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Platform Screen Door)' 설치 과정에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기존 안전펜스가 열흘 넘게 철거돼 "규정 위반" 지적이 일고 있다. 스크린도어나 안전펜스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지만 스크린도어 공사를 위해 유일한 안전시설마저 제거했기 때문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사장 홍승활)는 올 3월말부터 6월 현재까지 스크린도어가 없는 대구도시철도 1~2호선 49개 역사에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입찰에 낙찰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템이 각각 1호선 27곳과 2호선 22곳에서 공사 중이다. 예산은 모두 518억원이다.
예정지 49곳 중 오는 8월까지 24곳의 1차 공사가 끝난다. 공사가 끝나는 역마다 7월부터 순차 가동에 들어간다. 나머지 25곳 2차 공사를 벌여 내년 6월쯤 49곳 모두 가동한다. 완공되는 내년부터 대구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율은 100%에 이른다. 앞서 대구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스크린도어 설치율 '전국 꼴찌'라는 지적을 받았다. 때문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역사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설치 중 안전시설 미비로 논란이 일고 있다. 2호선 신남역은 스크린도어 설치를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6월 3일 현재까지 열흘넘게 안전펜스가 철거된 상태다. '위험하오니 선로에 머리를 내밀지마십시오',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노란색 경고문만 덜렁 선로에 붙어 있다.
스크린도어 완공 전에 안전펜스마저 없는 지하철역이 된 것이다. 공사 중인 다른 역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 결과 차량과 승강장 사이의 마지막 울타리가 사라져 시민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 특히 대구지하철에서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6명이 투신과 실족 등 다양한 이유로 지하철 선로에서 숨졌다.
대구의 이 같은 시설 미비는 정부 규칙에도 어긋난다. 국토교통부령 '도시철도건설규칙' 제30조2(승강장의 안전시설)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승강장에는 안전펜스 또는 스크린도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안전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둘 다 없는 것은 '규칙 위반'이다.
때문에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당시 코레일은 유리문을 달때까지 기존 안전펜스를 철거하지 않고 공사했다. 고무판, 가림막, 보호막 등을 설치해 최소한의 안전시설도 마련했다. 부산지하철도 안전펜스 뒤에 공간을 따로 만들어 설치 부분만 조금씩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염광열 국토교통부 광역도시철도과 사무관은 "스크린도어 공사를 위해 아무리 짧은 시기라 하더라도 안전시설물 둘 중 하나도 설치하지 않은 것은 규칙 위반"이라며 "공사에 참여하는 근로자들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빨리 안전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광모 대구도시철도공사 PSD단장은 "스크린도어 설치 전 펜스 철거 금지 규정은 없다"며 "펜스 없는 시기는 불과 며칠이고 안전요원 1인도 배치했다.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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