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의 기습 폐관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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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의 기습 폐관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요구


 2017년 6월 25일, 동성아트홀의 김주성 대표는 2017년 6월 26일부터 잠정 중단 및 휴관을 하며, 재개관시 ‘동성아트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명칭으로 바꾸겠다고 기습 공지했다. 심지어 공지문의 말미에 본인을 ‘전)동성아트홀 대표’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동성아트홀’이라는 명칭은 영화계에 ‘양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휴관 후 명칭변경’이라는 표현의 장막을 걷어내고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김주성 대표는 ‘폐관’을 선언한 것이다. 2015년 4월 1일, 만 2년 전 김대표가 인수한 이래 잘 운영되고 있다고 듣고 믿었던 동성아트홀이 사전에 어떠한 공론의 장도 거치지 않고 급작스럽게 폐관국면을 맞이하게 된 현재의 상황을 마주하니 황당하고 허무하다. 게다가 폐관과 함께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던 다섯 명의 직원도 일괄적으로 권고사직을 종용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매우 정의롭지 못하고, 반노동적 처사이다.

 동성아트홀의 역사는 대구 만경관 등에서 영화 간판 그리는 일로 극장업에 첫 발을 들인 배사흠 (전)대표가 1992년 전 재산 3억을 들여 대구 최초 소극장인 ‘푸른극장’을 인수하여 단관극장 ‘동성아트홀’의 주인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 복합상영관의 영향으로 지역극장들이 멀티플렉스의 체인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작은 극장들이 줄줄이 폐관되었지만 동성아트홀은 살아남았다. 배(전)대표가 매표를 하고, 부인이 매점을 운영하고, 아들이 영사를 하면서 재개봉관, 비디오전용극장, 제한상영관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2004년 9월 남태우 대구시네마테크 대표(후일 프로그래머로 참여)와 의기투합하여 예술영화관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들의 만남은 ‘단관 극장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동적 성과를 이뤄냈다. ‘동성아트홀릭’이라는 2만여 명의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이 자기 일처럼 뛰어들어 회원제를 만들어내고, 인테리어를 직접하고, 수시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였다. 배(전)대표 일가의 휴식을 위해 매달 하루씩 극장을 대신 지켜주는 활동까지 펼쳐내는 등 미담이 확산되면서 관객은 차츰 증가하였고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전성기를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누렸다.

 동성아트홀이 위기를 맞이한 것은 2009년부터 멀티플렉스들이 예술영화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됐고, 2014년, ‘다이빙벨’을 비롯하여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를 튼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연간운영지원금 6천만원이 끊어지면서 다른 지역의 예술영화전용관과 함께 폐관위기에 몰린 것이다. 폐관소식이 들려오자 여러 곳에서 동성아트홀의 폐관을 막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남프로그래머와 배(전)사장은 적절한 인수자를 백방으로 찾아다녔고, 인터넷 커뮤니티 ‘동성아트홀릭’은 역대 운영진을 중심으로 공동출자를 통한 공동소유를 위해 회의를 수차례 가졌다.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는 폐관을 막기 위한 포럼을 열어 사회적경제 관점에서의 자립방향과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과의 상호협조를 위한 대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2015년 2월 25일 동성아트홀이 폐관되었으나 일주일 뒤인 3월 3일, 다시 극장 문을 열고 백여 명이 넘는 시민들과 예술종사자들이 극장을 살려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다. 극장을 살리는데 작은 힘이라도 실어주기 위해 ‘사회복지영화제’는 폐관을 무릅쓰고 동성아트홀에서 개최하는 등, 이러한 각계의 여러 노력 끝에 등장한 김주성 대표에게 지역사회는 마침내 ‘좋은 인수자를 만났다’고 판단하며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과거의 이야기를 새삼 다시 언급한 이유는 우리는 동성아트홀의 누구 한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구시민들과 문화예술종사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공공자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성아트홀은 독립영화계의 전국네트워크와 시민들의 응원과 지원으로 형성된 촘촘한 안전망에 기대어 성장했다. 동성아트홀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며 힘겹게 남다른 꿈을 지탱하던 이들 중 상당수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일부는 영화판에서 활약하며 지금의 한국영화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부침을 겪던 80년대, 90년대에도 퀴퀴한 시네마떼끄와 대사관 강당, 3류극장 구석의 곰팡이와 동무하며 영화광들은 성장했고, 비로소 지금의 한국독립영화와 예술영화가 꽃피기 시작했다. 그 소중한 전통이 동성아트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편향성이 심하던 시기에는 각종 강연과 문화행사 공간으로 상징성을 가지면서 시민들에게도 공공기관에서 운영되는 문화기반시설보다 더 공공적인 공간으로, 멀티플렉스라는 획일적인 공간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대구시민들이 손에 꼽는 무형의 문화자산으로 굳게 각인되어 있다.

 2015년 4월 1일, 김주성 대표가 동성아트홀을 인수할 당시 내건 조건은 기존에 일하던 3인(남태우, 배혁수, 김종서)에 대한 고용승계와 극장의 시설비 2,000만원에 불과했다. 1992년, 당시로는 거금인 3억을 들여 극장을 인수하고도 운영하면서 빚만 진 배사흠 (전)사장은 자신의 인생과 같은 이 극장을 그저 누군가가 이어서 운영해주고, 아들 배혁수씨가 남아서 일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며 개인적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것이다.
 공지문에서 김주성 대표는 폐관의 이유를 경영악화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논리를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2014년, 영화진흥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폐관직전 정상 운영되었던 동성아트홀의 수입은 총액 1억을 다소 상회할 정도의(극장 매출 4천만원, 영진위지원금 6천만원, 연간후원회비 1백3십만원, 대관 8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폐관위기에 몰리다 부활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업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을 다시 확보한 동성아트홀의 수익은 엄청나게 상승했다. 대구시가 미디어센터를 경유하여 지원하는 ‘다양성영화상영지원프로그램 지원금’이 1천만원, 영화진흥위원회의 운영지원비 5천만원, 연간멤버쉽 후원회비 추정액 5천만원(월5백6십만원으로 밝히고 있으나 미납금을 상정하여 추산), 여기에 극장활용 부가수익이 4천만원 이상(월 400만원이상 추측), 그 외에도 극장의 관객 입장수입 4천만원(추측)과 대관1천만원(추측)등으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극장 경영이 위기에 처하기 전, 정상운영 시기의 필요자금을 2배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 중에서도 국가의 지원금과 시민들의 후원금 등 공적인 영역의 지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김주성 대표는 관객수입의 부족, 리모델링 비용, 인력추가고용, 시설유지비 등에 의한 경영악화로 휴관하면서 내부토론을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언론, 영화단체의 의견서, 세간의 소문 등 외부의 억측 때문에 ‘동성아트홀’이라는 이름을 떼고 ‘폐관’을 결정했다고 공지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또한 그 대안으로 다시 시스템 고안과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매우 실망스러운 판단이다. 휴관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권고사직에 응하라고 강요한 것이 어찌 ‘차분히 토론해 나가는 과정’이며 ‘논의를 모아내는 과정’이란 말인가? 직원들이 사직하면 누구와 토론을 한단 말인가? 휴관을 앞두고 동성아트홀의 후원회원들, 팬까페 동성아트홀릭에도 아무런 논의가 없었으면서 당신이 토론하고자 하는 동성아트홀의 구성원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또한 경영난의 이유 중에 인수당시 보다 늘어난 인력, 4대보험 가입과 다중이용시설로써 갖추어야 할 시설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추가인력을 채용한 것은 경영자인 김주성 대표의 판단이었고, 4대보험 가입은 모든 사업장이 하고 있는 최소한의 의무이며, 다중이용시설로써의 갖추어야 하는 시설 또한 영화관의 기본요소이다.
 김주성 대표에게 따져 묻고 싶다. 당신은 과연 어떤 노동관을 가지고 있으며, 예술영화전용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도한 공사와 경영실수로 인한 적자를 재공사로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이 과연 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할 적임자가 가져야할 태도인가?
 2억5천만원에 이른다는 과도한 리모델링 비용과 영화관과의 연관성이 부족한 4층 공간의 공사, 본인이 판단한 인력의 추가고용 등에서 발생한 경영악화에 대해 왜 노동자들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단한 것인가? 또한 엄청난 숫자의 후원회원들과의 시의적절한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후원금을 중단시키고 휴관과 폐관을 연이어 강행하는 비민주적 결정은 정당한 것인가?

 김주성 대표는 결론은 참으로 간단하다. 인수를 하였으니 이 극장은 본인의 것이며, 과도하게 공공성을 강조하며 권고사직 종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과는 상대하기 싫으니 그 ‘명칭’만 돌려주겠다고. 김주성 대표는 인수당시 예술영화전용관의 공공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수많은 언론과 공식행사장에서 공언했다. 그러한 이야기에 화답하여 예술단체와 시민사회 역시 대관과 단체관람, 입소문 홍보 등의 형식으로 영화관을 지원했고, 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상영관 스크린씨눈을 2018년까지 위탁운영 협약을 체결하면서 동성아트홀에 맡겼다. 우리는 예술영화전용관의 대표 자리가 운영의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리가 아니라 시민, 예술계, 영화계, 관객, 직원 등과 함께 어우러져 적절한 역할을 해내는 하나의 중요한 ‘포지션’으로 인지했다. 그런데 김주성 대표 한사람의 판단과 한 장의 공지를 통해 하루아침에 ‘이름’만이 남게 되었다. 과연, 동성아트홀의 자산은 돌려주겠다고 표현한 ‘이름’ 외에는 하나도 없는 것인가?

 동성아트홀에서 상영된 ‘내일을 위한 시간’, ‘야근 대신 뜨개질’, ‘나, 다니엘블레이크’ 등의 영화는 노동과 삶의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 ‘지미스홀’,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문화예술공간의 공공적 가치를 환기시키고 있다. 지금, 동성아트홀이 가고 있는 길은 동성아트홀에서 상영되었던 영화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고,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지양하는 현재 우리사회의 추세와는 반대로 나아가고, 시민들과 함께 성장한 동성아트홀의 역사를 독단적 운영으로 단숨에 지우려 하는 김주성 대표, 과연 당신은 ‘명칭’을 제외한 동성아트홀을 모두 소유할 권한이 있는 사람인가?

 시민들의 ‘시네마천국’ 동성아트홀의 공공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대구문화예술단체 및 영화관련 종사자들은 동성아트홀 김주성 대표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1. 일방적 폐관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직원들에 대한 권고사직을 중단하라!

1. 동성아트홀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열어라!

1. 김주성 대표는 경영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상식적 절차를 밟아라!

1.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시민들과 예술계에 공개사과하라.

2017. 6. 26.

동성아트홀의 폐관을 반대하는 대구지역문화예술단체 일동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회, 국악예술단 한사위, 국악창작합주단 여음, 극단 가인, 극단 소묘, 극단 함께사는세상,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 니나노프로젝트예술가협동조합, 다원예술위원회,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대구경북민족미술인협회,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구경북작가회의,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 대구여성영화제, 대구퀴어영화제, 독립출판물서점 더 폴락, 레인보우 웍스, 미디어핀다, 스튜디오 벗, 연극자리 소풍, 연대를 위한 노래모임 좋은친구들, 예술놀이터 천권당, 우리가락 얼쑤패, 인디053, 지역활성화lab마르텔로, 지오뮤직, 참세상 열린노래 소리타래, 청소년 문화센터 우리세상, 풍물굿패 매구, 풍물패 버둘림, 퓨전악단 그리GO, 플래이스트, 흑백사진집단 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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