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80미터짜리 송전탑이 들어섰고, 고압의 송전선이 지나는 조용한 마을은 성탄절 오후 전국에서 온 시민사회 활동가들로 북적였다. 지난 수 년간 송전탑 반대운동을 벌여 온 주민들은 이곳을 찾은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주민들을 위해 준비해 온 선물은 산더미처럼 쌓였고, 만나는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삼평리 농성장에서 성탄절 예배를 진행했다. 송전탑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삼평리 성탄예배에는 이날 주민 10여명을 비롯해 전국 시민사회 활동가, 기독교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해를 돌아보며 서로 덕담을 나누며 농성장 재개관을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특히 올해는 삼평리 농성장 재개관를 알리는 행사도 함께 열렸다. 새롭게 단장한 농성장에 다시는 나쁜 기운이 찾아오지 않길 바라며 길놀이와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농성장은 초고압 송전탑이 들어서면서 평생 일궈놓은 땅을 빼앗긴 주민들이 서로 상처를 보듬었던 곳으로 지난 9월 14일 새벽 원인 모를 화재로 모든 것이 불에 탔다. 그러나 송전탑 반대운동 당시 함께 했던 이들이 다시 힘을 모았고, 세 달만에 농성장은 제 모습을 되찾았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와 연대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2년 전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23호 철탑이 마지막으로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패배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송전탑 반대는 다시 탈핵과 원전폐쇄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병숙 청도대책위 활동가는 "농성장은 공권력에 의한 침탈에 맞서 진실을 알렸고, 많은 분들이 함께 싸웠던 곳"이라며 "고압의 송전탑 강행에는 핵발전소와 거대 산업자본이 있다. 농성장이 다시 지어졌던 것처럼 우리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도 더함교회 서삼열 목사는 "지난 9년간 힘겨운 일도 많았고, 아팠던 일도 많았다"면서 "오늘만큼은 즐거운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또 지난 7월 열린 송전탑반대 투쟁기록관에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지난 9년간 삼평리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기록과 사진, 주민들이 작성한 탄원서, 청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동화, 삼평리 공동대책위의 성명과 논평, 영상, 현장모형 등 그동안의 활동이 전시돼 있다. 이날 삼평리를 찾은 이들은 기록관을 돌아보며 지난날의 싸움을 되짚었다.
이은주 삼평리 부녀회장은 "삼평리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삼평리를 기억하고 앞으로도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헌주 청도대책위 공동대표도 "공사가 끝난지 1년이 지났지만 전기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한전의 전력부족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 보여준다"며 "핵발전소로부터 시작된 정부의 잘못된 전력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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