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전국공무원노조 파업과 관련해 전국에서 400명가량의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가운데, 대구 남구청 공무원노조사무실에 누군가 "징계자를 위해 써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현금 106만원을 두고 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무원노조 남구청지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에 익명의 조합원이 사무실 문 밑에 현금 106만원과 편지가 든 봉투를 두고 갔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편지에는, 지난 총파업으로 희생된 동지들을 위해 써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 편지 원문 -
지부장님께
제가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뿐이라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조합원으로서 앞장서서 나가지도 못하고...
지난 해 총파업으로 인해 희생당한 동지들을 위해 써주시기 바랍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남부지부 조합원
정대곤(49) 남구지부장은 "이날 오후에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문이 찰칵하는 소리가 나 확인해 보니 봉투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면서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가봤지만 누군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구지부는, 편지와 돈을 전한 '익명의 조합원'의 뜻에 따라, 다음 주에 이 돈을 전국공무원노조측에 전달해 징계자를 위해 써기로 했다.
이 돈을 남구에서 쓰지 않고 전국공무원노조측에 전하는 것은, 징계받은 조합원을 위한 기금을 한곳에 모으기로 한 전국공무원노조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남구지부 홈페이지에는 '익명의 조합원'과 관련한 댓글이 잇따따랐다.
'조합원'이라는 한 네티즌은 "이렇게 큰 거금을 선뜻 보내주신 분은 누구신지 정말 궁금하네요. 정말 익명의 조합원님 존경합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한 네티즌(ID 조합원)은, "눈물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고 있는 남구지부의 모습을 보는것 같습니다"라며 글을 남겼다.
남구지부는, 남구청 6급이하 공무원(525명)의 97%가량인 510여명이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해 11월 공무원 파업과 관련해, 지부장인 정대곤씨가 해임됐고 다른 조합원 2명이 정직되는 등 3명이 징계를 받았다.
한편,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해 총파업으로 징계받은 조합원 400여명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는데, 최근 대의원대회를 열고 조합원 분담금을 당초 기본금의 1%에서 2만원씩을 더 내기로 했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 남구지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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