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에 희생된 농민 백남기...진심어린 사과와 진실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9.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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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단체 "맨손 노인에게 물대포 직사, 국가폭력에 의한 타살"...동성로 등 대구경북 14곳에 분향소


경찰의 강경진압에 쓰러져 숨을 거둔 고 백남기(69) 농민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정부 여당을 향해 진심어린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대구시민(2016.9.26.새누리당 대구경북시도당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대구시민(2016.9.26.새누리당 대구경북시도당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경북진보연대 등 지역 10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민중과함께'는 26일 오전 수성구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공권력이 맨손의 노인에게 물대포를 직사로 살수했다"며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명백한 국가폭력에 의한 구조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1차 민중총궐기는 높은 실업률, 비정규직 증가, 수입농산물로 쌀값폭락 등 사회의 부당한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였다"며 "근본적 원인은 박근혜 정부의 친재벌, 반민주주의적 통치"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 여당은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폭력진압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경찰병력 철수 ▷부검시도 중단 등을 촉구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대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16.9.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대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16.9.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고 백남기씨는 지난해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고 317일의 투병생활 끝에 25일 오후 2시 14분 숨을 거뒀다. 백씨가 위독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백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에 경찰병력을 배치하고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부검을 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고인의 시신이 안치실로 이송될 때까지 구급차를 호위하는 등 경찰병력과 대치하면서 부검 시도를 막았으며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뒤에는 장례식장 앞에서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26일 자정쯤 검찰이 '부검'과 '진료기록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부검' 부분을 기각했다. 영장청구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을 밤새 장례식장 앞을 지켰다.

이에 대해 '백남기 대책위'는 이날 오전 "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외상성 뇌출혈이라고 밝혀진 가운데, 법원이 부검은 불필요하다는 유족과 의료·법조계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언제든 재청구 가능성이 있다"면서 "각 지역에서도 고인에 대한 분향소 설치와 조문행렬에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국농민회경북도연맹와 가톨릭농민회안동교구 등 7개 단체의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 국회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2016.8.4.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전국농민회경북도연맹와 가톨릭농민회안동교구 등 7개 단체의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 국회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2016.8.4.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 시민사회도 27일부터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시민 분향소를 차리고 조문행렬을 이어갈 방침이다. 분향소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백남기 농민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도 26일부터 경북농업인회관을 비롯해 경북도내 13개 시군별로 분향소를 차리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추모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야3당은 25일 경찰의 부검시도에 대해 "진압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시위가 과격하게 불법적으로 변하면서 파생된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권택흥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은 "농민들의 절박한 삶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인진압에 끝내 운명하셨다"며 "그분이 염원했던 이 땅의 진정한 자유와 민주, 평화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동 대구경북진보연대 공동대표도 "현대사 불의에 맞서 평생을 의인으로 살다 가신 한 농민이 숨을 거뒀다"며 "새누리당은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불법시위 운운하고 있고, 정부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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