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평화뉴스
  • 입력 2005.01.19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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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 임금격차 줄이는 조세개혁과 병행해야"

지관순 양이 골든 벨을 울리기 무섭게 언론 특히 인터넷이 후끈하게 달궈졌던 일이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라는 지방중소도시에서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고학생이란 신분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산소처럼 다가왔던 모양이다.

한편으로 이 사례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교육제도로부터 억압당하고 있다는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는 정권 내내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이 발표되지만 ‘대학서열화 폐지’라는 핵심 꼭지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시지프스처럼 끝없이 되풀이되는 현실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가히 폭발 직전임을 말하고 있다.

"교육혁신은 가장 폭넓은 대중성을 가진 국가 의제"
다른 사회문제와 달리 교육문제가 갖고 있는 특이한 점은, 부조리한 제도적 억압으로부터 중산층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며칠 전 드디어 세계의 중심지에서 발행되는 워싱턴 포스트에 한국의 ‘기러기 아빠’ 현상에 대한 특집기사가 몇 쪽에 걸쳐 실렸다고 한다. 한국의 교육제도가 낳은 불행이라는 시각에서. 잘 산다는 강남의 중산층 어느 학부모도 월 200~300만원씩 해대는 학원비에 허리가 휘어진다고 TV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자기는 다른 사람에 비해 지출이 적은 경우라는 안타까운 표정과 함께.

그에 비해 한달 수입조차 200~300만원이 안 되는 저소득층 국민들이 느끼는 교육에 대한 불만은, 대안이 없다는 데서 느끼는 실존적 절망 그 자체일 것이다. 구미시민복지회관의 초등학생 방학 프로그램에 영어 강사로 자원봉사를 했던 어느 사람은, 효과가 없는 주 1회 영어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린이들이 수강하는 가정적 배경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들의 차상위 계층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이며, 그 상위 계층인 연봉 4천만원 안팎의 대기업 노동자들도 이젠 ‘40대 조기퇴직’ 시대 앞에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구미공단 대기업 40대 조기퇴직자들의 자녀 대부분이 연 1~2천만원의 목돈이 들어가는 대학교는커녕, 학원비가 많이 들어가는 고등학교도 못 마친 경우이다. 조기퇴직 후 구하는 일자리는 대기업 하청기업의 경우 정규직 연봉의 1/3 수준이다. 이들 노동자들이 첫째로 걱정하는 것 역시 당연히 자녀교육 문제이다. 지금도 구미공단의 코오롱(주)은 40%인 660여명의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 문제는 임금의 문제"

이처럼 저소득층부터 중산층까지, 상류층 진입을 보장하는 일류대학과 고임금 관련학과 입학이 가능한 5%만을 위한 교육제도에서 배제된 광범위한 국민들의 숨통을 막히게 하고 있는 사슬을 누가, 어떻게 끊을 것인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중심에 서고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이 결합하면서, 유럽식 사회연대파업을 벌이는 것 외에 달리 방안이 있는가? 교육혁신은 임금격차를 완화시키는 조세개혁과 병행해야 만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주력사업장인 대기업 노동자들이 “교육은 임금이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를 사회연대 차원에서 깊이 재고하는 문제이다. 돈 벌어서 교육비에 가장 많이 지출하는 우리나라는 정부의 제도혁신으로 교육비만 낮춰진다면, 임금인상 요인에도 상당한 변화를 줄 것이기 때문에 교육혁신 투쟁과 임금인상 투쟁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

민주노동당 역시 교육혁신 문제를 국민적 행동 차원에서 선점하는 게 전략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할 것이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노동자정당에서 국민대중정당으로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거리로 나서는 프랑스처럼 저강도 주말파업 방식의 교육혁신 사회연대파업이 벌어진다면, 지관순 양에 열광한 젊은이들이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잡고 동참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나부터 아이들 손을 잡고 파업대열에 참여할 것이다.

“교육혁신,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지금 바닥의 서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심각하다. 구미공단의 경우 ‘소수 대기업의 저임금 기반’으로서 정규직 1/3 수준의 저임금 하청노동자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양극화 못지 않게 심각한 노동자 내부의 양극화를 방치한다면, 전체 노동자의 단결력이 약화되면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게 뻔하다. 사회연대파업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이다.

슈피겔지의 기자들은 10년을 함께 일해도 동료의 학력을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편집장이 고졸이라는 것도 한국의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민주화인사들마저도 적응하기 힘든, 독일사회가 이룩한 사회적 가치관의 위력이다. 이처럼 교육혁신은 정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혁신 주체의 가치관과 관습을 혁신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조근래(구미경실련 사무국장)

* 1962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조근래 국장은, 15살 때 구미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노동현장에서 활동하다, 지난 ’94년부터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을 맡아 10년째 지역 시민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칼럼]은
매주 수요일마다 실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05.1.12(수) 조근래(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사무국장)
2005.1.19(수)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2005.1.26(수) 권혁장(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 대구참여연대 시정개혁센터 실행위원)
2005.2.2(수) 김동렬(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사무처장)
2005.1.5(수) 권미혜(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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