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촉구한다
(12.3 민변 대구지부)

평화뉴스
  • 입력 2004.12.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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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민변 대구지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촉구하며

민변 대구지부 회원들은 우리 사회의 냉전적인 의식과 제도를 극복하고, 반인권적인 악법을 청산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의 즉각 폐지를 촉구한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반공이데올로기라는 낡은 사고의 틀에 갇혀 있었고, 이를 권력유지에 악용한 정권에 의해 무수한 사람들의 소중한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특히 대구지역은 유신시대 사법살인으로 불려지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체입법론, 형법보완론이 형식만 바꾼 채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이를 반대한다.

우리는 6.25 동란이라는 전쟁 상황에서 현행 형법이 제정되었고, 제정과정에서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전제로, 일제시대 전시체제에서 신설되었던 인심혹란죄를 내란죄의 선전, 선동죄로 형법에 도입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우리나라 형법은 국가안보를 해하는 행위로부터 국가를 방어하는데 있어 충분한 규정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은 1953년 현행 형법의 제정·시행과 동시에 이미 운명을 다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형법은 범죄로부터 개인, 사회, 국가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서 최후에 적용되어야 할 규범이고, 이러한 보충성의 원칙이 형사법과 기본권의 대원칙이다. 따라서 형법에 국가안보에 관련된 처벌조항이 넉넉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것에 불과한 행위, 처벌의 필요성이 없는 행위, 교과서에나 가능한 상상 속의 행위 등을 처벌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존속시켜야 한다거나 형법에 국가보안법의 일부 조항을 변형시켜 그대로 존치시키려는 기회주의적인 사고는 지양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안보는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에 기초한 다양성이 발휘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공통의 가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전제로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고, 수 십 년간 인권침해의 혐의를 벗지 못해 온 국가보안법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확인하고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 고난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온 역사적인 경험이 있기에 일부 언론과 세력들이 말하는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따른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은 기우에 불과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아울러 그들의 의도는 국가안보와 무관하게, 반대파의 인권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헌 칼을 계속 가지려는 음모에 지나지 않음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평화통일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있다. 따라서 남북간에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냉전시대의 제도와 의식을 대표하고 인권을 짓밟아 온 국가보안법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2004. 12. 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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