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죽비> 진짜 '위험한 정권'

평화뉴스
  • 입력 2004.01.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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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이 2004년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한 새해 국정연설(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라 불렀다. 부시는 이미 연두교서 2002년 판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2003년 판에서는 '무법정권'(outlaw regimes)으로 부른 바 있다. 여기서 부시가 북한을 지칭한 용어의 강약을 다툴 여지가 없다. 중요한 건 이른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대북관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데 있다.

◆ 부시는 20일 연두교서에서 "세계는 더 나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변하면서 그 예로 리비아와 이라크를 들었다. 리비아와의 9개월에 걸친 협상은 성공했지만 이라크와의 12년 외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다피는 "자발적으로 모든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들을 공개하고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라크의 경우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지금 "아무도 미국의 말을 의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한 리비아든 침략해 점령한 이라크든 모두가 '미국의 지도력과 결의'로 됐다는 것이다.

◆ 그리하여 부시는 일찌기 '악의 축'이라 부른 세 나라중 제거된 이라크를 제외한 두 나라중에서, 북한의 경우 "핵프로그램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고 이란의 경우 "핵무기를 개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부시는 이라크나 리바아와는 "다른 위협들은 다른 전략들을 요구한다"면서 "미국은 세계의 가장 위험한 무기들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갖지 못하도록 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 그런데 최근 몇 가지 정황들을 보면 미국이 북한더러 한가하게 '핵프로그램을 제거할 것을 요구'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미국 민간 방북단(1.6-10)의 일원인 헤커 핵박사는 '북한은 연간 약 6㎏의 플루토늄을 만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으며, 프리처드 전 특사는 자신의 방북 때 김계관 북한 외무부상이 "날이 갈수록 우리의 핵 억제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지연되면 시간은 북한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그래도 북한은 새해 공동사설을 통해 미국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얘기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신들의 '지도력과 결의'로 무장해제시킨 리비아와, 침략해 굴복시킨 이라크 예를 들며 북한더러 다짜고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란다. 미국은 북한을 이라크처럼 다룰 수 없고, 또 북한이 리비아와도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더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은 누구인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가장 위험한 정권은 진정 누구인가?

통일뉴스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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