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해직기자 "YTN 재판, 언론 재갈물리는 악성 판결"

미디어오늘 장슬기·김도연 기자
  • 입력 2014.11.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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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에 비난 봇물…주진우 시사인 기자 "굉장히 슬픈 날"

 
대법원이 27일 YTN 해직기자들의 상고를 기각하며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MBC 해직기자를 포함한 언론인들도 “정권의 언론장악을 정당화한 판결”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 유죄, 쌍용차 노동자 정리해고 정당 등 연일 보수적 판결이 대법원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다.

2012년 MBC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았던 이용마 MBC기자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남 일 같지 않다”며 “이제 법적 판단은 끝났지만, YTN과 정권에서 나머지 3명 복직에 대한 전향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YTN 동료들이 새 출발한다는 마음을 갖고 조금 더 힘을 내줬으면 한다”며 “정치적으로 푸는 방법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성제 MBC해직기자도 “2008년 YTN 사태는 누가 봐도 명백한 낙하산 사장을 언론인들이 막아섰던 싸움이었다”며 “앞으로 공정보도를 위해 싸우는 기자, PD들이 어떻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 해고 당사자로서, MBC 경영진들이 이번 판결로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참으로 참담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을 듣고 나온 YTN해직기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대법원 판결을 듣고 나온 YTN해직기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용마 기자와 함께 해고된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해고와 복직을 3명씩 나눈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참으로 억울하다”며 “법원의 판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직기자와 YTN 동료들의 절실한 염원이다.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최선을 다하면 해가 뜨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들은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 ‘170일 파업’ 국면에서 MBC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YTN 대법원 판결의 여파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방송 수호’를 위한 파업을 하다 해직되거나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의 향후 거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로 남았기 때문이다.

보수적 판결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 기자는 “YTN 해직 판결은 파업의 정당성을 따지는 MBC 해직기자 소송과 사안이 다르다”면서도 “철도노조 파업과 쌍용차 해고자 판결 등 연일 보수적 판결을 내고 있는 법원 결정에 우려감을 갖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을 판례로 남긴 ‘악성 판결’”고 말했다.

2012년 12월. 초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의혹을 보도한 뒤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시사주간지 시사IN 주진우 기자도 “법원이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권력의 권리와 가진 자의 권리만 지키고 있다”며 “우리 사법부의 현실이기도 해서 할 말은 별로 없다. 굉장히 슬프다”고 전했다.

야당 추천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는 자신의 SNS에 “대법원이, 거듭하여 불의한 다수의 손을 들어주고 권력의 눈치를 살펴 그 뜻을 따르며 억울하고 힘 없는 이의 눈물을 외면할 때, 그 사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여러 면에서 국운이 다한 것 같다는 여러 분들의 탄식을 접했지만, 오늘은 정말 대법원 때문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다는 탄식을 한다”고 밝혔다.

김진혁 전 EBS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면 그 삶 역시 소중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 이젠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지 싶다”며 “그 해답을 YTN 해직 언론인들이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지난 6년동안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줬다”고 SNS에서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2호에 배정된 이날 선고에서 김소영 대법관은 “원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취지로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해직기자 6명(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가운데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고법 항소심이 확정됐다.  

[미디어오늘] 2014-11-27 (미디어오늘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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