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제일 큰 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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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김동춘 / 미국 뜻대로 '사드' 배치, 중국은 경제 보복...외교·안보·국익 실패 되풀이하는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국은 국내정치보다는 외교·안보 정책 실패로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진 예가 한두 번이 아니다. 외교·안보는 국가의 근본과 맞닿아 있고, 집권 세력이 공익과 국민의 편에 서 있지 않아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한두 세대를 넘어 지속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일제 식민지 40년의 노예화와 소모적 분단 대결구조는 모두 조선말기 세도정치의 귀결이었다. 

역사적 외교·안보 실패 또 되풀이하는가

   그런데 외교, 안보, 국방의 무대책, 사실상 국가 부재가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사드 배치는 미국의 뜻대로 일정에 들어갔고, 중국은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경제 제재로 북한 핵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 위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을 타격하면, 북이 남한에 대응 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계속 빌미를 주고 한국이 주변 강대국의 군사전략 경쟁에 ‘No’라고 말하지 못하면, 미·중의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참으로 비참한 신세가 될 것이다.

  많이 본 장면 아닌가?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이 모든 전쟁에서 한국은 주체도 아닌 처지였지만, 수십만에서 수백만을 헤아리는 한국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청년들이 징집되어 사망했으며, 수만 명의 여성이 성폭력에 노출되었고, 온 한반도가 수십 년 동안 울음바다가 되었다. 특히 지금은 주변 강대국 패권이 이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조선 인조 때의 병자호란과 조선 말 청일전쟁 시기와 너무나 유사하다. 지금 사드는 고도 미사일이나 수도권 방어에는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 너무 분명하게 드러났고, 미국의 오랜 국방전략의 산물도 아니며, 록히드 마틴이라는 일개 군산복합체의 로비로 배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인의 생명을 지켜주지도 못하는 미국의 전략에 왜 한국인들이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는가?
 
<경향신문> 2017년 3월 8일자 1면
<경향신문> 2017년 3월 8일자 1면

  아직 모든 면에서 미국의 맞수가 되지 못하는 중국보다는 미국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 생각이다.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때문에 위안부협상도 졸속으로 처리하고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맺어 일본이 한반도에 들어올 명분도 만들어 주었다. 국민의 자존심 크게 망가졌다. 과연 우리가 사드를 받아들이면 ‘국익 제일주의’ 트럼프가 한국을 ‘예쁘게’ 봐 줄까? 도대체 한국은 이것을 양보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국정 문란보다 국익 포기가 더 큰 잘못

   칸트가 ‘영구평화론’을 설파한 까닭은 국가 간에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한, 공화국의 수립은 요원하며, 한 국가 내에서 법의 지배나 신뢰가 형성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준 전쟁상태는 막대한 군비지출만 요구할 뿐만 아니라, 한국이 국민주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복지국가가 되는데도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생존의 위기에 처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돌볼 여유가 없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유는 죄 없는 국민들이 전쟁터의 불쏘시개 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 박근혜 정부처럼 안보 위협을 빌미로 극히 부패하고 부도덕한 세력이 계속 득세하기 때문이다.
 
  조선 인조 시대의 쿠데타 세력이 그러했듯이 권력의 정당성이 약한 세력일수록 강대국에 빌붙고 그들의 요구에 끌려다닌다. 그들은 전쟁 위기를 오직 권력 강화의 명분으로만 이용한다. 국가 주권을 상실해도 그것에 대해 항의할 힘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 조선말기 고종과 수구세력에게 성가신 시어머니 청나라나 교활한 일본보다 국내의 동학군이 더 원수였던 것처럼. 현 박근혜 정부나 외교·국방 엘리트들에게는 국가의 위세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보다 정치적 반대세력이나 촛불시민이 더 두려운 것 같다.
 
  사드 배치, 우리가 ‘노’ 하면 그만이고, 한미동맹이 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경제보복 위험을 명분으로 미국에게 공을 넘겨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도의 국력이면 얼마든지 미, 중과 협상을 할 수 있다. 자기가 쓸 수 있는 카드를 스스로 포기하는 정부에게 주변 강대국이 신경이나 쓸까? 박근혜 정부의 죄과는 이번 게이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지난 4년 동안의 외교 포기, 국익 포기에 있다.







글쓴이 /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다른백년 연구원장,  민주주의연구소 소장, 전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저서 : 『대한민국은 왜?』(사계절), 『대한민국 잔혹사』(한겨레출판), 『전쟁과 사회』(돌베개)
『1997년 이후 한국사회의 성찰』(길),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한겨레출판) 등

[다산연구소 - 다산포럼] 2017-3-7  (다산연구소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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