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생태축 비슬산 망치는 임도공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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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가 완전히 깎여나간 임도 조성 현장..."제발 이 미친 토건공사를 멈추게 해주세요"


“큰일 났습니다. 지금 비슬산 한 능선의 숲을 다 베어내고 임도를 닦고 있어요. 그 계곡길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이제 능선을 넘어 계곡길로 내려오고 있어요. 제발 이 미친 토건공사를 멈추게 해주세요”

한 제보자의 다급한 전화의 목소리가 들여온 것은 며칠 전이었다. 달성군이 임도((林道, forest road)는 임산물의 수송이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조성한 도로)를 닦는 공사를 하면서 비슬산의 아름다운 숲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슬산 임도조성 공사 현장에서 뿌리째 뽑힌 채 나뉭구는 참나무.ⓒ정수근
비슬산 임도조성 공사 현장에서 뿌리째 뽑힌 채 나뉭구는 참나무.ⓒ정수근

그래서 지난 13일 오후 그 현장을 찾았다. 문제의 임도는 가창 정대에서 화원읍 본리리까지로 대략 총 6킬로의 길이에 해당한다. 현재는 가창 정대에서 비슬산 능선까지 임도를 닦았다. 계획 구간의 절반을 닦았고, 이제 반대편 계곡으로 길을 낼 차례다.

오른쪽 파란색 구간은 작년에 공사를 끝낸 상태이고, 붉은색 구간은 올해 공사를 계획한 구간이다. ⓒ달성군 제공
오른쪽 파란색 구간은 작년에 공사를 끝낸 상태이고, 붉은색 구간은 올해 공사를 계획한 구간이다. ⓒ달성군 제공

그 반대편 등산길로 산을 올라 문제의 현장까지 가볼 요량으로 길을 나선 것이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 들어서게 된 화원읍 본리리는 참 아름다운 동네였다. 비슬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남평문씨 세거지라는 전통마을도 자리 잡고 있는 골짜기가 깊은 마을로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화원자연휴양림도 자리 잡고 있다. 대구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남평문씨 세거지와 화원자연휴양림을 지나 용문사 초입까지 차를 몰아 들어가는 길은 그 길 자체가 하나의 등산로로 도로가 놓이기 전에는 오솔길을 따라 걸어서 올라가는 멋진 등산로였을 것이다. 

용문사 입구까지 다라라 이제 본격적인 등산길로 산을 올랐다. 그곳은 유명한 용문계곡을 지나게 된다. 제보자의 말처럼 그 등산길은 참 아름답고 호젓했다. 너무 높지도 가파르지 않은 그 길은 시골길처럼 아늑했다.

호젓한 오솔길로 이어진 등산길.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힐링의 시간이 따라 없다.ⓒ정수근
호젓한 오솔길로 이어진 등산길.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힐링의 시간이 따라 없다.ⓒ정수근
이처럼 계곡길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내내 산을 오르게 된다.ⓒ정수근
이처럼 계곡길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내내 산을 오르게 된다.ⓒ정수근

용문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어가니 힐링의 시간이 따로 없다. 평일 오후라 다른 등산객도 없이 오로지 산과 내가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물소리와 이름 모를 새소리가 어우러진 그곳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누가 이곳의 평화를 앗아가는가

그러나 힐링의 시간은 이내 사라지게 된다. 경매에 들어선 물건에 붙이는 붉은 딱지처럼 붉은색 리본이 새로 날 길을 따라 상류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공사 계획대로라면 그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폭 5미터의 넓은 길이 그 아름다운 계곡길로 밀고올라가게 돼 있다.

계곡에도 공사용 표식이 내걸렸다. 계곡도 뭉개고 그 위로 임도를 닦겠다는 뜻이다. ⓒ정수근
계곡에도 공사용 표식이 내걸렸다. 계곡도 뭉개고 그 위로 임도를 닦겠다는 뜻이다. ⓒ정수근
 
제보자의 다급한 심정이 절로 느껴졌다. 아름드리 소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밤나무, 박달나무 등등 무수한 아름드리나무로 이루어진 숲이 몽땅 잘려나가게 돼 있다. 붉은 리본은소나무에도 박달나무에도 걸렸다.

어떤 나무는 노랑색 테두리가 쳐져있다. 이식용 나무라는 뜻이다. 게 중에 모습이 아름답고 특이한 소나무는 그렇게 선택 받아, 수천에서 수억원의 돈에 팔려 그 정든 숲을 떠나게 될 것이다.

호젓한 오솔길에 나붙은 공사 표식. 이 길을 따라 폭 5미터 정도의 임도가 계획되어 있다.ⓒ정수근
호젓한 오솔길에 나붙은 공사 표식. 이 길을 따라 폭 5미터 정도의 임도가 계획되어 있다.ⓒ정수근
임도가 계획된 이곳에 이름모를 야생화가 피었다. 이곳은 수많은 동식물들의 서식처다.ⓒ정수근
임도가 계획된 이곳에 이름모를 야생화가 피었다. 이곳은 수많은 동식물들의 서식처다.ⓒ정수근

떠나게 되는 것이 비단 나무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 숲을 제집 삼아 살던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은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고 쫓겨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곡길을 오르자 한 시간도 안 걸려 문제의 현장이 나타난다. 새로 닦여진 임도 바로 밑에서 본 그들의 공사방식을 보니, 그들의 공사에서는 숲에 대한 조그만 예의도 찾을 수 없다.

산허리를 중장비를 동원해 마구 까대면서 위에서 흘러내린 사석이 아름드리나무에 부딪혀 굴참나무는 뿌리째 뽑혀 쓰려져 있고, 박달나무는 허리가 꺾여 있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불구가 된 나무들. 집단 생매장터를 떠올리는 것은 필자만의 예민함 때문일까?

뿌리 뽑힌 나무, 잘린 나무들이 온 숲을 나뒹굴고 있다. 산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정수근
뿌리 뽑힌 나무, 잘린 나무들이 온 숲을 나뒹굴고 있다. 산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정수근

산허리가 완전히 깎여나간 임도 조성 현장

조금만 더 오르니 이내 문제의 임도 조성 현장이다. 예상대로 중장비를 동원해 산허리를 마구 깍아내렸다. 나무들은 잘려나간 채 어디론가 실려나갔을 것이고, 일부는 정지작업이 돼 주변 숲에 모여 있다. 또 일부의 아름드리나무는 뿌리째 뽑혀 어디론가 실려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아름드리나무는 어느 군수님 댁 앞마당에 심겨지기도 한다.

필자가 오른 호젓한 오솔길과 같은 길이 이곳에도 나있었을 것이고, 그 길을 따라 임도가 닦여졌다. 그 길은 폭이 무려 5미터나 되는 도로인 것이다. 그 길에 시멘트 포장도 계획돼 있다. 이것이 이 나라 임도의 실체다.

산허리를 깎아 임도를 조성하고 있다. 산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수근
산허리를 깎아 임도를 조성하고 있다. 산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수근

그래서 달성군 공원녹지과 담당자에게 물었다. 꼭 이런 아름다운 숲을 망가뜨면서 임도를 내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임도의 목적은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우리나라는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임도 조성 비율이 많이 낮다. 친환경적인 임도를 닦겠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

돌아온 답변이다. 그러나 이는 산림의 양만 단순히 비교한 발언일 뿐이다. 유럽은 산림자원용으로 계획된 수림이 많다. 반면에 우리는 산림자원용으로 조성된 숲이 아니다. 즉 산림자원으로 쓸 만한 나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임도는 새로운 도로를 위한 포석일 뿐이다

이 현장에서도 확인한 바지만 임도는 대게 새로운 도로를 위한 포석으로 기능할 뿐인 것 같다. 임도는 슬그머니 새로운 도로가 되기 마련인 것이다.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 길은 결국 사람들의 왕래을 위한 도로가 될 것이 뻔하다. 산은 산처럼 그대로 놔둬야 한다. ⓒ정수근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 길은 결국 사람들의 왕래을 위한 도로가 될 것이 뻔하다. 산은 산처럼 그대로 놔둬야 한다. ⓒ정수근

지금까지 벌인 공사에서 정리를 하면 안 되는가란 필자의 질문에 담당자는 다시 대답했다.

“임도는 연결해야 한다. 이쪽과 저쪽의 주민들 편의를 위해서도 길을 연결해야 한다. 차도 왕래가 가능하다. 산악용 자전도도 이용하게 하면서 많은 이들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애초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미 계획돼 있는 것이다. 제보자도 그 점을 크게 염려하고 있었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비슬산의 다른 방향에 있는, 유가사에서 대견사지 터까지 지금 전기차를 운행하는 길도 처음에는 그것이 임도였다는 것이다. 임도가 차가 왕래하는 도로가 돼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노진철 의장은 말한다.
 
"비슬산이 임도건설이라는 미명 하에 산야를 마구 파헤치는 파괴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임도는 산야를 관리하고 산불을 막기 위해서 놓는 것인데, 비슬산 임도건설은 그로 인해 오히려 산야가 파괴되는 거꾸로 가는 국토개발 행정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결국은 임도가 새로운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뿐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래서다. 적어도 생태계가 잘 보존된, 대구의 중요 생태축인 비슬산과 같은 산지에서는 임도 조성은 가급적 피하자는 말이다.

계곡을 옆을 난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등산길이 길게 이어져 있다. ⓒ정수근
계곡을 옆을 난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등산길이 길게 이어져 있다. ⓒ정수근
아이들이 숲속학교로 이용하는 골짜기다. 이래도 공사를 강행하려는가? 환경은 미래세대의 몫이다. 아이들을 위해 이곳은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정수근
아이들이 숲속학교로 이용하는 골짜기다. 이래도 공사를 강행하려는가? 환경은 미래세대의 몫이다. 아이들을 위해 이곳은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정수근

개발이냐 보존이냐 판단의 기준을 생각해본다. 개발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 기준은 “꼭 필요한 개발이냐”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번 임도조성은 꼭 필요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대구 근교의 두 아름다운 골짜기를 연결해서 뭔가 새로운 개발의 잇권을 잡으려는 욕망에 근거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이번 임도 조성공사는 원점에서 재검토 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국의 모든 임도가 어떻게 조성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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