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덤프트럭 기사 75명 해고 한 달째..."노조 만든게 죄인가"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3.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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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년간 일했지만 노조 만들고 2년뒤 '계약 만료'...직원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들 / 노조 "전원 직고용"


대구 덤프트럭 운송노동자 75명이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계약만료를 통보 받은지 한 달째다. 사측은 계약기간 만료라고 설명한 반면, 해고노동자들은 노조 가입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황재분회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동안 운영 중인 대체차량(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황재분회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동안 운영 중인 대체차량(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역의 한 건설업체 운송계열사인 '황재물류'에 고용된 레미콘·덤프트럭 운전노동자들은 지난 3일 문자메시지로 '계약 만료'를 통보받았다.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 십년간 일 해왔던 이들이지만 지난 2015년 노조에 가입한 이후 모두 해고됐다.

이 곳에서 5년째 일했던 덤프트럭 운송노동자 박덕수씨는 "지난해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당장 월급이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매달 갚아야 하는 차 값이 더 걱정"이라며 "모두 차를 사기 위해 2~3억원의 빚을 졌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황재물류 조합원이 받은 계약만료 통보문자와 통지서 / 제공.박덕수씨
황재물류 조합원이 받은 계약만료 통보문자와 통지서 / 제공.박덕수씨

박씨와 같이 개인 차량을 소유한 운송노동자들은 '특수고용형태'로 분류돼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업무를 위탁받아 일하는 '개인사업자'로 불린다. 그러나 회사가 임금이나 계약형태 등을 결정할 수 있어 실질적인 고용관계로 볼 수 있다. 이들도 노조설립 직후 노사간 협약에는 황재물류의 본사격인 (주)홈센타 대표의 서명이 있다.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박병준 홈센타 대표 / 제공.건설노조 황재분회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박병준 홈센타 대표 / 제공.건설노조 황재분회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황재분회(분회장 박수찬)'는 농성 한 달 째인 9일 오후 북구 노원동 (주)홈센타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전원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했다. 또 "오는 15일까지 사측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역 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9일부터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한 달째 본사 앞 농성과 지역 곳곳의 계열사 앞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조합원 2명이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현재 절반 가까이는 노조를 떠났으며 올해 3월부터 홈센타와 입찰계약을 맺은 D업체에 소속돼 일하는 이들도 있다.

황재물류분회 조합원들의 전원 직고용을 요구하는 본사 앞 집회(2017.3.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황재물류분회 조합원들의 전원 직고용을 요구하는 본사 앞 집회(2017.3.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박수찬 분회장은 "2년 전 회사 대표가 직접 고용승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계약사안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했다"면서 "이제 와서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한다. 우리는 전원 직고용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홈센타홀딩스 관계자는 "회사에서 고용한 바 없다. 개별 운송사업주들로 운행한 만큼 돈을 받아갔을 뿐"이라며 "노조와 맺은 합의도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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