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경제문제 아닌 인권문제"

평화뉴스
  • 입력 2004.11.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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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외국인선교센터] 박순종(40) 목사..."제도 변해도 현장은 아무 변화없어"


대구지역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보호에 힘써 온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가 문을 연지 일년이 됐다. 지난해 11월 11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단체는 최근 대구지역의 중견업체인 (주)태왕을 상대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산업연수생에 대한 취업보증금 제도를 폐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지하철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은 중국인여성노동자 고 정유홍씨에 대한 산재문제와 장례식 등에도 힘을 기울이는 등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12월 2일 1주년 행사를 앞두고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박순종(40) 목사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 센터를 꾸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외국인근로자 문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근로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인권보호 등 제도적인 문제는 너무 열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도움과 정신적 안정까지도 함께 줄 수 있는 활동을 고민했었다.

- 센터의 구성과 활동은?
= 고경태 목사와 전반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김기록 간사가 여러 사무를 보며 돕고 있다. 그밖에도 후원팀과 자원봉사팀이 있어 여러 방면으로 힘을 얻고 있다.
센터에 도움을 청하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산재문제나 임금체불 등 법적인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고, 다른 단체와 연계해 산업연수생 문제와 같은 제도개선과 강제 추방 반대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1년 사이 500여명을 만나 도움을 줬는데, 최근에는 그 수가 늘어 하루평균 5명 정도의 외국인근로자가 사무실을 찾는다. 월급이나 산재문제도 크지만 정신과 마음의 고통도 심각하기 때문에 이들의 심적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그동안의 성과라고 한다면?
= 태왕 고발건으로 산업연수생 제도를 막은 것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그러나 그 결과도 한 업체에 한정된 것일뿐 다른 업체들은 꿈적도 하지 않아 고발과 재판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고 정유홍씨 사건도 100일장을 치룰 때까지 꼬박 석달을 뛰었지만 큰 성과 없이 끝나, 우리 사회의 벽을 증명한 셈이 됐다.
오늘도 출입국 관리소에 잡혔다는 연락과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졌다. 1년 사이 단체 활동은 물론 정부의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정작 근로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아무런 변화는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 정부는 물론 언론에 대한 실망도 클 것 같은데...
= 정부는 한마디로 인권유린에는 단호하고, 인권보호에는 느슨하다. 우리 정부가 현실적 대안 없이 강경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가장 답답하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지금의 한국 정부만큼 반인권적으로 불법체류자를 대하는 곳은 없다. 정부는 외국인근로자 문제를 경제논리로 따지고 있지만 인간은 경제논리로 따지리 수 없다. 불법체류 문제에 한국정부가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해도 한국의 경제 구조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정부는 간접적인 책임을 져야만 한다.
언론이 이런 문제의 핵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관심으로 일변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언론의 무관심은 오랜 일이기 때문에 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지만, 제도의 변화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함께 움직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외국인노동자들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우리 음식의 기본이 되는 것이 쌀이라면 우리 경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3D업종이다. 한국 인력이 모두 기피하는 이곳에서 외국인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농부만큼이나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햇볕도 없는 창고에서 주야 12시간 교대근무로 휴일 없이 일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30만원이다. 만약 하루 휴일 얻고 싶다면 24시간 근무로 그만큼의 일을 채워 넣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연수생 제도의 보증금을 핑계로 그 돈마저도 주지 않으려는 것이 현실이다. 보증금 4-500만원을 갚고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체류자가 돼 숨어서 돈을 버는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 앞으로의 특별한 계획이 있나?
= 최근 외국인어린이 양육 문제와 관련된 일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자녀 양육에 관한 것이다. 분진이 날리는 곳에서 12시간 넘게 일하면서 아기를 기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기들 대부분이 태어난지 3-5개월만에 부모곁을 떠나게 된다. 어떤 필리핀 여성은 아기를 낳은지 17일만에 고국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이 아이들을 키워줄 수 있는 탁아방과 위탁양육가정을 찾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문제의 해결책이 그리 쉽게 마련되지는 않겠지만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인간으로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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