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만경관, 개관 96년만에 '폐업' 예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2.2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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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측 "4월 30일 영업 종료" 안내문 극장 곳곳에 게시, 직원들 "갑작스런 통보, 이유 몰라 당황"
1922년 조선 자본으로 지은 첫 지역 극장...한일·아카데미극장 이어 향토영화관 또 스크린 내린다


96년된 대구 향토영화관 만경관(2018.2.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96년된 대구 향토영화관 만경관(2018.2.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동안 만경관을 찾아 주시고 애용해주신 모든 고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대구 만경관(萬鏡館)이 개관 96년만에 '폐업'을 예고했다.

국내 최대 멀티 플렉스 CGV로 바뀐 한일극장과 아카데미극장, 아예 업종을 바꾼 중앙시네마, 이젠 기억도 희미해진 아세아극장, 대구극장, 제일극장 등에 이어 향토영화관이 또 스크린을 내린다. 

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종로 1가 29-4 대구 만경관(대표 강대진) 곳곳에 폐업을 알리는 극장 측의 안내문이 게시됐다. '만경관 영업 종료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한 장짜리 A4 종이가 100여년 영화관의 마지막을 알리고 있었다. 영화관 곳곳에 새겨진 '백년의 감동, 일등 극장'이라는 문구가 무색해졌다.

극장 곳곳에 붙은 '영업 종료' 안내문(2018.2.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극장 곳곳에 붙은 '영업 종료' 안내문(2018.2.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안내문을 읽었다. 안내문에는 "2018년 4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만경관 영업이 종료됨을 알립니다. 제휴업체·만경관 포인트도 종료될 예정입니다. 4월 30일 이전까지 사용부탁드립니다"는 글이 적혔다. 엘리베이터, 계단, 복도 곳곳에 같은 안내문이 붙었다.

만경관 관계자들을 만나 확인한 결과, 극장 측은 지난 24일 영업 종료를 직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틀간 직원들은 종료 안내문을 극장에 게시했다. 홈페이지에도 안내문이 게시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영업 종료를 통보받았다"며 "직원들도 자세한 이유는 잘 몰라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리하는 시간에 따라 영업 종료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지만 종료는 확정인 것 같다"면서 "정확한 이유는 점장님과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에게 정확한 폐업 이유를 묻기 위해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1922년 긴 역사를 자랑하는 만경관의 매표소(2018.2.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922년 긴 역사를 자랑하는 만경관의 매표소(2018.2.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만경관은 1922년 이재필씨가 대구에 최초로 설립한 조선인 자본의 극장이다. 예전에는 영화 상영뿐 아니라 각종 무대 공연과 집회가 이뤄지던 대중문화 공간이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대구피난민 수용소로 사용됐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 군정 신탁통치에 반대해 '여자국민당경북지부'가 1953년 결성된 공간이기도 하다. 2002년 서울의 MMC와 제휴하면서 MMC만경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영화전용관이 됐고, 2013년 10월 리모델링을 거쳐 같은 해 12월 'CINEMA 1922 만경관'으로 재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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