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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피해자들, 미국과 핵무기 제조사 한국 법정에 세운다
국내 원폭피해자 1~3세대 4명, 대구지법에 조정신청 / 대구민변 "원폭 투하는 위법, 사과·배상해야"
2017년 08월 03일 (목) 18:26:19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국내 원폭 피해자들이 미국과 핵무기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원폭 투하의 책임을 묻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1세대 원폭 피해자이자 초대 원폭2세환우회장인 故 김형률씨의 부모 김봉대(79),이곡지(77)씨, 2세대 한정순(58)씨와 그의 아들 윤도영(33)씨 등 4명은 3일 오후 미국 정부와 핵무기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 (왼쪽부터)박경로 민변대구지부장, 신청인 김봉대·한정순씨, 최봉태 소송대리인단장이 미국을 상대로 원폭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조정을 신청했다(2017.8.3.대구지방법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들의 소송 대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지부장 박경로)'를 비롯해 지역 변호사 30여명이 맡는다. 피신청인은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리인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미국의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 법무부 장관, 2차 대전 당시 무기 제조업체였던 듀폰(E.I. du Pont de Nemours and Company), 보잉(The Boeing Company),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Corporation) 등 3곳이다.

이들은 조정을 통해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이 "국제법상 위법"임을 규정하고 방사능 피폭 피해가 미국의 책임인지를 묻는다. 또 ▷미국의 공식 사죄와 ▷피해자 실태조사 ▷피폭에 대한 정보 공개 ▷피해회복재단 설립을 통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원폭 피해자들이 미국정부를 상대로 법률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조정과정에서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게 한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한국이 위안부·원폭 피해자들의 개인 배상권을 묻지 않는 것은 "부작위(해야할 것을 하지 않음)에 대한 위헌"이라는 2011년 8월 헌법재판소의 판결(2006헌마788·2008헌마648)에 따라서다. 이는 위안부, 원폭 피해에 대해 정부 책임을 규정한 유일한 법리적 판단이다.

조정은 본 소송에 들어가기 전 당사자간 입장을 듣고 상호 협의를 통해 실무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다. 손해의 정도를 액수로 표현해 배상청구를 하는 보통의 민사소송과 달리 국내 원폭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에 보다 적합한 방식이다.

   
▲ (왼쪽부터)김봉대·한정순씨, 최봉태 소송대리인단장, 박경로 민변대구지부장, 구인호 민변대구인권센터장이 조정신청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7.8.3.법무법인 삼일)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러나 피신청인 대부분이 미국 정부 또는 법인이기 때문에 한국 법원에서 조정이 진행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들의 불참으로 조정이 결렬되면 신청인들은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소송대리인단장인 최봉태(법무법인 삼일) 변호사는 "최근 국제법상 인권을 침해한 중대범죄의 경우 주권면제이론(국가는 외국의 재판관할권에 따르지 않는 것) 적용되지 않는다"며 "피해 책임 여부를 검증해 밝혀야 한다. 한국 정부도 이를 위해 외교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정신청서를 낸 직후 수성구 범어동의 '법무법인 삼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7만명의 한국인이 피폭당했고, 그 피해는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피신청인들은 원자폭탄 투하 이후 피해를 방치한 채 사죄도, 법적 의무도 하지 않고 있다. 원폭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실현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청인 김봉대씨는 "이번 조정은 원폭 피해 2세대로 평생 미국 정부의 책임을 묻다 생을 다한 아들의 유지에서 시작됐다"며 "그동안 한국 정부는 한 것이 없다.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 원폭 피해자들의 아픔을 덜어달라"고 말했다. 한정순씨도 "전쟁의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피폭 당사자들과 2,3세대 환우들이 마음의 무게나마 덜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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