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형마트, 불매운동에도 여전히 '옥시' 판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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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등 7곳 끼워팔기까지..."단계적 철수" / 시민단체 "즉각 철수"...대구시는 '방관'


대구지역 대형마트들이 전국적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살균제 판매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옥시 레킷 벤키저(Oxy Reckitt Benckiser)' 제품을 여전히 판매해 비난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는 "즉각 철수"를 촉구한 반면, 마트 측은 "단계적 철수"를 주장했다. 특히 대구시는 타 지자체와 달리 여전히 '방관'하고 있어 시민단체가 "불매운동 동참"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사)소비자교육중앙회 대구광역시지부, 대구YWCA, 대구YMCA 등 5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소비자단체협의회'는 13일 롯데마트 율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옥시는 수많은 피해자를 냈음에도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 안전을 위해 대형마트는 옥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판매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 부산 등 전국 10개 롯데마트 에서 동시진행됐다.

"옥시제품 매장 철수"와 "판매 중단"을 촉구 기자회견(2016.6.13.롯데마트 율하점)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옥시제품 매장 철수"와 "판매 중단"을 촉구 기자회견(2016.6.13.롯데마트 율하점)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들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만 수 백명이고, 직·간접 피해자도 수천에서 수 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지역 대형마트는 옥시제품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고, 기업과 정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국민을 우롱한 기업을 영구 퇴출시켜 소비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마트 각 지점들은 책임 있는 사과와 제품 철수를 통해 불매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들은 지역 주민들과 연계해 대구지역 대형마트 전 지점에서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8일에는 환경단체와 함께 이마트 만촌점에서 카트에 옥시 전 제품을 담아 진열대에서 빼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옥시 제품 불매"를 촉구했다.

마트 진열대에서 옥시제품 빼기 퍼포먼스(2016.6.8. 이마트 만촌점)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마트 진열대에서 옥시제품 빼기 퍼포먼스(2016.6.8. 이마트 만촌점)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퍼포먼스로 진열대에서 빠진 옥시제품(2016.6.8)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퍼포먼스로 진열대에서 빠진 옥시제품(2016.6.8)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또 이들 단체는 지난달 7~10일까지 홈플러스(대명점·용산점·내당점), 이마트(반야월점·대구점·만촌점·월배점), 동아쇼핑 본점 등 지역 8곳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의 옥시 제품 판매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동아쇼핑 본점에서만 제품을 완전 철수했고, 나머지 7곳은 여전히 판매 중이다. 특히 홈플러스 세 지점에서는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이른바 '끼워팔기', '1+1(원플러스원)' 행사도 하고 있었다.

정은영 대구YWCA 사무국장은 "대형마트 각 지점들은 재고와 일부 소비자 수요가 있다는 이유로 여전히 옥시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생활용품 대부분을 마트에서 구매한다. 대형마트가 옥시제품을 판매대에서 철수해야 불매운동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PB상품(자체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국내 빅3마트(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의 대구본사 격인 이마트 만촌점, 홈플러스 대구점, 롯데마트 대구점과 코스트코 대구점 등 네 곳에 공문을 보내 '옥시제품 전량 철수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이마트 만촌점에서만 "추가 발주는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했다. 대구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기준 3곳 모두 여전히 옥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마트 진열대에서 '옥시 OUT' 피켓을 든 시민들(2016.6.13)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롯데마트 진열대에서 '옥시 OUT' 피켓을 든 시민들(2016.6.13)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롯데마트 율하점에서도 세탁용품과 청소용품, 세정제, 흡습제, 방취제 등 옥시의 여러 제품을 판매대에서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매장에 들어가 제품이 진열된 곳에서 "살인기업 옥시 OUT", "소비자 속이는 업체 퇴출" 등의 피켓을 들고 10분가량 침묵시위를 벌였다.

손호철 롯데마트 율하점 부점장은 "옥시 제품이 종류와 물량이 많아 한꺼번에 빼면 대체할 상품이 없기 때문에 일부 놔둔 상태"라며 "4월부터 행사 진열대와 상품이 잘 보이는 '엔드매대'에서는 철수했고 추가발주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세제와 같은 물품이 대체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수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기업이 만들고 정부가 허가한 제품을 사용해 많은 피해자들이 나왔지만 현재 그들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 4월 공식사과를 했음에도 여전히 옥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구시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설 수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태근 대구시 환경정책과 대기환경팀장은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은 현재 소관부서가 명확하지 않다"며 "현재 가습기살균제 관련 피해접수나 기관안내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광주시 등 타 지자체의 경우 본청·산하기관에서 옥시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에 함께 하는 상황이다.

"옥시제품 사지도 팔지도 말자" 피켓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2016.6.13)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옥시제품 사지도 팔지도 말자" 피켓을 들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2016.6.13)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이 지난 6월 8일 공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5월 31일까지 접수된 피해신고는 모두 2,339건으로 이 가운데 464명이 사망했다. 또 제품별 사망자 수가 집계된 지난 1, 2차 조사 결과에서 사망자 146명 중 104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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