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언론·종교·정계 등 시민 1,386명 "묻지마 투표로 현정부 산파노릇,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
대구지역 1천여명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반성문을 발표하고 고개 숙여 사죄했다.
30여년 간 보수정당을 지지해왔고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적 지지기반으로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박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현 정권 산파노릇을 한 것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구 각계 각층이 참여한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은 6일 대구시의회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대구가 쓴 반성문'을 발표했다. 이달 초 지역에서 반성문을 쓰자는 의견이 모이면서 학계(56명), 언론계(16명), 종교계(37명), 정계(19명), 의약계(34명), 법조계(4명), 문화예술계(247명), 시민사회계(19명), 경제계(341명) 전·현직을 포함해 일반시민(613명)까지 1,386명이 이름을 올렸다.
반성문 발표 자리에는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와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강주열 하늘길살리기본부 집행위원장, 우호성 소설가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반성문에서 "한국도 부끄럽고 대구도 부끄럽고 나도 부끄럽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대구 사람들의 숨김 없는 심정"이라며 "이 난국에 대해 솔직히 대구 사람들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또 "국민들과 역사 앞에 오로지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라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선도한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우리 대구의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특히 "대구 사람들은 18대 대선 때 절대적 지지로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며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를 잘 살게 해준 박정희 대통령 딸'이라는 감사로, '부모도 없는 불쌍한 사람'이라는 정서로,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없으니 친인척 비리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표를 던졌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오만하고 불통했으며 경제를 살리지 못했고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초래했고 헌정질서를 파괴했으며 국가의 품격을 추락시켰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면서 "배신감과 실망감을 던져주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부끄러움을 안겨준 대통령을 원망하고 나무라기에 앞서 대구 시민으로서 먼저 스스로를 반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묻지마 투표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걸 반성한다"며 "실상은 모른 채 허상을 쫓아 맹신한 걸 반성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30년 동안 무조건 특정 정당만 밀어 지역 정치판을 일당 독무대로 만든 걸 반성하고 '못난 대통령'이 태어나도록 산파노롯을 한 걸 깊이 반성한다"면서 "이제 대구 시민들은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 실현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겠다"고 주장했다.
김형기 교수는 "우리 지역에서 절대적 지지로 박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그를 찍었든 안찍었든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이, 대구가 부끄럽다"며 "한편에서는 촛불로 반성하고 우리는 국민과 시·도민 앞에 반성문을 발표해 이 사태를 대신 반성하고 새 대구를 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밝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앞에서 대구가 쓰는 반성문 전문>
"한국도 부끄럽고 대구도 부끄럽고 나도 부끄럽다"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대구 사람들의 숨김 없는 심정입니다. 이 난국에 솔직히 대구 사람들은 할 말이 없습니다. 국민들과 역사 앞에 오로지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선도한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우리 대구의 자존심이 무너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견딜수 없는 배신감과 실망감을 던져주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부끄러움을 안겨준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하고 나무라기에 앞서, 우리는 대구 시민들로서 먼저 스스로를 반성하고자 합니다.
우리 대구 사람들은 18대 대선 때 절대적 지지로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를 이만큼 잘살게 해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다'이라는 감사로, '부모도 없는 불쌍한 사람이다'라는 정서로,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없으니 친인척 비리는 없을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그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가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키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만하고 불통했으며, 경제를 살리지 못했고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초래했고 헌정질서를 파괴했으며 국가의 품격을 추락시켰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숙원사업이었던 남부권 신공항을 정략적 고려로 무산시켜 지역의 희망을 앗아갔습니다.
이에 우리는 반성합니다. 묻지마 투표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걸 반성하고, 이러한들 저러한들 그에게 박수를 보낸 걸 반성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딸이라고 그를 지지한 걸 반성하고 감성의 눈으로 그를 동정한 걸 반성하고 그의 실상은 모른 채 허상을 쫓아 맹신한 걸 반성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근 30년 동안 무조건 특정 정당만 밀어서 지역 정치판을 일당 독무대로 만든 걸 반성하고, '못난 대통령'이 태어나도록 산파노릇을 한 걸 깊이 반성합니다.
이제 우린 대구 시민은 지난 반세기의 상처뿐인 영광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대구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시민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대구를 정치적 다양성과 문화적 개방성이 있는 진취적 도시로 환골탈태시키기 위해 분투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박정희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 비전 실현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겠습니다. 국민주권을 실현하고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막는 대안인 지방분권 개헌 추진에 나서겠습니다. 강자독식의 대한민국을 만인공생의 대한민국으로 개조하는데 앞장서겠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