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다시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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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식 / 2017년 주민제안사업 선정 총회는 끝났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복기부터...


지난 8월 19일(금),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시 주민참여예산제도 총회에서는 2017년 주민제안사업을 선정하여 264건(약 102억 원)의 사업을 확정했다. 선정된 제안사업은 2017년 대구시 예산안에 편성되어 시의회 심의과정을 밟게 된다.

2017년 대구시 예산에 반영될 주민제안사업 결과를 살펴보면, 공무원의 직, 간접적 개입이 일정부분 확인된 달서구와 북구가 가장 많이 선정되었고, 중구까지 합치면 3개구에서 예산대비 과반을 넘겼다.

대구시 홈페이지 '주민참여예산' 자료를 분석해 재편집 / 우리복지시민연합
대구시 홈페이지 '주민참여예산' 자료를 분석해 재편집 / 우리복지시민연합

내용적으로 보더라도, ‘공원 등 관련시설물 설치’, ‘보도블럭, 아스팔트 포장 등 교통시설물 보수·설치’ 건에서만 183건이 선정되어 전체의 69.3%를 차지했고, 예산은 약 77억 4천만 원으로 전체예산의 76.1%나 된다. 이 두 개 사업 외에도 그동안 논란이 된 ‘CCTV · 방범등 설치’, ‘기타 시설물 설치’ 등을 포함하면 전체 예산 101억 7천만 원 중 90%를 넘는다. 이들 사업들은 따지고 보면 대구시와 8개 구·군이 재정을 투입하여 실시하여 할 사업들이다.

2년을 맞이한 대구시의 주민참여예산제도. 지금부터는 냉정한 평가에 기초한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 대구시와 구·군 공무원의 과도한 개입, 경쟁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대구시와 같이 일정규모의 주민제안사업 예산을 사전에 펀딩한 후 주민제안사업 공모를 받을 경우 지자체 간의 경쟁과 개입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따라서 지자체 간 경쟁과 개입을 사전에 막고 주민참여예산 취지를 얼마만큼 살리느냐가 제도 정착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 그렇게 외치던 주민참여, 민관 거버넌스는 왜 실종되었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편성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대구시는 올해 주민제안사업 중 대구시와 구군 담당부서와 사전 논의를 거쳐 제출한 사업은 불과 10% 남짓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 나머지 90%는 자발적으로 시민이 알아서 작성해서 제출했다는 말인가? 이걸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도 취지를 살리고, 지자체간 경쟁을 다소나마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제안자인 시민과 행정 공무원이 사전에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채택 시 현실화시킬 바람직한 방안을 검토 한 후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려면 한두 번 만나서 될 일이 아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제안사업 공모 시기에만 반짝하는 제도가 아니라 평소에 자기 동네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지역을 바꾸는 일상적 활동의 연장이다. 주민참여가 미흡하면 공무원들은 행정과 예산을 잘 모르는 시민 탓으로 돌리면서 자기들이 주도적으로 개입한다. 이 같은 관행은 주민제안사업에도 그대로 녹아져 있다. 이건 제도 취지에 역행하는 행위다.

● 구군이 먼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은 구군의 쌈짓돈이 아님을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대구 8개 구·군 중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북구가 하고는 있지만, 북구청의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5억에 불과해 동별로 나눠 먹기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북구는 그나마 시늉은 내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구군은? 구군은 형식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면서 대구시 주민참여예산을 곶감 빼먹듯이 해서는 안 된다. 정말로 염치없는 짓이다. 그러면서 시민 탓으로 돌리는 것은 못된 행정 관행이다.

● 사회단체보조금으로 추락시켜서는 안 된다
주민참여예산을 구군은 쌈짓돈으로, 민간단체들은 사회단체보조금 정도로 인식하는 것을 처음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구군은 주민자치위원, 관내 관변단체 및 보조금 지원 민간단체에 제안사업 공모를 독려했다. 자기 단체 사업을 신청하기도 했고, 아는 사람을 통해 우회적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삶의 터전인 자기 동네를 바꾸는 제도를 특정단체 지원으로 왜곡시키는 것은 제도 악용이다. 정말로 필요하면 대구시와 구·군 재정으로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주민참여예산사업은 시범사업이 아니다.
이번에 선정된 주민제안사업 중 다수의 사업은 소위 ‘시범사업’이라 한다. 한번 해보고 성과가 좋으면 대구시나 구군이 재정사업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말하는 내용을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주민제안사업은 1년 사업으로 시범사업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고, 사전에 충분한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논의되었다면 이 같은 말 자체가 나 올 리 없다. 대구시 재정사업 등으로 가기 위한 우회적 과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악용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보조금을 받는 단체와 유착의혹도 제기될 소지가 있다.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아 개선이 필요한 주민참여예산제도, 제도 도입 취지를 살려 조속한 정착이 요구된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주민참여 예산위원회의 구성을 15명 이하로 제한하고, 전체 위원의 4분의 1을 공무원으로 구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은 주민참여예산위원을 250명, 대구는 100명으로 운영하고 있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정부의 입법예고에 대해 실질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광역 및 기초지자체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한발 물러난 상태다.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 초기에는 행정자치부가 조례 준칙을 만들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박제화시키더니 또 다시 지방자치와 주민참여를 후퇴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대구시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2년의 결과를 다시 복기하면서... 그리고 정부 눈치도 제발 그만보고...






[기고]
은재식 /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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