를 심층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55분 동안 방송되는 프로그램인데, 10월 5일부터 ‘대구 바꿔야 산다’라는 주제로 4회 기획특집 토론을 이어갔다.

첫 화요일에는 대구 행정에 대해, 둘째 화요일에는 지역 대학에 대해, 그리고 셋째 화요일에는 지역 기업의 혁신 과제들에 대해 토론하였으며, 마지막 화요일(10월 26일)에는 지역 시민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토론하였다.
그리고 4회 토론을 총괄 정리하는 의미에서 마지막 날(10월 26일) 밤 11시 35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 47분까지 장장 3시간 12분에 걸쳐 ‘시민대토론 : 대구 바꿔야 산다’를 생방송으로 토론하였다.

4주에 걸쳐 모두 415분, 그러니까 6시간 52분 동안 대구문제와 대구 혁신의 과제를 놓고 광범위하게 토론한 것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전문가만 22명이 되며, 화요진단 때 방청석에서 발언한 분과 끝장토론 때 시민패널로 발언한 분들이 또 약 30명 정도 된다. 제작진이 매회 전문가와 일반 시민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 취재도 하여 VCR 자료 화면을 토론 때마다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 때 의견을 내준 분들까지 포함하면 줄잡아 100여명 정도가 이번 대구문제 토론에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큰 토론이었다. 지역 신문들도 관심있게 보도했으며, 제작진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시청률도 꽤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대구 시민들이 대구의 문제에 대해 갑갑해 하고 있으며, 이제는 대구도 바뀌어야 한다는데 많은 대구시민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필자는 위 토론의 진행자로 참여하면서 토론회에서 귀한 의견을 준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이야기를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끝장토론을 끝내고는 체력에 한계를 느껴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필자는 정신 바짝 차리고 각계 시민들의 고민과 한숨소리와 건강한 의견을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끝장토론 때 한 공무원이 공무원사회의 ‘신토불이’(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지나쳐 아예 몸이 땅에 붙어버렸다는 지적)와 ‘삼손주의’(언즉손이요 시즉손이며 동즉손이라는 뜻) 관행을 힘들게 고발한 지적, 대구참여연대 강금수팀장의 시정개혁기획단 구성 제안을 조해녕시장이 적극 검토하겠노라고 답한 장면, 외국인 노동자가 외국인이 살고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 지적에 대해 역시 조해녕시장이 시정토록 노력하겠다고 한 말, 그리고 삼토회 부회장이라고 밝힌 한 청년이 약 70여명의 대구 젊은이들이 대구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벌써 5년 전부터 모여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한 말 등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새삼스레 지난 토론회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토론하면서 모아낸 하나의 결론만큼은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어서다. 모든 토론을 다 지켜보지 못한 평화뉴스 독자들과, 토론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공감한 하나의 결론만큼은 꼭 공유하고 싶어서다.

그 결론은 대구가 ‘열린 도시, 소통하는 도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열린 대구, 소통하는 대구’는 4회 기획특집과 끝장토론을 통해 어렵게 도달한 결론이었다. 우리 지역의 행정과 대학과 기업과 시민의식이 닫혀 있다는 사실이 대구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었으며, 서로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며 교류하고 협력하는 자세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대구의 가장 절실한 과제라는데 모두가 의견의 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고민하는 전문가 패널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졌던 것이다. 신기할 정도였다.

필자는 그러한 결론이 우리 대구의 미래를 위해 너무나 소중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실천만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모범적인 민관 혁신사례로 ‘담장 허물기’ 사업을 전국에 전파하였듯이, 이제는 마음의 담과 벽을 헐 때다. 이제는 ‘마음과 생각의 담장허물기’를 성공시켜 그것을 전국에 수출해야 할 것이다.

기업과 기업이, 대학과 대학이, 시청 내 부서와 부서가 벽을 헐어야 하며, 나아가 기업과 대학이, 관청과 기업이, 대학과 시민사회가, 대구시와 경북도가 벽을 헐어야 한다. 호남과도 충청도와도 벽을 헐어야 한다. 이제 담장 넘어 세계가 어떻게 줄달음치고 있는지도 냉철하게 통찰해야 하며, 전라도와 강원도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과 중국의 자치단체들이 어떻게 혁신해 나가는지도 보고 배워야 한다.
이제 우리끼리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손가락질하고 발목잡는 등의 속좁은 싸움은 그만두어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없이 나 혼자 잘났다는 식의 우물안 개구리 사고가 벗어 던져야 한다.

그렇다. 이제 답은 분명하게 나와 있는 것이다. 열어야 한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서로 협력해야 하고 서로에게 배워야 한다. 많은 대구의 전문가들이 모처럼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몸은 피곤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대와 희망에 힘을 얻었다. 나와 우리의 문제가 무엇이라는 것을 알고 깨달은 것, 우리 모두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문제를 반은 푼 것이기 때문이다.

홍덕률(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drh12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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