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시민, 학습하는 사회"

평화뉴스
  • 입력 2005.01.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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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의 시사칼럼 49>
...“교육개혁과 혁신은 끊임없는 학습과 토론의 과정"


지난 주에는 모처럼 반가운 신문기사를 둘씩이나 접했다.
하나는 우리 국민의 독서량이 지난 2002년보다 조금이나마 늘었다는 보도였다. 성인들은 1년에 평균 11권의 책을 읽고 있으며, 1년 동안 최소한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성인(독서인구)은 전체 성인의 76.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성인의 독서량은 선진국보다 많은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사회의 책 안 읽는 풍토를 늘 걱정해 온 필자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기사였다.

다른 하나는 포항의 포스코 관련 기사였다.
포스코가 지난 주 14일, <평생학습 기업>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근무부서 인력 여건과 직원의 욕구 등을 고려해 연간 5일에서 10일을 ‘평생학습의 날’로 지정하고, 자기 개발이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토록 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평생학습 지원조직 구성, 학습지도 프로그램 운영, 강사 양성, 현장 강의시설 완비, 평생학습 포털 사이트 개발 등, 평생학습 지원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해 9월, 40시간 근무제와 평생학습제를 도입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뒤 몇 달 동안 착실히 준비해 왔다고도 했다.
지식기반 경제, 혁신의 시대, 평생학습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역사적 전환의 본질을 정확하게 통찰한 노와 사의 지혜가 빛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평소 평생교육의 활성화와 학습사회 건설을 주창해 온 필자에게는 눈이 번쩍뜨이는 기사가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전 세계는 교육개혁과 평생교육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가는 지역과 기업과 국가들마다 교육혁명과 학습사회 건설에 머리를 싸매고 있으며 평생교육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학습 도시(learning city), 학습 기업을 앞다투어 선언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십 수년 동안 교육개혁이 화두가 아닌 적이 없었고 1999년에는 평생교육법이 제정되기도 했지만, 늘 아쉽고 답답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혁신(Innovation)’이 강조되고 또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중앙정부 부처들마다, 지방정부마다, 기업들마다, 대학들마다 혁신한다고 요란하지만, 기대만큼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한마디로 암기 위주의 교육을 창의력 위주의 교육으로 바꾸는데 있다.
그리고 그것은 열린 교육일 수밖에 없다. 여럿이서 함께 토론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는 것이다. 토론은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상호 학습(Interactive learning)의 과정이다. 토론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함께 배우게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러한 학습은 결국 자신과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어진다. 암기를 통해 머리 속에 쌓이는 죽은 지식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평생동안 계속되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그것이 다름 아닌 요즘 유행하는 ‘혁신’의 핵심이기도 한 것이다. 기업들 간에, 대학과 대학 간에, 기업과 대학 간에, 기업과 대학과 지방정부 간에 정보를 교류하고 토론하면서 집단과 지역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 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혁신의 다른 핵심은 ‘소통’, ‘연계’, ‘네트워킹(networking)’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혁신을 ‘상호 학습하는 네트워크’로 이해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지방정부들은 이미 평생학습 도시를 선언해 앞서 나가고 있다. 지역 시민이 세계정세의 변동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품위있는 문화시민으로서의 교양을 갖추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갈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지역의 대학이나 도서관, 문화예술단체 등과 협력하여 각종 학습 지원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전라남도 순천이 대표적인 예인데, 필자는 지난 해 11월 순천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평생학습 도시 건설 프로그램을 인상적으로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우리 대구와 경북에서도 지방정부와 지역 기업과 지역의 대학들이 함께 나서서 학습 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민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학습하는 도시, 토론하는 도시, 그래서 함께 혁신하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 외에 대구와 경북이 살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터에 발표된 포스코의 평생학습 기업 선포 소식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독서량에서도, 교육개혁에서도, 지역 기업들의 평생학습체제 구축에서도, 지역 대학들의 평생학습 지원 시스템 구축에서도, 그리고 지방정부의 평생학습사회 건설을 위한 강력한 의지와 투자에서도 좋은 소식들이 계속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홍덕률(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drh1214@hanmail.net)



* 홍덕률 교수는,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시민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구대학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구재단에 의해 해직(1993)됐다가 임시이사 파견 뒤 1년 만에 복직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과 <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부원장,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분권과 혁신’을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홍 교수는 또, 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에서 시사칼럼을 쓰거나 토론.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했는데, 지금도 대구KBS <화요진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홍덕률의 시사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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