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과 최저임금 결정과정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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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대구청년유니온) /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적 결함, 공정하지 않은 결정 방식 바꿔야"


1. 왜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할까?

  내년인 2017년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지난 7월 16일 새벽 3시 40분이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의 노동자 위원 전원과 사용자 위원 두 명이 퇴장한 상태에서, ‘속개’된 14차 ‘전원회의’는 단 10분 만에 내년의 ‘최저임금 수급자’들의 삶을 결정해 버렸습니다. 물론 6470원은 노측, 사측 위원들 모두에게 그렇게 썩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닐 것입니다. 10000원이 상징적인 금액이든, 현실을 반영한 금액이든, 어쨌거나 심의촉진구간의 상한선인 6838원은 10000원에 비해 너무 작았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의촉진구간의 하한선은 6253원이었습니다. 이는 6030원에서 겨우 3.7%(반올림) 오른 금액이었고, 사실 10000원에서 6838원으로 깎인 절대량, 상대량에 비하면 턱없이 좋은 조건이었지만, 애초에 동결(아마 마음 속으로는 인하)을 주장했던 사측 위원들은 6253원에도 만족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짧은 글 만으로도 몇 가지 의문이 듭니다.

1. 노측 위원 전원과 사측 위원 2명이 퇴장한 상태, 즉 전체 위원의 41%가 퇴장한 상태에서 어떻게 회의가 ‘속개’될 수 있었을까?
2.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2017년 최저임금이 어떻게 ‘의결’될 수 있었을까?
3. 노동자 위원은 왜 퇴장해야 했을까?
4. 왜 우리는 노측 위원들이 퇴장한 이유에 대해 알 수 없었을까?
5. 이 글로 봐서는 그 동안 최임위가 14번이나 열렸다는 건데, 왜 우리는 그 동안 회의들의 상세한 경과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까?
6. 최저임금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만으로 모든 상황이 끝나 버리나? 국회를 비롯한 다른 기관의 역할은 없나?
7. 심의촉진구간은 뭘까?
8. 각 측의 요구안에 대해, 심의촉진구간의 편차는 왜 저렇게 큰가?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왜냐면, 위의 글 만으로는 이 8가지, 혹은 그 이상으로 가질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 전혀 대답할 수 없거든요. 이 글, 즉 대구청년유니온 7월 법률브리핑의 목적은 바로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이 무엇인지를 여러분께 잘 설명해 드리는 것입니다. 당연히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간단한 문제였다면 지금 제가 이렇게 글을 쓰기도 전에 여러분 스스로가 질문에 모두 대답하셨을 테니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기 사정이 어떠어떠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이러해야 한다’는 경제적 근거로는 부족합니다. 최임위의 ‘구조’를 보아야 풀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부족’하기 보다는 ‘경제적 문제’는 이 질문들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은 제가 이 글을 통해 이미 결정된 6470원이 너무 적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아마 가끔 비꼬거나 조롱하겠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노측의 주장, 사측의 주장 모두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영세한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물론 인건비에 비해 거의 항상 건물 임대료가 문제입니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충분히 올리지 않으면, ‘최저임금 생활권’에 드는 사람들의 소득이 물가 상승률 등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인간’ 같지 못해질 수 있습니다.(물론 우리가 ‘보편적 인권’에 동의할 때 말이죠!) 그런데 그렇다면 이상합니다. 각각의 주장이 모두 타당한 데에도 최임위가 고작 10분 만에, ‘경이적’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 버린 것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사실 노측 위원이나 사측 위원의 주장의 타당성이 지금 중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의 문제는 10분 만에 최저임금을 졸속으로, 혹은 ‘경이적’으로 ‘처리’해 버리는 것이 가능한 위원회의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각측 주장의 타당성이 의심 받거나, 검증 받아야 했던 것은 최임위가 끝난 지금이 아니라 최임위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 4~7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최임위에서 갑론을박하는 노측 위원이나 사측 위원, 혹은 중간에서 ‘중재’하신다고 땀 좀 빼셨을 ‘공익’ 위원들을 위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였나요? 아니,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 주변에 그걸 가지고 유세를 떨었던 친구가 있다면, 뒷통수를 때려 주세요. 사실은 그러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최저임금위원회의 회의는 속기되지 않습니다. 결국 위원회의 ‘구조’는 시민들이 최임위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충분히 검증할 수도, 논증할 수도, 공감하거나 경멸할 수도 없게 만들었으며, 이 때문에 노측 위원과 사측 위원들이 주고 받은 논쟁들은 빛바래 버렸습니다. 또한 위원회의 ‘구조’는 내년 최저임금을 10분 만에 졸속으로 처리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누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가?...'최저임금 UP 페스티벌' 중 최저임금위 구성의 문제을 알리는 그림판 (2016.6.18.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누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가?...'최저임금 UP 페스티벌' 중 최저임금위 구성의 문제을 알리는 그림판 (2016.6.18.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럼 우리가 문제로 삼아 볼 만한 것은 이제는 위원회의 구조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위원회는 폐쇄적입니다. 투명하지도 않죠. 공정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바로 이 점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논점은 어떻게 위원회를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점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최임위가 왜 이런 구조적 문제들을 내재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최저임금법’과 이에 딸린 시행령, 시행규칙을 봐야 합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과 관련된 규칙들은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최저임금법으로 따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법은 1986년 말에 공포된 이후, 2012년까지 12번 정도 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법은 부칙을 제외했을 때, 31개조로 이뤄져 있죠.(29조는 1999년 개정으로 삭제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30개조입니다.) 최저임금의 의미를 법적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이를 어겼을 때 과태료를 어떻게 물릴지에 대해서도 적혀 있습니다. 생계비 및 임금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도 들어 있으며, 최임위의 구조, 즉 위원들과 위원들의 의무, 권리 등에 대해서도 규정해 놓았습니다. 물론, 이 중 어떤 조항은 ‘타당’합니다. 여기서 ‘타당’하다는 말은, 정리(情理)상으로도 맞고,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정리상 맞다는 것은, 우리가 그 조항에 공감할 수도, 조항을 납득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법 1조는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인데, 아마 1조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1조를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조항들은 타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조항이 타당했다면, 폐쇄성, 불투명성, 불공정 가능성의 세 가지 문제들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물론 위원회가 보인 ‘파행’이나 ‘한심함’ 같은 구조적 문제와는 별개로, 최저임금법 자체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최저임금 ‘차등 지급’이 논란이 되었던 이유는 최저임금법 4조의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이 짧은 문장 하나 때문에 위원회는 3차 전원회의에서부터 6차 전원회의에 이르기까지, 총 네 번의 회의를 ‘허비’해야 했습니다. 3차 회의가 6월 9일이었고, 6차 회의가 6월 27일이었으므로, 많이 보면 한 달, 짧게 보면 20일 정도가 ‘소모’된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14차 회의가 법정 최종 시한인 7월 16일 자정을 넘긴 새벽 3시 40분에 끝났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20여 일은 꽤 인상적이죠. 4조는 어떻게 보면 타당하지만, 어떻게 보면 부당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은 타당할 수도, 부당할 수도 있죠. 고의적으로 모호하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조문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일의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모호함이나 애매함이 없어야 하죠. 바로 이것이 위원회의 구조 문제와는 별개인, 최저임금법 자체의 문제입니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과 같이, 최저임금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최저임금법의 문제, 위원회의 구조와 관련된 문제), 작게 보면 네 가지(위원회의 불투명성, 불공정 가능성, 폐쇄성, 법률의 모호함 등) 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대체로 해결할 수 있죠. 그래서 7월 19일에 서울청년유니온,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함께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했던 것이고 말입니다. 물론 대구청년유니온에서 역시 이번 최저임금 페스티벌 및 관련 캠페인 활동을 통해, 최저임금법이란 ‘구조’가 개혁되지 않으면, 내년 이후로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리라 자성했고, 따라서 대구청년유니온 정책팀에서는 7월의 법률브리핑 주제로 ‘최저임금법’을 선정하였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최저임금법의 어떤 조항 때문에 발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2.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쟁

  상기한 것처럼,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논쟁은 6월 9일의 3차 전원회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위원회 홈페이지(http://www.minimumwage.go.kr/)에서는 회의 결과가 정리되어 ‘회의록’이라는 짤막한 문서로 올라와 있습니다. 여기 올라와 있는 3차 전원회의 ‘회의록’을 참고하면, 사용자 위원이 ‘업종별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의 차이 등을 고려하여 택시, 경비, 편의점 등의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합리적 수준에서 다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에 대해 노동자 위원은 ‘최저임금은 법정 하한선을 정하는 것으로 업종별 차이는 법정 하한선 위에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굳이 업종별로 구분하고자 한다면 최저임금과 별개로 산별노조의 임금협약을 통해 생산성 차이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후로도 6차 회의까지 이 ‘논쟁’은 지리멸렬하게 이어졌습니다만, 그 과정을 여기 싣는 것은 불필요해 보입니다.

  사실 이 논쟁은 좀 ‘비겁’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기한 최저임금법 1조에 따라,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입니다. 누가 어떤 일을 하든,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해 노동한다면, 1시간에 최저임금 만큼을 주어야 합니다.(다만 최저임금법 7조에는 최저임금을 적용할 필요가 없는 예외에 대해 기술되어 있습니다. 3조에서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는 직종도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그 일이 쉬운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격렬한 일이든, 가벼운 일이든 무관합니다. 누가 제게 1시간 동안 동성로에서 광고 현수막을 멍청하게 들고 서 있으라고 하면, 저는 날씨가 얼마나 좋든, 나쁘든, 춥든, 덥든 간에 6030원(2016년 현재)을 받아야 합니다. ‘하한선’의 의미는 바로 이것입니다. 노동자들이 적어도 6030원을 받아야 한다고 법적으로 명시된 것은, 6030원 정도는 받아야 ‘생활 안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정된다’가 아니라 ‘안정을 꾀할 수 있다’인 것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의 최저임금 동결 주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2016.6 대구경총 앞) / 사진. 대구청년유니온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의 최저임금 동결 주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2016.6 대구경총 앞) / 사진. 대구청년유니온
  따라서 최저임금은 일의 경중과 무관합니다. 노동 강도와도 무관합니다. 노동자가 얼마나 크거나 적은 책임을 져야 하느냐와도 무관합니다. 이것은 노동자가 생존하기 위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애초에 ‘업종별 지불 능력’, ‘근로 조건’, ‘생산성의 차이’ 등을 고려해서 택시, 경비, 편의점 등의 업종의 최저임금을 ‘합리적’ 수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사측 위원의 주장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사실 209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시급 6030원은 월급 126만 270원으로 ‘환산’됩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 내부의 위원회인 생계비전문위원회의 「2011년도 생계비전문위원회 개최결과 보고」(1, 2차 회의)를 참고하면, 전연령의 1개월 생계비는 1312755원이었고, 29세 이하의 1개월 생계비는 1702576원, 39세 이하의 1개월 생계비는 1639140원이었습니다. 이는 2008년에서 2010년까지의 자료를 통해 평균낸 값입니다.

 최대한 ‘양보’해서 170만 원이 2011년 당시의 1개월 평균 생활비라고 하더라도, 2016년 현재의 1개월 ‘최저 월급’인 126만 원은 5년 전의 평균 생활비에 비해 44만 원이나 적습니다. 이것이 현재 ‘최저임금’의 현주소입니다.

안 그래도 5년 전 1개월 생활비에조차 못 미치는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사측 주장이 ‘합리적’일 리 없습니다.

  다만 사측 위원이 ‘합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법적 근거는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에 관한 조항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4조(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 ①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제12조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한다.


4조 1항에 따라,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차등 제정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4조 2항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그에 관해 세부적으로 논의하도록 정해져 있죠. 그런데 최저임금법 6조 1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①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6조 1항에 따라, 설령 4조처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더라도, 그 최저액은 항상 최저임금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직종은 아주 진성으로 3D라서, 최저임금을 받기엔 노동자가 불만족스럽고, 사용자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주기엔 ‘미안할 수도’ 있다고 합시다. 그럼 협상을 통해 시간당 10000원이 임금일 수도 있게 되는 것이죠. 이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보통 문제는 반대편에서 발생합니다. 어떤 PC방 업주들은 카운터를 보는 아르바이트들이 너무 쉬운 일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주기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오늘(8월 2일) 아침에도 그런 글을 읽고 출근했습니다. 이상의 논증에 따라, 최저임금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사측 위원의 주장은 사실 그 주장이 최저임금법 6조에 저촉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무지의 소치라 하겠습니다. 혹은, 고의적으로 6조를 언급하지 않고 4조 만을 근거로 들어 ‘못된’ 주장을 했던 것이거나 말입니다. 혹은, 사측 위원들이 ‘조선업 노동자들은 노동 강도가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무조건 최저 시간당 3만 원 이상으로 주세요’와 같은 의도였다면, 어쩌면 현재 보다 노동 시장의 상황이 훨씬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물론 사측 위원의 의도가 그랬을 리가 없죠. 실제로 사용자 위원들은, 해당 주장의 논거로 최저임금법 4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남녀 임금차별 NO, 동일임금의 날 제정' 캠페인(2016.5.24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남녀 임금차별 NO, 동일임금의 날 제정' 캠페인(2016.5.24 대구 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물론 한 조항에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습니다. 최저임금법 4조만 읽으면 최저임금을 노동 강도 등에 따라 차등을 두어 정하는 것이 일면 타당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조(목적)와 6조(최저임금의 효력)를 4조와 함께 읽으면 차등을 둘 수 있되, 항상 최저액 이상으로는 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죠. 4조만 혼자 있으면 모호하기 때문에, 1조, 4조, 6조를 합쳐서 기술하자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각 조항은 각 조항이 명시해야 할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조를 그대로 두면, 차후에 같은 문제로 20여 일, 혹은 한 달 정도를 ‘허비’하고,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개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로 차등을 둘 수 있되, 그 하한액은 당해 최저임금액 아래로 내려갈 수 없다.’와 같이 말입니다.


3. 최저임금 표기 방식 문제(시급/월급)

  우리는 보통 최저임금을 말할 때는 월급 보다는 시급(시간급)으로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인 셈이죠. 시급 6030원은 월급으로 환산하면 126만 270원입니다. 왜 이렇게 되는지 생각해 봅시다. 원칙적으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하루 8시간 노동하는 것이 기본인데, 한 주에 5일을 일한다고 합시다. 1년은 365일이고, 이에 대해 한 달이 몇 주인지를 계산하면365/(12*7)≒4.35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다 한 주에 주휴일(유급 휴일)이 의무적으로 하루 들어가므로, 생각해야 할 노동시간은 한 주에 8시간이 추가됩니다. 따라서 한 달의 노동시간은 48*4.35≒209시간이 되죠. 따라서 해당 시간에 대한 ‘시급 총합’, 즉 월급은 6030*209=1260270원이 됩니다. 정리하면, 최저시급을 받으며 주 5일, 하루 8시간을 근무할 때, 한 달 동안 받을 수 있는 돈이 126만 270원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대개는 월급 대신 시급을 씁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시급이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요즘 추세상 편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구직 광고에도, 혹은 구직자의 입장에서도, ‘비정기적 아르바이트’를 전제한다면 보통 시급을 선호하지, 월급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시급 60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해 약 126만 원이 나온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지도 모릅니다. 생각보다 금액이 많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일해서 받는 돈이 시급으로 표기되느냐, 월급으로 표기되느냐는 어쩌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받는 돈이 127만 원처럼 시급/월급이 같다면, 그 단위를 세세하게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거죠. 하지만 시시콜콜해 보이는 최저임금을 어떤 방식으로 표기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놀랍게도 최저임금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이번 최임위의 ‘지리멸렬한 논쟁’ 중 하나였습니다. 차등 적용 논쟁과 함께, 3차 회의에서 6차 회의에 이르기까지 논의되었죠.

  최저임금법 5조 1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5조(최저임금액) ① 최저임금액(최저임금으로 정한 금액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시간·일(日)·주(週) 또는 월(月)을 단위로 하여 정한다. 이 경우 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할 때에는 시간급(時間給)으로도 표시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시간급은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지만, 주급 또는 월급 명기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3차 전원회의록에 따르면, 최저임금법과는 별개로 올해 최저임금을 논의한 작년(2015)의 「2016년 적용 최저임금안」에서 고용노동부에 시급과 월환산액을 병기해 달라고 의결된 적은 있었습니다. 사실 근로자위원들은 5조 1항에 반해, 시간급 대신 월급을 최저임금의 기본 단위로 사용하기를 바랐습니다.(3차 전원회의록)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은 반대했고요. 물론 각자 나름의 근거가 있었습니다.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노동자에 따라 노동시간이 상이하기 때문에 월급으로 표기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단시간 근로자가 증가하는 사회 변화 때문에 월급 표기가 무의미하다는 입장도 취했죠.

  저는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생각이 온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들의 말은 분명 ‘현상적’으로 맞죠. 하지만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현상’들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계청의 「2016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3월에 비해 2016년 3월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14만 4천 명 늘었다고 합니다. 2016년 3월의 정규직 총 수는 1307만 7천 명이고, 비정규직 총 수는 615만 6천 명이었죠. 단순 비율은 작년이나 올해나 정규직/비정규직이 68%/32%로 같았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습니다. 해당 통계에서 비정규직은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비전형 근로자’로 나뉩니다. 한시적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이 아닌, 근로 계약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노동자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5달 계약’처럼요. 시간제 근로자는 해당 작업장에서 정규직과 노동시간이 다른 노동자를 의미합니다. 비전형 근로자는 파견직이나 용역 노동자를 의미합니다. 한시적 근로자이면서 시간제 근로자인 노동자가 있는 것처럼, 세 영역은 겹치는 부분이 큽니다만, 위에서 언급된 ‘단시간 근로자’는 대체로 한시적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의 합집합 정도로 생각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시적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는 2015년 3월에 비해 2016년 3월에 4.7%/6.2% 늘었죠.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이하 ‘비정규직’)들이 늘어나는 것이 현상일지언정,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고, 따라서 월급을 최저임금의 기본 단위로 결정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당치 않은 주장입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상을 고착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는 한은 말이죠.

  그럼 역으로, 월급이 최저임금의 기본 단위가 되어야 한다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일단 우리가 기저에서 논의해야 할 점은 ‘급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급여는 노동자에게 용돈인가요? 아니면 생활비일까요?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향은 있을 겁니다. 대구청년유니온에서 작성한 「2015년 대구광역시 청년소통제안사업 대구지역 청년노동 실태조사 결과보고서」(23쪽)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목적’에 대해, 200명 중 144명(생활비 마련+등록금 등 학비 마련+부채(등록금) 상환), 즉 조사 대상의 72%가 생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조사해 놓았습니다. 설문은 대구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대구가 상대적으로 서울 등에 비해 주거, 물가 요건이 낫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지역 청년들이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 시간 일하면 최소 6030원을 받고, 이를 통해 대학 근처에서 식사 한 끼 먹고 새우깡도 한 봉지 사 먹을 수 있겠지만, 주 5일을 하루 8시간씩, 한 달에 160여 시간을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126만 270을 받아 한 달 생활이 ‘최소한’으로는 가능해집니다. 여전히 5년 전의 평균 생활비에 비해 44만 원이 적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여가비’나 ‘용돈’이 아닙니다. 청년 대부분에게 최저임금은 ‘생활비’이고, ‘생존 자금’입니다. 부양할 가족을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을 청년들에게조차 그런 의미인데, 그렇지 않은 최저임금 수혜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최저임금이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그런 의미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은 그런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표시’되고, ‘표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시간급이 최저임금의 단위라면, 사람들은 급하게 필요한 돈을 몇 시간 일해서 조달하는 것을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삶, 우리의 삶은 몇 시간 단위 또는 하루 단위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한 달은 단기 생활의 기본 단위입니다. 쉽게 말해 누군가와 싸우면, 하루는 화해하기 너무 짧지만, 한 달은 그 일을 ‘완결’시키기 적당한 단위라는 말입니다. 최저임금이 그 수급자의 생존과 같은 의미라면, 최저임금은 ‘한 달의 생활’ 비용을 ‘표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고용안정성)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표기되는 것 보다, 수치상으로 같은 의미일지언정 월급으로 표기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합니다.

2017년 최저임금 법정결정시한인 6월 28일에 세종시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문구가 담긴 조명을 고용노동부 청사에 비추는 모습 / 사진. 대구청년유니온
2017년 최저임금 법정결정시한인 6월 28일에 세종시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문구가 담긴 조명을 고용노동부 청사에 비추는 모습 / 사진. 대구청년유니온

  물론 최저임금의 기본단위를 월급으로 정하는 것은 근로 시간의 차이 등의 문제 때문에 현장에 쉽게 적용되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209시간 기준(실제 노동시간은 160시간)으로 월급이 의무적으로 표기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표준’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그 수급자들에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월급 표기는 한국사회의 ‘임금’의 척도로써 가장 열위에 있는 노동자들의 ‘최저 생활비’를 제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아직 5년 전의 생활비에 비해 44만 원이나 적지만요. 그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법 5조 1항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 경우 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할 때에는 시간급(時間給)으로도 표시하여야 한다.’을 ‘이 경우 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할 때에는 1일 8시간 근로, 주 5일 근무의 209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월급(月給)으로 표시해야 하고, 시간급(時間給)을 병기(倂記)해야 한다.’와 같이 말입니다.


4.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할까?

  지금까지의 두 논제가 최저임금법과 최저임금제도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최임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요즘은 최저임금에 대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아마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해 들어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 최임위는 1년에 한 번씩 꾸려지고, 고용노동부장관이 위원회에 요청하여 내년의 최저임금을 심의합니다. 그리고 결정하죠. 처음에 밝혔듯 내년(2017)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올해(2016) 최임위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던 시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최저임금은 공정하게 각계각층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일까요? 최저임금위원회는 왜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할까요, 혹은 않을까요? 이 둘에 대해 대답하려면 최저임금법에서 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그 구성원들은 어떻게 위촉되는지 등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이 절에서 위원회의 ‘공정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그 다음에 ‘투명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으로 방향을 잡겠습니다.

  우선 공정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분석하기 전에,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최저임금법 4조 2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4조(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 ② 제1항에 따른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제12조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한다.

4조 2항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최저임금을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고용노동부장관은 위원회의 결정을 승인하기만 합니다. 다만 고용노동부장관이 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8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8조(최저임금의 결정)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2조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에 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가 심의하여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
② 위원회는 제1항 후단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 요청을 받은 경우 이를 심의하여 최저임금안을 의결하고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③ 고용노동부장관은 제2항에 따라 위원회가 심의하여 제출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인정되면 20일 이내에 그 이유를 밝혀 위원회에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④ 위원회는 제3항에 따라 재심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그 기간 내에 재심의하여 그 결과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⑤ 고용노동부장관은 위원회가 제4항에 따른 재심의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제2항에 따른 당초의 최저임금안을 재의결한 경우에는 그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의 열쇠는 위원회가 쥐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최저임금법 9조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승인한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다시 위원회(사측 위원 또는 노측 위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제9조(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 제기)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제8조제2항에 따라 위원회로부터 최저임금안을 제출받은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안을 고시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나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는 제1항에 따라 고시된 최저임금안에 대하여 이의가 있으면 고시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나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고용노동부장관은 제2항에 따른 이의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그 내용을 밝혀 제8조제3항에 따라 위원회에 최저임금안의 재심의를 요청하여야 한다.
④ 고용노동부장관은 제3항에 따라 재심의를 요청한 최저임금안에 대하여 제8조제4항에 따라 위원회가 재심의하여 의결한 최저임금안이 제출될 때까지는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리하자면, 1. 고용노동부장관이 위원회를 소집합니다. 2. 위원회는 최저임금 및 그에 관련한 제반 사항들을 심의합니다. 3.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고용노동부장관이 승인하거나 고용노동부장관이 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에 대해 노측 대표 또는 사측 대표가(위원회가 아닙니다!) 이의를 제기합니다. 4-1. 고용노동부장관이 이의를 제기했을 경우, 그 요청에 따라 위원회는 재심의하고, 이를 다시 고용노동부장관이 승인합니다. 4-2. 노측 대표 또는 사측 대표가 이의를 제기했을 경우, 이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때 고용노동부장관은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고용노동부장관이 다시 승인합니다.

  결론적으로, 위원회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거의 9할 9푼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대해 이의가 제기된 적은 많지만, 그것이 실제로 받아들여진 적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작년인 2015년에도 사측에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도 최저임금법 시행령 10조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0조(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노·사 대표자의 범위) 법 제9조제2항 후단에 따라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는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의 대표자 및 산업별 연합단체인 노동조합의 대표자로 하고,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는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의 대표자로 한다.

따라서 노측 위원들과 사측 위원들은 위원회가 열릴 때 마다 내년 최저임금을 위해 사활을 걸고 ‘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결정되면, 사실상 끝이기 때문이죠. 이런 구조로 인해 위원회는 더욱 중요해지고, 따라서 위원회의 운영 방식, 위원회의 구성원, 위원회의 권한 등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위원회의 공정성에 대해 고찰하기 위해서는 위의 것들을 살펴 볼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우선 어떤 사람들로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법 14조 1항, 6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4조(위원회의 구성 등) ①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1.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이하 "근로자위원"이라 한다) 9명
2.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이하 "사용자위원"이라 한다) 9명
3.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이하 "공익위원"이라 한다) 9명
⑥ 위원의 자격과 임명·위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4조 1항에 따라, 위원회는 총 27명으로 구성됩니다. 27명은 각각 9명씩, 근로자(노동자), 사용자, ‘공익’을 대표하죠. 노동의 ‘당사자’들이 9명씩 모여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상의하는 것은 공정해 보입니다. 이번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노동자, 사용자들을 대변하는 위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위촉되는지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4조 6항에 따라 위촉될 위원의 자격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됩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12조 1항, 3항, 13조에 나와 있습니다.

제12조(위원회 위원의 위촉 또는 임명 등) ① 법 제14조제1항에 따른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 및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위촉한다.
② 법 제14조제2항에 따른 상임위원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 근로자위원은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제청하고, 사용자위원은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 중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제청한다.


제13조(공익위원의 위촉기준) 공익위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위촉한다.
1. 3급 또는 3급 상당 이상의 공무원이었거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으로서 노동문제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2. 5년 이상 대학에서 노동경제, 노사관계, 노동법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그 밖에 이와 관련된 분야의 부교수 이상으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하였던 사람
3. 10년(제2호에서 규정한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는 5년) 이상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노동문제에 관한 연구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였던 사람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상당하는 학식과 경험이 있다고 고용노동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어떤 위원이든 최종적인 제청권을 갖고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장관입니다. 노측 위원은 양대노총의 추천을 제청하는 방식이고, 사측 위원은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 중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의 추천을 제청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공익위원은 좀 특별합니다. 14조 1항 3호에 따라 공익위원은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인데, 최저임금법 시행령 13조에 따라, 공무원이거나, 교수이거나, 혹은 연구원이어야 합니다. 4호에 따라, 그 직업 범주가 아니어도 이론적으로 가능하긴 합니다만, 큰 의미는 없을 듯합니다.

  한편, 사측 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전국적 규모의 사용자단체 중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는 단체’는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4조와 5조에 나와 있습니다.

제4조(사용자단체의 지정) 법 제9조제2항 및 영 제10조에 따라 최저임금안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는 다음 각 호의 단체의 대표자로 한다.
1. 「상공회의소법」에 따른 대한상공회의소
2.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중소기업중앙회
3. 그 밖에 전국적 규모를 갖는 사용자단체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하는 단체

제5조(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의 추천) 영 제12조제3항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단체는 제4조 각 호의 단체로 한다.


이제 질문을 던질 만할 것 같습니다. 사용자위원들은 전국 사용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만한 곳에서 추천될까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2015년 당시 전체 취업자의 20%가 넘는 비율(556만 3천 명)을 차지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사측 위원들을 추천할 수 있었을까요?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 위원들의 직책은 각각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전무, 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경제본부장, 남부아스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전국택시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주)화이버텍 대표이사,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주유소협회회장이었습니다. 어디서 악어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노동자가 ‘노동자’라는 단어로 그 전체를 규정하기 힘들듯, 사용자도 노동자 못지 않게 그 결이 상당히 다양합니다. 저는 경총 전무가 제가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했을 때 최저임금을 못 주시겠다던 저희 집 앞 편의점 사장님의 사정을 충분히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말이죠.

전국여성노조가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 설문조사 / 사진 제공.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전국여성노조가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 설문조사 / 사진 제공.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물론 영세한 상인들은 지금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힘들지 모릅니다. 그건 앞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상적인 문제이죠. 그리고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말 당시 수도권에 소재한 점포 중 매물로 나온 곳들의 2014년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17.1%(50만 원)나 줄었습니다. 2010년의 303만 원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었죠. 그럼에도 2012년 이후로 점포 매물 수는 꾸준히 늘었습니다. 장사가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대해, 평균 임대료는 2010년의 236만 원 이후 가장 높은 324만 원이었습니다. 아마 이 문제는 부동산 문제를 아무도 해결할 생각도 없고, 의지도 없는 현재(2016)에는 더 심각해졌겠네요. 어쨌거나 ‘상업’에 종사하려면, 이익이 생기기 전에 어떤 돈을 들여야 합니다. 위의 조사 결과는, 상인들이 그 지출 비용을 줄여 보려고 용을 쓰고, 기를 써도 결국 ‘건물주’ 혹은 살인적인 물가, 혹은 기타 ‘구조적 비용’ 앞에선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에 보내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즉, 인건비가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거나 그럴 수 있지만, 인건비를 무작정 줄이는 것이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하거나, 바람직한 길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실 자영업자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그리고 그 자영업 역시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망하고 새로 생기기를 큰 의미 없이 반복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상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단순히 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추는 것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죠. 가게 하나가 들어오고 나가면, 그리고 다시 그 가게가 망하고 다른 가게가 들어오면, 좋은 것은 은행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세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처럼 최저임금을 동결하기를 시종일관 주장했던 우리 사측 위원 분들은 좀 비겁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경련 홈페이지에는 전경련에 대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이 땅에 시장경제뿌리를 내리고자 합니다. 시장경제원리를 확산시키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를 위해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정책에 대한 개선방향을 제시합니다.’라고 나와 있는데, 사실 자영업자(개인 사업자)들은 이런 활동 방향의 수혜자가 전혀 될 수 없습니다. 악어가 먹이 걱정하는 셈이죠.

  이 논의를 통해 밝힐 수 있었던 것은, 현재의 사용자위원의 추천 방식이 전혀 ‘사용자’라는 표현을 아우를 수 있는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경총, 전경련도 ‘사용자’이긴 하지만, 자영업자 같은 개인 사업자들도 ‘사용자’죠. 그런데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4조에는 개인 사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단체에서 사측 위원이 추천될 수 있도록 명기되어 있지가 않습니다. 명기되도록 시행규칙을 고쳐야겠죠. 물론 현재로써는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특별한 대표 단체가 있지는 않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 같은 게 있긴 하지만, 홈페이지에도 ‘특별법에 의한 설립된 소상공인 법정 대표단체’라고 비문으로 적혀 있듯이, 실제로 제 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현실적으로 55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의 뜻을 일의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나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어떤 식으로든 자영업자의 대표를 위원회에 출석시켜야 사측 위원이 비로소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정상적으로 위원회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동결을 외치더라도 말입니다. 그것이 절차상의 ‘정의’이고, 이듬해 최저임금이 정상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번 13차 전원회의에서 노측 위원 전원 뿐만 아니라, 사측 위원 2인이 퇴장해 버린 것은 바로 자영업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위원회에서조차 사측 위원들이 의견 타협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영업자들의 의견이 추가되면 우리는 훨씬 다양한 이익과 의견을 반영해서 최저임금을 보다 ‘적절’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공익위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상기한 것처럼 최저임금법 14조 1항에 따라 공익위원은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입니다. 그리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13조에 따라, 공익위원은 공무원, 교수, 연구원 중에서 위촉하죠. 사실 저는 사용자위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자위원의 ‘자격’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도 공익위원의 자격에 대해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법조문의 ‘공익을 대표’한다는 말이 모호한데, 이것을 노동 정책에 대한 ‘전문가’로 해석한다면 시행령 13조는 표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노측 위원이나 사측 위원이 각각 ‘나름대로’ 노동자와 사용자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단체에서 추천되는 것에 비해, 공익위원은 추천받지 않고 고용노동부장관이 직접 제청합니다. 고용노동부장관은 공무원이므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사실 그게 잘 지켜지지는 않죠. 노측 위원들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측 위원의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공익위원들은 ‘공익’을 대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게 됩니다. 장관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각 부처의 장관들은 대통령의 정치 성향에 대개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어차피 고용노동부장관이 공익위원을 제청하는데, 굳이 청와대와의 정치적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정하고 고르게’ 위원들을 제청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공익위원’에서 ‘공익’은 사실 ‘무지랭이 시민들의 이익’은 아닌 셈입니다. 현 대통령의 대선 당시 표어였던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처럼 말이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위원회 내에서 ‘공익’위원들의 역할입니다. 노측 위원들이 노동자의 이익을, 사측 위원들이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며 열심히 논쟁을 주고 받는 동안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법 15조와 17조에 나와 있는 일을 합니다.

제15조(위원장과 부위원장) ① 위원회에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을 둔다.
②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공익위원 중에서 위원회가 선출한다.
③ 위원장은 위원회의 사무를 총괄하며 위원회를 대표한다.
④ 위원장이 불가피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위원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제17조(회의) ① 위원회의 회의는 다음 각 호의 경우에 위원장이 소집한다.
1. 고용노동부장관이 소집을 요구하는 경우
2.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소집을 요구하는 경우
3.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② 위원장은 위원회 회의의 의장이 된다.
③ 위원회의 회의는 이 법으로 따로 정하는 경우 외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④ 위원회가 제3항에 따른 의결을 할 때에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한다. 다만,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최저임금법 15조 2항에 따라, 최임위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항상 공익위원입니다. 최저임금에 대해 의논하는 전원회의 등은 17조 1항에 따라 위원장을 반드시 거쳐야 소집할 수 있고, 위원장은 회의의 ‘의장’ 역할을 합니다. 합리적인 ‘대의제’ 형식인 것 같습니다만, 사실 예상 만큼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판 전체가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판을 가장 크게 기울이는 요소는 공익위원의 성향입니다. 상기한 것처럼,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직접 대통령에게 제청(추천)합니다. 여러 이유 때문에 정부측의 ‘바람’과 ‘희망’, 그리고 ‘꿈’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원회의 등의 회의에서의 안건들은 최저임금법 17조 3항에 따라, 위원들의 출석에 문제가 없다면 출석 위원 과반수의 동의로 의결됩니다. 공익위원들의 ‘공익’은 ‘우리의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노측 위원에게 기울어질 수도, 사측 위원에게 기울어질 수도 있죠. 위원회는 어쨌거나 안건을 의결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익위원이 완벽히 ‘기계적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공익위원이 특정 편을 든다는 게 전제되어 있다면, 그건 전혀 ‘공익위원’의 역할이 아니겠죠. 현재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시행규칙은 바로 그런 점을 전혀 제어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이름을 ‘공익위원’이 아니라, ‘정부위원’으로 한다면 덜 위선적이겠지요.

'최저임금 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2016.6.8.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저임금 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2016.6.8.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게다가 실질적으로 회의를 진행시킬 수 있는 상임위원은 공익위원밖에 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공익위원이 노측 위원과 사측 위원 사이에서 ‘중재’하고, ‘판단’하는 역할이라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필요에 따라 ‘중재’하고 ‘판단’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예를 들어 필요에 따라 고의로 회의를 지연시킬 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법 8조 2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을 때로부터 90일 이내에 위원회는 심의를 끝내야 합니다. 시간적 제한이 제도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존재하는 상황에서 회의가 빨리빨리 진행되지 않고 지리멸렬하게 이어진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실제로 앞에서 지적했던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나, 표기 방식의 문제는 3차 전원회의에서 6차 전원회의에 이르기까지, 20여 일 동안 4차례 논의되고서야 사실상 아무 소득 없이 끝나 버렸습니다. 무의미한 논쟁이 20일 동안이나 벌어졌던 거죠. 더 중요하고, 더 많은 논의를 펼 수 있었던 90일이 다 지나서야, 위원회는 2017년 최저임금을 6470원으로 ‘10분 만에’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위원회의 전원회의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투명하지 않다는 말은 회의의 경과가 여과 없이 회의장 외부에 전달될 수단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회의는 속기되지 않습니다. 위원들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닌 한, 혹은 그 방청석에 앉아 있지 않은 한, 그 누구도 위원들이 주고 받은 말들을 세세하게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회의록’이 남긴 하지만, 2절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회의의 경과를 간단히 정리한 것일 뿐입니다. 논문의 ‘초록’들만 모아 놓은 셈이죠. 전원회의는 또한 외부로 중계되거나, 영상으로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전원회의는 그들 만의 회의로 남을 뿐입니다. 최저임금은 한 해의 최저임금은 사측 위원들이 목숨 걸고 동결시키려고 하는 것 만큼이나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생존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따라서 노동자에서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회의 경과가 세세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고, 당위가 있습니다. 정하는 것은 대표 27인이지만, 그 영향을 받는 사람은 수백 만 명이 넘을 테니까요.

  정리하자면, 먼저 현행 최저임금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사측 위원들은 ‘사용자’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범주를 충분히 잘 반영할 만큼 다양하게 위촉되지 않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전경련, 경총이 소상공인을 대표할 집단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두 번째로, 공익위원들은 충분히 ‘공익’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공익위원들은 노측 위원과 사측 대표의 의견을 조율하고, 중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십 명의 행정부 막료들의 의견이 아니라,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을 수백만 명의 입장을 고려하고, 그것을 회의에 반영해야 하죠. 마지막으로, 회의 경과는 공개되고, 그리고 가능한 한 중계되어야 하며, 속기하여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이를 통해 위원이 아닌 시민들이 전원회의에서 노측과 사측이 어떤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공익위원들이 또한 공익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직접 목격하고, 평가하고, 질책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겠죠. 하지만 정부 위원회가 그렇듯이, 이것에 대한 강제 조항이 없다면, 시민들은 21세기가 끝날 때까지도 위원회가 뭘 가지고 토론하는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5. 맺음말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대구청년유니온을 비롯한 전국의 청년유니온들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위해 축제를 개최하는 한편 회의장 내부의 상황을 시민들이 직접 전달받을 수 있도록 교섭위원을 모집하고, 전원회의 때 마다 오픈채팅방을 만들었죠. 대구에서만 100여 명 정도가 교섭위원으로 활동에 참여했고, 회의의 경과와 회의에 대한 간단한 글을 메일 등을 통해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죠. 그 통로가 제한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관심이 넘치더라도 그게 반영될 수 있는 창구가 사실상 막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최저임금위원회에 위원회 위부인들, 특히 특정 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위원회는 사측 위원, 노측 위원, 그리고 공익위원 외에 ‘특별위원’을 따로 두어 회의에 필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최저임금법 16조와 최저임금법 시행령 15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법)제16조(특별위원) ① 위원회에는 관계 행정기관의 공무원 중에서 3명 이내의 특별위원을 둘 수 있다.
② 특별위원은 위원회의 회의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
③ 특별위원의 자격 및 위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시행령)제15조(특별위원의 위촉 등) 법 제16조에 따른 특별위원은 관계 행정기관의 3급 또는 3급 상당 이상의 공무원이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중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위촉한다.


‘외부인’으로서 위원회에 의미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특별위원이 유일한데,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듯이 오로지 고위 공무원 만이 특별위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특별위원이 전원회의에 상시 출석해 다른 위원들과 함께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거의 한 달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되었던 최저임금 관련 활동이 끝난 이후, 적어도 저는 최저임금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위원회의 벽에 막혀 전혀 논의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것은 시민들이 무관심해서가 아니었죠. 이번 활동으로 ‘위원회’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컵을 받아 간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죽 답답했으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아마 위원회 보다 국회가 많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회의 적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개방되고, 투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대구청년유니온 정책팀의 7월 법률브리핑은 최저임금법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마침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위원회가 7월 중에 끝났고, 그리고 실제로 그 활동 중에 법과 제도가 개혁되어야만 최저임금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될 수 있다고 절실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14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인 7월 19일, 야3당과 서울청년유니온은 국회 정론관에서 ‘최저임금 결정방식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당들과 협상 당사자들 역시 위원회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몇 사람의 목소리로 법과 제도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그 문제를 인지하고, 개혁을 위해 의견을 내야 합니다.

  저는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때 8가지 질문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이 글을 전부 읽더라도 8개 질문 중 4~5개 정도에만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법률브리핑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측 위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사측 위원들의 주장을 논박하기 위해 작성된 것도 아닙니다. 정책팀은 이 법률브리핑을 통해 법과 제도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그리고 일으켰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 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 글이 길기 때문에 읽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7월 19일의 기자회견처럼, 이 글이 법제가 바뀌어나갈 수 있는, 그리고 시민들에게 법제의 의미와 문제를 알려 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고]
이상민 / 대구청년유니온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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