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평리 평화 깬 '송전탑', 1년 전 그날 이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7.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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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갈갈이 찢기고 저항의 고통은 참담"...주민들, 한전에 "철거ㆍ사과" 촉구


"그날의 악몽은 아마도 무덤까지 갖고가지 싶어예"

경북 청도군 삼평1리 주민 김춘화(65) 할머니는 21일 대구 한국전력공사 건물 앞에서 이 같이 말하며 1년전 오늘을 회상했다. 김 할머니는 "새벽에 몰래 들어와 힘 없는 노인들을 내팽개치고 공사를 진행한 한전과 경찰은 도둑이나 마찬가지"라며 "여기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을 짓밟고 마을을 갈갈이 찢은 한전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평리 침탈 1년 한전규탄 기자회견'(2015.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삼평리 침탈 1년 한전규탄 기자회견'(2015.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도345kV 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대구 한전지사 앞에서 '삼평리 침탈 1년 한전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송전탑이 세워지고 전선이 걸렸지만 패배한 것이 아니다"며 "삼평리 투쟁을 통해 이 나라 전력정책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게 됐다. 나쁜전기 체제를 용납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전은 삼평리에 경찰 5백여명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했지만 주민들은 공사에 맞서 눈물겨운 저항을 했다"면서 "연행되고 병원에 실려가고 실신하고 부상당하며 지옥같은 나날을 보냈고 벌금폭탄, 실형선고, 법정구속의 참담한 고통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공사, 온갖 비리로 얼룩진 추악한 공사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발전소 전기 공급을 위해 농촌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송전탑 공사의 불합리성에 맞서, 착한전기를 위한 싸움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전탑 즉시 철거 ▷주민들에 대한 공식 사과 ▷신고리 3~4호기 운영 승인 반대 ▷소송 취하 ▷연대자 석방을 촉구했다.

백창욱 대책위 공동대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신념으로 1년전 오늘 삼평리에서 주민과 함께 싸웠다"며 "고통의 날이었지만 농촌 주민들의 희생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공권력의 폭력적 송전탑 공사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또 "더 나아가 탈송전탑, 탈핵, 착한전기를 위한 운동을 통해 당시의 저항을 이어가겠다"면서 "엉터리 전기수급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청도 삼평리 23호기 송전탑(2014.11.5) / 사진.청도345kV공동대책위
경북 청도 삼평리 23호기 송전탑(2014.11.5) / 사진.청도345kV공동대책위

주민 저항에도 불구하고 34만5천볼트(345kV) 전기가 흐르는 80m 철탑 4기는 삼평리에 들어섰다.  

마지막 1기, 23호기 송전탑 공사는 꼬박 1년전인 지난해 7월 21일 새벽 4시에 시작됐다. 2009년부터 6년간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던 삼평리 주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당시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건설지사는 직원 1백여명을 경북 청도군 삼평1리 송전탑 공사장에 투입하고 공사를 재개했다. 청도경찰서와 경북지방경찰청도 병력 5백여명을 공사장에 보내 지원했다.

이에 맞서 1년전 오늘 주민들은 온몸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한전은 주민이 공사장 앞에 세운 망루를 철거하고 출입을 막기 위해 공사장에 펜스를 설치했다. 경찰은 공사장을 둘러싸고 주민 출입을 막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실랑이를 벌였으나 모두 공사장 밖으로 밀려났다.

청도 송전탑 공사강행 규탄 기자회견(2014.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도 송전탑 공사강행 규탄 기자회견(2014.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찰과 대치중인 삼평리 주민들(2014.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찰과 대치중인 삼평리 주민들(2014.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시의 격렬한 대치는 두달넘게 진행됐다. 삼평리에 들어설 4기의 송전탑 중 마지막 1기 남은 23호기를 둘러싼 갈등은 무더위 속에서 끊이지 않았다. 굴삭기와 덤프트럭으로 공사 자재를 옮기는 한전 차량을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맨몸으로 막아섰다. 이에 한전은 헬기를 동원해 공사를 강행했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공사현장 앞에서 노숙투쟁을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과 아스팔트 위에서 쪽잠도 마다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외쳤다. 삼평리 주민들의 싸움을 지지하기 위해 3백여명이 넘는 시민들도 공사현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한전 앞에서 1백번 절을 하기도 했다. 같은 상황에 처한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연대도 뒤따랐다. 이어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찾아가 눈물로 중재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도지사는 이를 외면했다. 송전탑은 그렇게 높아져만 갔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수 십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났고,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모두 24명이 기소됐고, 관련 소송만 60여건에 이른다. 현재까지 16명이 1심에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최창진(34) 청년좌파 대구경북지부장은 징역 6월을 선고받아 현재 법정구속된 상태다. 주민 등 9명에 대한 2억2천여만의 이행강제금 재판도 내달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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