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탄생을 승진의 도구로 삼으려는 대구교육청은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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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논평]
생명 탄생을 승진의 도구로 삼으려는 대구교육청은 각성하라.


  지난 3월 17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구교육청이 자녀를 출산한 교원에 대하여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르면 2학기부터 자녀 한 명당 0.05점에서 0.1점의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실제 도입된다면 이러한 승진 가산점 부여는 도서벽지 근무 가산점과 같아 실질적으로 자녀 수가 승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 대구지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시교육청의 이러한 출산 승진가산점 부여 방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두 말할 필요 없이 공감할 만한 일이며 대구교육청이 이에 대한 대책과 해법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환영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은 교육청 관료들의 탁상공론에서 나올 것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를 담당하는 현장의 고민과 문제를 새겨 듣고 고민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

  대다수의 교원들이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막대한 사교육비, 안정적인 보육시설의 미흡, 배려없는 근무여건,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로 기인한 것이지 승진으로 인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승진을 위해 준비하는 시기를 고려한다면 실제로 이러한 대책이 출산율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타당한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교육청의 이번 방안은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일 뿐이다.

  또한 비혼 교원이나 난임, 불임 교원의 경우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다. 비혼자, 무자녀 기혼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더불어 출산하는 여성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정책 자체는 출산과 육아가 온전히 여성의 일이라는 가부장적 사회인식을 고착화시킬 뿐이다. 마치 여성을 위하는 것처럼 하면서 오히려 여성의 성 역할을 고정화시키고 남성과 여성과의 대립과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소모적이고 극한 대립을 만들어낼 뿐이다.

  무엇보다 현행 승진제도가 학교를 행정체계 중심의 수직적 관료제로 고착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승진 제도를 전제로 한 출산 여성 가산점 제도는 출산과 교육행정의 연관 관계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출산에 대한 가산점으로 교육행정가에 대한 우대 정책을 펴는 것은 오히려 교육행정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강화시킬 뿐이다. 결국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본주의의 천박한 인식이 모든 것을 점수로 해결하려는 인식으로 귀결된 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구교육청이 저출산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한다면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겪는 현장 교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토론회, 협의회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겪는 교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고민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교육청이 할 일이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교육청이 교원에 대한 승진점수 도입으로 출산과 육아 대책을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사전 의견수렴 없이 밀어붙이는 우동기식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2017년 3월 2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우리복지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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