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복지 목표는 인본복지?”

평화뉴스
  • 입력 2004.11.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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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복지,구호만 있고 정책은 없다”...“졸라맬 허리도 없는 빈곤층...'인본복지'를 실현할 대구 복지의 청사진이 아쉽다“


대구시의 복지시정 목표가 인본복지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대구시가 ‘인본복지’를 시정목표로 정하면서도 깊이 있는 철학적 고민을 한 흔적은 찾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그에 따른 세부정책목표나 예산의 중단기 계획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 조차도 대구시의 복지시정의 목표가 ‘인본복지’라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 지 자뭇 궁금하다.

대구시가 2003년 발표한 『대구장기발전계획 대구비젼 2020』을 보면, 사회복지분야의 비젼과 목표를 ‘인본주의 이념의 정착’이라고 밝히면서 △인간본위의 지역사회 건설 △경쟁논리와 효율성 추구 흐름의 부작용 예방 △소외된 개인이나 집단의 정상적인 구성원화를 세부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의 사회복지관련시설의 확충 계획과 투자계획도 개략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실현 가능한가와 실현의지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그리고, 대구시 홈페이지에서도 2004년 대구시의 주요시정의 여덟 번째 시책으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인본복지 실현’이 등장한다.
그리고 인본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대구시 복지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보건복지여성국은 ①기초생활보장 및 사회안전망 확충 ②다양하고 질높은 복지서비스 제공 ③고령화사회에 대비한 노인복지시책 추진 ④장애인복지 증진 및 사회참여 확대 ⑤여성지위 향상과 여성․아동복지 증진 ⑥보건.위생수준 향상으로 시민건강 증진 및 지역한의학 문화육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대구시정 장기발전구상이나 발전전략에는 어디에서도 인본복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단지 하부개념이라 할 수 있는 대구시 주요 시정에 ‘인본복지’라는 표현이 나올 뿐이다. 또한 대구장기발전계획에도 인본복지에 대한 의미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방향은 담고 있지 않다. 시설확충이니, 개선이니, 강화니 하는 등 추상적인 용어만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대구시는 아직도 대구시발전전략을 개발중심의 장기발전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감초처럼 복지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복지가 시정의 주요정책은 결코 아니며, 단지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제기된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다고 하겠다.

그러다 보니 대구시가 인본복지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이에 걸맞는 고민과 정책방향은 실종된 채 기존의 복지행정을 답습하고 있다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인본복지가 대구시의 시정목표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졸라맬 허리도 없는 빈곤층...’인본복지‘를 실현할 대구 복지의 정책과 청사진이 아쉽다“

지역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무서운 것은 닥쳐올 10대90의 불평등한 사회이다.
어느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약값도 안되는 돈으로 생활할 수 없다”며 생계급여를 정부에 반납했고, 심지어 정부가 매달 지급하는 생계비로는 삶이 어렵다며 자살을 선택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로 신빈곤층이 대거 생산되고 있다.
일해도 빈곤한 계층이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모든 국민이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최후 안전망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우리사회의 든든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다수의 빈곤층은 지금 희망의 끈을 놓아가고 있다. 한번 빈곤에 빠져들면 가구빈곤으로 이어져 자녀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다.

빈곤의 덫은 다음세대로 전이된다.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 중 일부는 단전, 단수로 인해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다. 카드 빚이나 가계의 빚으로 인해 자살하는 이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들 빈곤층에게는 졸라 맬 허리도 없다. 그러면서 사회는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을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힘들게 되었다.
상대적 빈곤의 한 형태가 절대적 빈곤일 수 있으며, 절대적 빈곤이 상대적 빈곤의 집단적인 현상일 수 있다. 빈곤의 원인이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서 구한다면, 당연히 국가와 지방정부는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지방)정부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정의를 복원, 통합하여 사회연대를 실현할 의무와 가치를 갖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대구시의 대응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일례로 대구시는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책무는 읍면동에서 조사한 수급자들의 변화추이를 여론화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늘어나고 있는 빈곤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의 복지제도는 제도내 수용, 제도밖 배제라는 이분법으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대구시가 내걸고 있는 인본복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곧 닥쳐올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시작된다. 나눔의 미학이라면 괜찮다. 그렇지만 분배구조나 사회안전망 등 지역적 차원에서의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고민이나 개선없이 언제까지 이웃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성금모금을 소외계층 사랑의 전부인 듯 믿고 의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웃사랑의 결실을 마치 대구시가 집행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못된 장난도 멈춰야 한다.

인본복지를 실현하고 복지재정 분권시대에 걸맞는 대구복지의 청사진이 아쉽다.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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