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투기' CCTV, 예산 수 천만원에 단속실적은 1% 불과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5.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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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기초지자체, 차량번호도 식별 안되는 저화질에 관찰인력도 부족..."투자 대비 효율 따져야"


대구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설치한 CCTV의 단속실적이 1% 안팎에 그치고 있다. 해마다 수 천만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저화질에다 감시 인력도 부족해 실제 적발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CCTV를 설치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아 CCTV를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시 중구(구청장 윤순영)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058건의 쓰레기 불법투기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CCTV 단속건수는 전체의 0.75%인 8건에 그쳤다.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나머지 99%는 무기계약직 단속반 인력 8명의 적발 건수다. 관내 설치된 카메라가 42대나 되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형편이다.

앞서 2014년에는 구비 5,000만원으로 고화질 CCTV 13대와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통합관제시스템 구축을 했고, 이듬해에는 850만원을 들여 5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올해는 1,500만원을 들여 고화질 CCTV 6대를 추가로 설치한다. 또, 1차 추경예산 3,400만원을 편성해 대봉동, 남산동 일대에 고화질 CCTV로 교체할 계획이다.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을 위한 주민들의 CCTV 설치 민원이 매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1,000만원을 들여 고화질 장비 5대와 인터넷 회선을 임대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지만, 이를 통한 단속건수도 4건에 불과하다. 카메라 대부분이 대상이 촬영 영역을 벗어나면 추적이 불가능한 고정형이기 때문에 불법투기를 목격했더라도 적발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 관찰 인력도 부족해 CCTV가 제 구실을 못 하고 있어 수 천만원의 장비보다 단속반의 직접 단속수가 더 많은 실정이다.

(왼쪽)중구 봉산동 봉산문화길에 설치된 불법투기 단속 CCTV와 (오른쪽) 봉산동 한 주택가에 무단투기된 쓰레기들(2016.5.4. 봉산동)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왼쪽)중구 봉산동 봉산문화길에 설치된 불법투기 단속 CCTV와 (오른쪽) 봉산동 한 주택가에 무단투기된 쓰레기들(2016.5.4. 봉산동)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단속반은 주택가와 원룸 등의 집중 단속지역을 다니며 종량제봉투를 쓰지 않고 버리거나 음식물·재활용 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함께 버리는지를 확인한다. 봉투를 열어 인적사항을 알아내 주의조치나 심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중구는 단속한 1천여건에 대해 7,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성구(구청장 이진훈)는 모두 82대의 CCTV를 설치해 쓰레기 불법투기를 감시하고 있다. 올해는 예산 7,560만원으로 기존장비 유지비와 18대 추가 설치에 쓴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885건 가운데 CCTV 적발수는 9건으로 1.01%에 그쳤다. 나머지는 4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적발해 1억3,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들은 2명씩 2개조로 이동하면서 아침 6시~밤 10시까지 단속한다.

달서구(구청장 이태훈)에는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감시카메라가 128대, 녹화형식은 32대로 총 160대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00대는 방범용 CCTV를 고화질로 교체하고 기존에 쓰던 CCTV를 재사용한 것이다. 최근 5년간 투입된 예산은 1,400만원으로 타 지자체보다 적지만 현재로는 차 번호판도 식별하기 어려운 상태다. 때문에 달서구 역시 카메라를 이용한 단속은 지난해 11건으로 전체 709건 중 CCTV 적발율은 1.5%에 불과하다. 반면 7명의 무기계약직은 같은해 698건을 적발해 1억2천만원 가량의 과태료를 거둬 들였다.

(왼쪽)수성구 범어4동 한 주택가에 설치된 CCTV와 (오른쪽)범어2동의 원룸 밀집지역에 버려진 쓰레기들(2016.5.4. 범어동)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왼쪽)수성구 범어4동 한 주택가에 설치된 CCTV와 (오른쪽)범어2동의 원룸 밀집지역에 버려진 쓰레기들(2016.5.4. 범어동)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이에 대해 각 구청 담당자들은 "CCTV 설치 목적은 단속이 아니라 주의와 예방차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안으로는 "단속카메라의 이동식 설치와 홍보 강화"를 들었다. 김경훈 중구 녹색환경과 주무관은 "현수막이나 LED 문구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불법투기를 꺼리게 된다"며 "유동인구와 관광객이 많아 쓰레기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지난해 쓰레기 총 배출량이 1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강동 수성구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실시간 감시나 제보를 통한 적발은 힘들다"면서 "기대효과는 단속과 감시보다는 주의와 예방"이라고 말했다. 이병활 달서구 청소과 폐기물팀장 역시 "CCTV 설치 민원은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어서 단속 실적이 떨어지는 것은 알지만 설치 대수를 줄이기는 어렵다"며 "CCTV 설치 후 분명 불법투기가 줄었다. 효과가 떨어질 즈음 설치장소를 변경해 계도와 감시 효과를 강화할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CCTV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반대하지만, 과속 단속장비처럼 불법투기에 대한 감시와 주민들에게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쓰레기를 줄이거나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한다. 민원이 들어온다고 해서 CCTV 설치하는 것은 투자대비 효율을 따져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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