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앗아가는 가습기살균제..."또 다른 아픔 없어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5.10.2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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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때문에 143명 숨져...유족·환경단체 '피해자 찾기' 캠페인, 12월까지 피해 신고


28일 저녁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김덕종(40.경북 구미시)씨와 권민정(42.대구시 수성구)씨는 '143'이라고 적힌 촛불을 들고 섰다. 이들은 모두 가습기살균제로 어린 자식들을 먼저 보낸 유가족들이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 2015년 10월까지 숨진 사람은 143명이다.  

김덕종씨는 2009년 아들을 잃었다. 고열로 사경을 헤매던 아들을 업고 구미에서 대구까지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입원 사흘만에 아들은 원인미상 폐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아들은 4살이었다. 사인을 알게 된 것은 2년 뒤인 2011년. 집에서 사용하는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으로 연결된다는 환경부 역학조사가 있고 나서다. 김씨는 2014년이 돼서야 아들의 사인이 가습기살균제라는 것을 확정 판정받았다.

촛불을 든 가습기살균제 유족들(2015.10.28.대구백화점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촛불을 든 가습기살균제 유족들(2015.10.28.대구백화점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이를 잃은 후에도 계속 가습기살균제를 썼다. 평범한 생활용품이 사람 목숨을 앗아갈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만약 미리 알았더라면, 정부가 그런 제품들을 제대로 점검했다면 이런 슬픔은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아픔이 없기 위해서는 정부가 피해 보상을 하고 추가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


권민정씨는 2005년 임신 8개월째에 태아가 장기 이상으로 숨졌다. 이듬해 다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지만 아이는 태어난지 123일만에 목숨을 잃었다. 몇년 후 두 아이 사인이 가습기살균제인 것을 알게됐다.

"두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처음에는 내가 유전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부 조사 후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분 누구나 이런 평범한 물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다시 나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을 부탁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 대구 캠페인(2015.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 대구 캠페인(2015.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는 1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 추가 신고 마감을 앞두고 유족과 환경단체가 피해자 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구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8일 저녁 대구백화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 대구캠페인·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롯데마트율하점 앞에서도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대구, 서울, 부산, 광주 등 7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확정된 530명 중 사망자는 143명"이라며 "가습기살균제가 1994년부터 판매돼 2000년 후 대형마트를 통해 대량 소비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800만명에서 수 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잠재적 피해자가 더 많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구는 피해자 23명 중 6명이 숨졌고 17명은 투병 중, 경북은 피해자 10명 중 3명이 목숨을 잃었고 7명이 투병 중"이라며 "현재까지 피해자는 33명이지만 대구경북 잠재적 피해자는 대구 35만명, 경북 15만명 등 모두 50만명으로 추산돼 추가 피해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이 판매된 가습기살균제와 그 앞에 놓인 촛불(2015.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장 많이 판매된 가습기살균제와 그 앞에 놓인 촛불(2015.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12월 추가 피해신고 마감을 앞두고 정부와 제조사는 적극적으로 피해자 찾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사망률이 27%에 달하는 치명적 건강피해를 가져오는 이 사건을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시민들은 옥시레킷벤키저사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코스트코 PB제품, 세퓨, 아토세이프 가습기향균제, 아트세이트 가습기살균제 등을 사용 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라도 반드시 신고해 조사받아야 한다"면서 "아무 의심 없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아이들과 산모, 남녀노소 소비자를 죽게하고 심각한 질병에 걸리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되며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02-3800-575)으로 '폐질환 인정 신규신청' 신고 접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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