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성주 매립장 집회 학생동원 '허위보도' 의혹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08.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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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농민회·주민·학생 "악의적 거짓, 정정ㆍ파면" 요구 / 영남 "사실 확인 중ㆍ반론보도"


경북 성주군 폐기물 매립장 반대 촛불집회에 지역 농민회가 농촌봉사활동(농활)을 온 대학생들을 '강제 동원'했다는 <영남일보> 보도와 관련해, 농민회·주민·해당 학생들이 "허위보도"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영남일보는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며 "반론보도를 싣겠다"고 밝혔다.

성주군농민회(회장 석호판)와 성주지정폐기물매립장 피해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여명수)는 13일 대구 영남일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남일보 지난 8월 10일자 10면 '성주군농민회, 농활 대학생 집회 동원 논란' 기사는 A기자가 소설로 쓴 명백한 허위보도"라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영남일보는 A기자가 쓴 10일자 10면 기사에서, 성주군농민회와 성주매립장 피해주민대책위가 6월 24일 성주군청 앞에서 연 '성주일반산단 내 폐기물매립장 반대' 집회에 농활을 온 덕성여자대학교와 동아대학교 학생들을 '강제 동원'해 물의를 빚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실었다. 

<영남일보> 2015년 8월 10일자 10면(경북)
<영남일보> 2015년 8월 10일자 10면(경북)

특히 '집회에 영문도 모른 채 동원된 대학생들이 우두커니 모여 앉아 무료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설명이 달린 사진도 기사 상단에 게재했다. 또 "농촌일손을 돕기 위해 봉사에 참석했는데, 영문도 모른 채 집회에 동원돼 굉장히 불쾌했다", "농활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당시 집회 참가자 학생 2명의 이름을 이니셜 처리한 인터뷰도 실었다.

이어 '일각에서는 농민회 관계자가 봉사에 참여한 학생대표에게 오래전부터 집회 사진 등을 보내주며 집회 동원을 사전에 계획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출처 불명의 주장도 덧붙였다. 또 "군의 보조사업으로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을 집회에 동원한 것은 문제"라는 성주군 한 관계자의 인터뷰도 담았다.

'영남일보 허위보도 규탄 기자회견'(2015.8.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일보 허위보도 규탄 기자회견'(2015.8.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농민회·주민·해당 대학교 학생회는 이 같은 영남일보 보도에 대해 "당일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을 상대로 A기자와 인터뷰 사실 여부를 확인했지만 누구도 A기자와 만난 적도 전화 한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A기자가 인용한 대학생 인터뷰는 기자 스스로가 각색한 소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농활 대학생들의 집회 참여는 동원이 아니다"며 "농민회가 학생들에게 참여 여부를 묻고, 학생 스스로가 참여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신원도 확인않고 함부로 기사를 올리는 A기자는 기자 자격이 없는 기레기(쓰레기+기자 합성어)"라며 "영남일보는 어떤 책임도 져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매립장으로 1년 넘게 고통 받는 주민들을 외면하고 오히려 왜곡, 허위보도로 농민회와 주민, 대학생들의 명예를 훼손한 영남일보는 즉각 정정보도를 내고 A기자를 파면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영남일보 이재윤 편집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영남일보 측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후 반론보도 게재와 A기자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회와 해당 학교 학생들은 영남일보의 이 같은 대응과 관계 없이 다음 주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A기자를 고소하고, 해당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또 영남일보와 비슷한 기사를 실은 <대구신문>·<대구일보>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대응을 할 예정이다. 

'허위보도 OUT' 피켓을 든 성주 주민들(2015.8.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허위보도 OUT' 피켓을 든 성주 주민들(2015.8.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석호판 성주군농민회 회장은 "사회의 공기, 비판적 감시자라는 역할을 하는 기자가 악의적 거짓으로 허위보도를 해 농민회, 주민, 학생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농촌사회 문제를 알리고 이를 공감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집회를 강제 동원이라는 오명을 씌어 착잡하다"고 했다.

당시 농활 책임자였던 박영준 동아대 4학년 학생은 "농민회가 집회가 있다는 얘기를 했고, 참여 여부를 학생들끼리 논의해 전체 농활 학생 60여명 중 동의한 20여명만 집회에 참여했다"며 "강제 동원은 전혀 없었다. 황당하다"고 했다. 또 "당시 A기자와 인터뷰를 했다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 "매립장 문제가 농촌 주민들의 문제였기 때문에 농활과 연관성이 있어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기자는 13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 있었고, 당시 군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왜 이런 시기에 집회를 여나 싶어 집회를 봤다"고 했다. 또 "매립장 관련 집회에 농활 온 학생들이 참가해 의아해서 참가한 학생들에게 가서 왜 참여했냐, 무슨 내용인지 알고 참여했냐고 물었다"면서 "그러나 인터뷰한 2명의 학생들은 농민회가 동원해 참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했다. 이어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누구인지 말 할 수 없다. 이니셜 처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허위보도는 없었다. 이 같은 해프닝은 농민회의 물타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성주군은 2013년 6월 성주군 성주읍 예산리 성주일반산업단지 내 1, 2산단에서 나오는 연간 2만 톤 가량의 산업폐기물 등을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매립장을 완공했다. 폐석면, 폐합성고무 등 지정폐기물을 매립하며 전체 매립용량은 42만7,700㎥규모로 13년간 사용한다. 그러나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데다 지정폐기물매립장이어서 성주를 포함한 전국 각지의 폐기물이 반입돼도 막을 방법이 없고, 민가가 매립장에서 가까워 침출수 누출과 악취 등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대책위를 꾸리고 "매립장 반대"운동을 1년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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