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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mecenat),지방문화의 활로”
“대기업도 지방문화 외면,시민단체가 산파역할 해야”
2004년 12월 15일 (수) 09:38:32 평화뉴스 pnnews@pn.or.kr
   
“보신에 대한 집착만큼 ‘보심문화(補心文化)’에도 투자해야”

12월 문턱에 내린 비로 추위와 함께 마음도 위축되는 때, 문화예술에 대한 감상은 위축된 심리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

러시아가 발레와 음악 등 실내에서 이뤄지는 예술이 발달한 이유의 하나로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 거론되는 데,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장면 상당부분도 실내 공간이다. 축제라는 이름 아래 연중 문예행사의 대부분을 10월 한 달에 소진시켜버리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겨울 추위를 문화예술로 이겨내려는, 우리에겐 색다르지만 이같은 정서의 보편화는 지방분권에 가려진 문화분권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두텁게 형성된 문화향수 층이야말로 문화예술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난스런 우리나라의 보신문화, 그에 대한 집착만큼 문화향수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보심문화(補心文化)’는 지방문화 활성화의 밑거름이다.

다른 한 기반은 재정의 안정성이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연초에 시카고 교향악단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미국에선 교향악단 모금행사 때문에 지휘에 몰두할 수 없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문예단체 운영비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식이 한국의 음악잡지 뿐만 아니라 신문의 문화면에까지 크게 실릴 정도로 바렌보임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 급이다. 더구나 시카고 교향악단은 미국의 5대 메이저 교향악단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교향악단은 수 년째 적자라는 보고가 있으며, 재정난 때문에 거장마저 떠나는 실정이다.

재정난 앞에선 바렌보임과 시카고 교향악단도 어찌할 수 없는 마당에, 스타 예술인과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문예단체가 전무하다시피 한데다, 재정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특히, 250만 대구시가 서울 문예단체들의 공연기피 대상 지역일 정도로 소수 문화향수 층마저 무료 초대권에다 서울의 유명 공연이나 스타 문화예술인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지방문화의 활로는 무엇인가?

“대기업 메세나도 지방문화 철저히 외면”

부산의 르노삼성자동차는 2000년 9월 출범 직후부터 메세나(mecenat․기업의 문화예술 후원활동) 어원의 보유국답게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활발히 펼쳐 불과 2년만인 2002년에 메세나 보급상을 수상했다.

르노삼성차의 문화마케팅 활동은 크게 서울의 문화․예술행사 후원과 부산지역의 문화․사회행사 후원으로 구분된다. 소프라노 조수미 부산 콘서트, 부산 신호마을 바다 용왕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부산 열린 음악회,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연간후원, 오페라 마술피리, 뮤지컬 명성황후, 발레 호두까기, 밀레 작품전, 빈곤아동 대상 꿈과 사랑의 문화나눔 캠페인, 국립극장 토요문화광장, 용산 가족공원 국제 조각품 설치, 서초구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장 건립, 한국자동차공학회 정기 학술대회, 장애우와 함께하는 나무심기 등을 후원해왔다.

이를 통해 르노삼성차는 “문화예술 지원하며 이미지 구축”, “‘문화엔진’ 얹고 고객사랑 시동”, “프랑스문화 소개 ‘고급차’ 이미지 심어” 등 언론의 좋은 평가와 ‘목표수익 2년 단축’을 달성했다.

그에 비해 메세나 실적 1,2위인 삼성과 LG는 구미처럼 자기회사 공장이 있는 지방엔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특정지역에 투자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는 변명이 걸작이다. 2002년에 삼성은 400억3천3백만원을, LG는 64억9천4백만원을 몽땅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에 투자했다.

삼성문화재단은 ‘호암갤러리’와 ‘호암미술관’에 이어 서울에 새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은 620억원을 들여 서울에 LG아트센터를 개관하고 운영기금 500억원을 조성해줬을 뿐만 아니라 매년 1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고도 서울은 특정 지역이 아니란 말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지방 시민단체, 메세나 산파역할 담당해야”

우리나라는 각종 시립예술단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예단체의 비중이 높은 나라이다. 그렇다고 서유럽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가 많은 것도 아니며, 민간부문의 지원이 부족하고 유료 문화향수 층도 두텁지 않은 사실을 반영하는 지표일 뿐이다.

이같은 척박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지방문화 활로의 유력한 대안은, 대기업의 메세나 투자가 지방으로 분산되도록 기업에 대한 압력 수준으로 강력하게 여론을 조성하는 일이다.

사회적 의제에 대한 여론조성엔 언론과 시민단체가 가장 설득력 있는 집단이다.
우리나라의 서울 문화편중은 다른 부문보다 훨씬 심하다. 그만큼 ‘문화정의’가 실종됐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저항이 지방시민운동과 지방언론의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구미경실련이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되면 도시와 농촌 청소년간의 문화생활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2003년 10월에 도․농 초등학생 문화생활실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2배의 격차를 나타냈다.

기회의 균등이야말로 보편적 정의의 핵심 기준이란 관점에서 볼 때, 이 같은 결과는 문화정의가 농촌 청소년들과 도시 빈곤청소년들에게 절실히 요청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그러한 지역들의 시민단체와 언론이 관심을 가지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가난의 대물림에 대한 문제의식이 ‘문화빈곤의 대물림’으로 확대돼야 한다. 청소년기 문화생활의 소외는 가난의 대물림을 극복한 중년이 되었을 때, 그에 걸맞은 품위와 여유를 스스로 누릴 수 없는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뿐만 아니라 미래의 문화세대 양성 차원에서라도 지방문화와 결합한 메세나의 활동방향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화향수 층의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유럽의 문화선진국들도 청소년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여론활동과 함께 중앙일보의 위 스타트 캠페인이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와 손잡고 도시 빈곤청소년들에게 찾아가는 문화행사를 벌이는 훌륭한 사례처럼, 포지티브 운동도 다채롭게 병행해야 효과적일 것이다.

듣는 이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우아한 선율을 공감케 하는 피아노 트리오 제7번의 표제를 ‘대공’으로 지어 후원자에게 헌정한 것처럼 베토벤이 그토록 위대한 음악을 창작할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는 든든한 경제적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이며,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지방의 메세나 요구는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매우 정당한 행위이다. 그들의 지원의 손길이 지방에도 미칠 때, 문화예술인들이 지방에 모여들면서 지방문화도 활기를 찾을 것이다. 말로만 그치기 십상인 기업하기 좋은 도시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지방의 시민단체들이 메세나 산파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선 지역의 문화단체와 자매결연을 맺는, ‘1시민단체 1문화단체 자매결연’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구미경실련은 올해 이 같은 방안을 실행할 계획이다. 아인슈타인이 죽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모차르트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문화생활은 매일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이어야 한다. 문화생활을 일상화하기 위해선 가까이에 있는 지역문화를 키워 즐기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조근래(구미경실련 사무국장)

* 1962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조근래 국장은, 15살 때 구미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노동현장에서 활동하다, 지난 ’94년부터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을 맡아 10년째 지역 시민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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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2(수) 권혁장(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 대구참여연대 시정개혁센터 실행위원)
2004.12.29(수) 김동렬(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사무처장)
2005.1.5(수) 권미혜(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2005.1.12(수) 조근래(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사무국장)
2005.1.19(수)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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