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의 정상화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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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의 정상화를 바란다


지난 6월 말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갑작스레 휴관에 들어갔다. 동성아트홀 김주성 대표는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서 동성아트홀 명칭 사용 포기, 정기회원 CMS출금 중단 등을 발표하였다. 2년 전, 한 차례 폐관위기를 극복하며 잘 운영되어오던 극장의 갑작스런 휴관 선언은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로 전국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이 휴관에 들어가거나 부침을 겪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니 그야말로 아찔한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이번 휴관 사태는 그러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에 버금가는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휴관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 5명에 대한 일방적 권고사직 결정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해고 결정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는 비공개 의견서를 보냈지만, 김주성 대표는 비공개 서한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그저 협박성 의견서라고 일축해버렸다. 또한 대구민예총 등 지역 문화예술계 역시 이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기습적인 휴관 철회와 직원들에 대한 권고사직 철회를 요구하였지만, 김주성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역시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동성아트홀 사태는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고, 영화계에서도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논란의 여파로 인해 지난 6월 28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의 ‘2017년 예술영화전용관 상영(유통・배급)지원사업’ 결과에서 사업 신청 극장들 중 유일하게 선정보류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 7월 초, 김주성 대표는 ‘동성아트홀의 존속에 대한 의미를 깊이 되새기며……’라는 글을 남기며 돌연 재개관할 것을 밝혔고, 7월 21일 공식 재개관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즈음 발표된 기존 직원들의 입장문인 ‘동성아트홀 기습재개관과 위선적 운영에 대한 기존 직원들의 입장’을 보면, 기습적인 휴관과 재개관 이 후, 직원들에 대한 권고사직은 철회되지 않은 채 출근을 강요하고 있으며, 기존 직원이 아닌 자칭 중재자라는 인물이 나타나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여전히 사태 해결은 되지 않은 채 재개관만 이루어진 셈이다.

동성아트홀은 어떤 곳인가. 단관 극장이었던 동성아트홀은 지난 2004년 지역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거듭나 10여 년간 영화를 꿈꾸던 지역의 영화인들 그리고 제대로 된 상영기회를 보장 받을 수 없었던 전국의 독립영화 감독들로부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 동안 동성아트홀과 함께 해왔던 관객들은 또 어떠한가. 척박한 지역의 독립‧예술영화 환경에서 새로운 영화를 마주하고자 했던 관객들의 열망이 실현된 곳이 바로 동성아트홀이었다. 이러한 동성아트홀의 관객 커뮤니티는 전국 어느 극장보다 활발했고, 열정적이었다. 극장 운영이 어려울 땐 자발적으로 극장 일을 나누어 맡으며 동성아트홀을 지켜왔다. 극장 운영의 또 다른 주체였던 셈이다.

그런 동성아트홀이었지만 지난 박근혜정권 시절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해 2014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에서 탈락하며 폐관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때 마침 현 동성아트홀 대표인 김주성 당시 광개토병원 원장이 극장을 인수하며 극적으로 재개관할 수 있었다. 기적처럼 되살아난 동성아트홀을 전국의 영화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쁜 마음으로 반겼고, 김주성 대표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었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이제 그 찬사를 거두게 만들고 있다. 그 동안 동성아트홀을 지지해왔던 수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에게 깊은 배반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그야말로 모두의 영화관이었고, 그래서 공공의 영화관이라 불리우던 동성아트홀이 한 개인에 의해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며 그 존재를 위협받고 있고, 함께 해 온 직원들 역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 과연 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가. 이 같은 행위가 지난 십 수 년 간 쌓아온 동성아트홀의 역사와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 지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직원들의 입장문에는 ‘(사측은) 2017년 7월 19일 갑자기 내일부터 출근하라 합니다. 그러고는 2017년 7월 20일 기습적으로 재개관을 합니다. (중략) 권고사직을 요구하다 왜 갑자기 출근을 요구하는가 질문했으나 사측은 경영악화로 권고사직을 요구하였으나 해고한 적은 없으니 지금부터 근무하기 바란다고 답을 합니다.’라는 매우 비상식적이며 반노동적인 내용까지 언급되어 있다. 기존 직원들 5명 중 3명은 적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 수 년을 동성아트홀과 함께 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해고 통보도 모자라, 노동자들을 마치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장난감 다루듯 하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적 약자들과 노동자들을 대변해온 수많은 영화를 상영해 온 극장의 입장에서 정말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가.

‘동성아트홀은 대구의 문화적 자존심이었다. 단 한명의 관객이 보더라도 영화는 상영할 것’이라고 말하며, 동성아트홀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드러냈던 김주성 대표였다. 동성아트홀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고 깊다면, 주위의 이러한 우려의 시선에 대해서도 답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성아트홀은 더 이상 지역과 더 나아가 한국 영화계의 자존심으로 남을 수 없을 것이며, 전국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극장에서 모두에게 외면 받는 쓸쓸한 극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 비정상을 바로잡고, 실종된 공공성을 회복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생각을 바꾸어 이 사태가 잘 해결되고, 동성아트홀이 다시금 시민들과 영화계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에,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정상화를 바라는 영화인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동성아트홀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해고결정을 철회하라.
하나. 동성아트홀 운영 정상화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라.
하나. 동성아트홀 김주성 대표는 이 사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을 인식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라.


2017.08.18
동성아트홀의 정상운영을 바라는 한국독립영화단체 일동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 (사)부산독립영화협회, (사)전북독립영화협회, (사)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사)한국독립영화협회, 광주독립영화협회, 대전독립영화협회, 인천독립영화협회, 제주독립영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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