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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 삼평리 할매들의 외로운 투쟁
송전탑 건설 당시 한전 돈으로 지은 새 복지회관 개관→할머니들 쓰던 옛 마을회관 폐쇄 추진 "공동체 와해"
2017년 12월 22일 (금) 13:49:35 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pnnews@pn.or.kr

'삼평리 전투' 이후 4년, 그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된다

"우리 할매들이 추운 겨울 다시 기거할 거처에서 쫓겨나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게 될까 겁납니더. 왜 마을회관을 할매들이 사용할 수 없게 하는가예? 누가 우리마을을 이렇게 만들어놨는가예? 송전탑 건설만 없었다면 우리마을은 평화롭게 살 겁니더. 송전탑만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올라 죽을 지경이라예"


청도면 각북리 삼평리 김춘화 아지매는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지난 2014년 청도 삼평리의 송전탑을 둘러싼 '전쟁'은 끝이 났지만, 아직 그 전쟁의 후유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전쟁은 바로 지난 2014년 7월에 벌어졌던,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345kV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마을주민들의 투쟁이었다.

(관련기사-삼평리 할머니들의 6년 저항에도 '송전탑' 공사 강행)

   
▲ '송전탑 반대' 투쟁 중 경찰과 대치하는 삼평리 주민들(2014.7.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한전 기습공사를 막는 주민들이 한전 직원들을 막아섰다(2014.7.21)ⓒ 삼평리 대책위

삼평리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마을주민들과 주민들의 외로운 투쟁을 지원 온 연대자들이 한달 가까이 벌인 그 치열한 '전쟁'은 그 자체로도 너무나 힘든 싸움이었지만, 그 전쟁이 끝이 난 다음 찾아온 그 후과가 더 힘겨운 것이었다. 이른바 '삼평리 전투'의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연 인원 35명을 둘러싼 민형사소송을 비롯한 '삼평리 벌률 투쟁'은 삼평리 전투 후 2년 간을 마을주민과 연대자들을 괴롭혔다. 삼평리 전투를 치룬 수십 명의 연대자들은 각각 집행유예와 수백만원 씩의 벌금형을 받아야 했고, 9명의 삼평리 주민들과 3명의 연대자들은 한전의 민사소송에 의해 부과된 2억원2천만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이란 벌금으로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삼평리 주민들이 처한 그 무엇보다 힘겨운 상황은 마을공동체 붕괴다. 마을은 송전탑 건설로 찬반으로 나뉘었다. 힘든 전쟁이 끝난 아직까지 계속되면서 삼평리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 삼평리 주민들이 마을의 평화와 탈핵 세상을 바라는 장승을 세우고 절을 하고 있다. ⓒ 정수근

그것은 구 마을회관의 사용 문제를 두고 벌어진 새로운 전쟁이다. 이 전쟁은 한전의 돈으로 지어진 이른바 신 마을회관격인 복지회관이 들어서면서 발생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한 주민들은 "한전의 더러운 돈으로 지은 복지회관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회관은 송전탑 건설은 받아들인 마을이장을 비롯한 이른바 송전탑 찬성측 주민들의 주도하에 올해 초 완공됐다. 찬성측 주민들은 한전으로부터 송전탑 건설을 용인하는 조건으로 받은 5억원의 마을발전기금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그곳에 마을 복지회관을 건립한 것이다.

그러나 12명의 삼평리 할매들을 비롯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한 주민들은 "한전으로부터 마을을 판 대가로 받은 더러운 돈으로 복지회관을 짓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 복지회관 건립공사 당시 공사를 막아섰다. 그 공사를 막기 위해 삼평리 할매들은 뜨거운 한 여름을 무너져가는 비닐하우스에서 버텼다.

삼평리 할매들의 온몸을 통한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마을이장을 비롯한 찬성측 주민들은 복지회관을 결국 건립했고 현재 그들은 그것을 사용중에 있다.

"옛 마을회관을 사용하게 해주이소"


그러나 송전탑을 반대한 삼평리 할매들은 결코 복지회관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한전과의 그 지옥 같았던 전쟁을 기억하기 때문이고, 그 전쟁의 당사자인 한전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지은 복지회관을 결코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매들은 아직 멀쩡한 구 마을회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추운 겨울을 비닐하우스에서 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을이장은 새로운 마을회관이 만들어졌다는 구실로 구 마을회관을 폐쇄하겠다고 하면서 마을회관을 사용하지 못하게 문을 닫아거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대구시민사회로 이루어진 '청도 345kV 송전탑 공동대책위'의 노력으로 할매들이 구 마을회관을 사용은 하게 됐지만, 마을이장을 비롯한 찬성측 주민들은 구 마을회관을 매각하겠다는 선언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장의 일방적 선언에 할매들은 분개했고, 그들이 언제 구 마을회관을 매각해버릴지 노심초사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한 할매들의 불안은 지금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 마을에 들어선 345kV 송전탑. 주민들은 초고압전선 소음.전자파에 고통 받고 있다. ⓒ 정수근

송전탑 건설의 결과 마을공동체는 이와 같이 산산이 붕괴됐다. 송전탑 건설이 없었다면 서로 호형호제하면서 살던 평화로웠던 삼평리 마을이 마을주민 빈기수 씨의 말처럼 "그 빌어먹을 송전탑 건설 때문에" 마을을 가로지르며 흉물스럽게 송전탑이 선 것도 모자라 마을공동체마저 풍비박산 나고 만 것이다.

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삼평리 할매들은 각북면사무소를 청도군청을 찾아 호소했다. 면장이 나서서, 군수가 나서서 풍비박산 난 마을을 제발 좀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제발 이 추운 겨울 마을회관에서 쫓겨나는 일만은 막아주이소. 옛 마을회관을 이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이소. 이 늙은이들이 이 추운 겨울 우예 살란 말입니꺼"


할매들의 간절한 호소에 무책임한 청도군


할매들의 너무나도 소박한 요구에 각북면과 청도군은 수수방관해왔다. "마을회관 사용 문제는 마을의 일로 군이나 면에서 나서서 할 일은 아니"란 입장인 것이다.

마을회관을 둘러싸고 마을주민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점점 치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극한적 상황으로 닥쳐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삼평리 할매들은 지난 12월 5일 청도군수를 찾아가기도 했다.

   
▲ 삼평리 주민들이 청도군을 항의방문해 부군수 등을 면담하고 있다.ⓒ 정수근

그러나 그날 군수는 만나지도 못했다. 이날 군수 대신 나온 부군수는 마을의 중재를 자신하면서 자신이 마을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겠노라 호언장담했다.

그것이 단지 허울좋은 립서비스일뿐이란 것은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뒤 마을을 찾은 부군수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이전의 군의 입장과 한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마을회관은 주민들이 출자한 고유한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청도군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분들이 찬성측 주민들과 적극적인 의견제시를 통해서 구 마을회관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날 마을을 찾은 부군수의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의 요지다. 부군수는 잔뜩 기대하고 기다린 삼평리 할매들에게 하나마나한 말을 한 것이다. 주민들이 청도군청을 항의방문한 것은 마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청도군의 책임을 물은 것이고, 그 책임을 다해달라는 요구였는데도 청도군은 주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무책임한 립서비스로 갚을 뿐이었다.

전 마을부녀회장인 이은주 씨는 말한다.

"청도군을 향한 할매들의 요구는 사실 당연한 것이라예. 애초에 청도군이 한전의 송전탑 건설을 마을주민들의 반대의 목소리를 반영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습니더"


설사 송전탑 건설이 없었더라도 마을이 극한 대립으로 마을공동체가 붕괴 직전에 있고, 이를 무마해달라는 마을주민들의 호소에 청도군의 이같은 무책임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청도 삼평리 마을공동체 붕괴, 한국전력이 책임져야


청도군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결과는 뻔하다. 마을주민들 간의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든 구 마을회관을 매각하려는 찬성측 주민들과 구 마을회관을 지킬 수밖에 없는 할매들 간의 극한 대립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 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이 한전 앞에서 송전탑 건설을 막아달라며 절하고 있다. ⓒ 정수근

청도 삼평리 송전탑 건설을 이처럼 삼평리 마을의 주민들을 극한 대립으로 내몰고 있고, 주민들의 마음의 응어리를 점점 키우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러한 삼평리 마을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전에 의해 세워진 송전탑에서는 345kV의 초고압 전력이 마을을 에워싸고 흐르고 있다.

사실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는 한국전력과 송전탑이 있다. 한국전력은 이 사태의 무한한 책임이 있다. 삼평리 마을공동체의 붕괴는 한전의 송전탑 건설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삼평리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전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책임 있는 공기업이라면 말이다.

한편 오는 24일 삼평리 마을에서는 삼평리 마을공동체의 회복을 바라는 송년행사가 열린다. 삼평리 성탄예배가 열린다. 삼평리의 평화와 안녕을 염원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기를 빌어본다.

   
▲ 오는 12월 24일 오후 3시 삼평리 옛 마을회관에서 삼평리 평화안녕을 바라는 '삼평리 성탄예배'가 열린다. 대책위는 "송전탑에 아직 고통받는 할머니들에게 연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22일 밝혔다. / 사진 제공.삼평리대책위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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