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감은 '좋은 학교'에 대한 공부부터 다시 하고 편지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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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구시교육감은 '좋은 학교'에 대한 공부부터 다시 하고 편지를 써라.

  우동기 교육감은 근래 들어 대구시교육청 관할 모든 교사들에게 ‘교육감이 드리는 좋은 학교를 위한 작은 편지’(이하 작은 편지) 글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 중 대구시교육감이 여섯 번째로 전 교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은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이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좋은 학교란, 때로는 열심히 경쟁하는 학교입니다
운동회나 체육대회는 학교의 큰 행사이며,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운동회나 체육대회의 달리기 경주에서 경쟁시키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경주에서 뒤쳐지는 학생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모두 줄세워 결승선을 통과시키거나 마지막 친구가 올 때까지 결승선을 통과하지 않고 기다리기도 합니다. 배려하는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때로는 경쟁의 경험도 중요합니다. 당연히 순위는 생깁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학생도 있고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경쟁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달리기가 늦어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못해도 기죽지 않고 인생을 견디며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도 중요합니다.


1.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뒤처지는 친구나 걸려서 넘어진 친구를 모두가 기다렸다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례가 뉴스에 나오거나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 이것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는 경쟁의 경험이 중요한” 학교가 아니라 “일상이 과도한 경쟁인” 학교에 다니고 있다. 도대체 우동기 교육감은 학교의 상황을 파악이나 하고 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위와 같은 조그만 배려의 사례로 인해 학교에서 더 이상 경쟁이 없어지면 어떡하나 불안해하는 것은 아닌가?

2. “달리기가 늦어도 공부를 못해도 기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할 교육감이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고 인생을 견디며 살아가는 힘을 기르라는 말에 깊은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으로 좋은 학교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교육청과 교육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 훈화는 이미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억압의 한 단면은 아닌 지 고민하길 바란다.

3. 그동안 대구시교육청은 지나친 경쟁교육이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이 또한 신기한 일일 뿐이지만), 협력수업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학교현장에서 교육청 장학지도가 나오면 교사들에게 제일 강조하는 것이 교실 책상을 ‘ㄷ’자 형태로 배열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모 학교의 연구부장은 “아이들의 허리와 목이 아프지 않도록 칠판 쪽으로 몸을 돌려 앉을 수 있도록 미리 연습을 시켜라”는 교내 메시지를 보내 교사들의 원성을 샀다. 이렇듯 형식적이나마 협력 수업을 강조하던 대구시교육청이 갑자기 경쟁이 필요하다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일선 교사들로서는 난감할 따름이다.

4. 편지의 낭만은 답장을 주고 받으며 글로써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는 것이다. 십삼 년동안 이황과 기대승이 편지 왕래를 통해 사단칠정 논쟁을 벌인 것을 두고 두고 회자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작은 편지”에는 답장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편지 왕래를 통해 ‘좋은 학교’에 대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할 뿐이다. 결국 “작은 편지”는 교사들에게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고민의 단초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닌 스트레스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전교조 대구지부는 교육감의 “작은 편지 쓰기”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대구교육감이 현장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담아낼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16년 5월 31일

전교조 대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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