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시민마을의 '내쫓기식 폐쇄'를 심각히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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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희망원 시민마을의 ‘내쫓기식 폐쇄’를 심각히 우려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희망원 모든 장애인의
원활한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방안을 즉각 발표하라!



○ 8월 2일, 대구경북연구원이 ‘희망원 거주 장애인 탈시설 욕구 및 지원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애인 집단 수용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연구원은 희망원을 성공적인 탈시설 지원 사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 시도에 비해 선도적으로 대구시가 2014년부터 추진 중인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확대‧강화할 것을 주문하였으며,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지원서비스 다양화, 기존의 민간 중심의 탈시설 지원 인프라가 아닌 공공 중심의 인프라 강화를 제안하였다. 무엇보다 대구시가 장애인 인권에 기반하여 명확히 탈시설 권리 지향을 선언하고, 실질적인 지역사회 내 통합된 생활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 동시에 연구원은 희망원 장애인 220명을 대상으로 한 탈시설 욕구조사 결과도 밝혔다. 102명(46.4%)의 장애인이 당장 탈시설을 요구했으며, 기존의 희망원에 거주하길 바라는 경우는 32명(14.5%)에 그쳤다. 하지만 기존의 여러 정부기관이나 학계를 통해 이미 확인된 ‘탈시설 희망자가 많다’는 단순사실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희망원 장애인 거주인의 ‘현실’이다.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가 21.8%에 불과하였으며, 1차 폐쇄대상인 장애인거주시설(시민마을)의 경우, 응답자 72명 중 탈시설 희망자가 28명이라면 그 다음으로 많은 수치인 23명은 바로 ‘무응답층’이었다는 점이다. 즉, 일회적인 조사로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에 욕구개발을 위한 자립 환경제공이 우선 필요한 발달장애인이란 뜻이다.

○ 그러나 대구경북연구원이 대구시 산하 공공연구기관이며, 통상 지자체 정책 근거를 마련하거나, 계획에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하는 곳임을 감안할 때, 이번 결과발표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그 이유는 연구 조사결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결과 속에 실질적인 대구시 계획이나 입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당장 폐쇄되는 시민마을의 장애인(응답자 기준 72명)들을 어떻게 탈시설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으며,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노숙인시설 내 장애인들(응답자 기준 148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향후 탈시설을 지원할 것인지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즉, 당장 탈시설을 희망한다고 응답한 이들에 대해서도, 무응답층이자 발달장애인과 같이 자립 환경 우선 제공이 필요한 층에 대해서도 별 대책이 없는 것이다.

○ 그간 대구시는 희망원 문제해결을 회피해 왔다. 이번 연구결과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 뚜렷한 대구시의 예산과 계획, 다른 말로 ‘입장’이 없다보니 연구원 역시 ‘노력해야 할 과제’를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매우 시의성이 요구되는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당장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세부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420장애인연대와 대구희망원대책위는 ①범죄 발생 시설에 대한 불관용 원칙, ② 해당 시설 거주인 전체에 대한 탈시설-지역사회 정착 지원, ③ 공적인 탈시설 지원 인프라 구축과 확대를 희망원 문제해결 예산과 계획으로 대구시가 밝힐 것을 꾸준히 촉구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권영진 시장과 대구시는 뚜렷한 입장을 말한 바 없다.

○ 2018년 희망원 거주 장애인 특히, 2018년 폐쇄되는 시민마을 장애인에 대한 특별 지원 예산과 계획이 없음에 대해 규탄하면, 대구시는 다른 시설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 예산을 애초 희망원 예산이라며 둘러댔다. 조사결과에 나타나듯 최소 100명 이상의 희망원 장애인이 탈시설하도록 2019년부터 4년 간 대구시가 지원하는 목표인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수치를 계량화하여 포함할 수는 없다고 비현실적인 요구로 치부했다. 올해 당장 범죄시설로 폐쇄되는 시민마을에 대한 특별 예산과 계획을 요구하면, 마치 취수원 사태와 같이 시립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나서지 않는다고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했다. 권영진 시장이 선거에 매달리고, 대구시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유야무야 8월이 되었다. 1월에 조사한 결과를 8월이 되어서야 발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금도 대구시 공식 계획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이다.

○ 권영진 시장과 대구시는 2가지 방향으로 희망원 혁신을 발표했었다. 하나는 대구시 공무원 파견을 통한 시설 운영 정상화였으며, 또 다른 하나는 탈시설 추진을 통한 범죄시설 폐지와 점진적인 소규모화 및 기능전환이었다. 그러나 전자는 수탁법인인 전석복지재단 산하에서 오히려 공무원이 감독관이 아니라 ‘직원화’되는 수모를 겪으며 연이은 인권침해와 비리 의혹, 인사 참사를 남긴 채 사실상 좌초되었다. 애초 시민사회의 요구처럼 조기 공공운영으로 뒤늦게 수습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제 후자가 남았다. 그러나 후자 역시 대구시 입장이 없는 가운데 매우 소극적이고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방향 역시 안개 속이다.

○ 대구경북연구원의 이번 연구결과 발표를 보며, 우리는 대구시가 여전히 계획과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음을 심각히 우려한다. 이번 연구결과 내에 실질적인 대구시의 계획과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 어느 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대구시의 확정된 계획이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계획이 없다는 것’ 그 자체가 계획이라는 뜻인가? 어느 것이든 지금 대구시의 행태가 폐쇄를 인지하고 있는 거주인들에게는 큰 불안감을, 시민들에게는 분노와 불신감을 안겨주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실시된 대구시의 첫 번째 혁신조치가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좌절된 것처럼, 이번 범죄시설 폐지와 거주인 탈시설 지원이라는 원칙조차 무너지지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 연구원의 조사결과만 두고 보면, 탈시설 욕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구시의 2009년 시설 거주 장애인 조사에서도 53%의 응답자가 당장 탈시설을 희망했고, 2012년에서도 지자체가 지원해 준다면 70.5%의 장애인이 지금 시설을 나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중 얼마의 장애인이 실제로 나올 수 있었는가? 그 전에도, 그 사이에도, 그 후에도 장애인 수용시설 내에서의 인권침해와 비리는 끊이지 않고 일어났지만, 과연 어떤 시설이 범죄를 이유로 폐쇄되는 처벌을 받았는가? 결국 대구시의 계획과 예산의 문제였다. 대구시의 입장이 없는 가운데에서는 탈시설도 이뤄지지 않았고, 범죄시설이라 하더라도 폐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탈시설 환경이 충분하지 않으니 시설에서 그대로 살아가시오’하는 꼴이었다.

○ 우리는 강력히 요구한다. 권영진 시장과 대구시가 정말 심각하게 희망원의 인권유린과 비리사태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면, 희망원 거주 장애인들에게 ‘그냥 그대로 사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연내 폐쇄가 예정된 시민마을의 장애인들을 모두 다른 시설로 내쫓아버리고 문을 닫아버릴 계획이 아니라면, 중앙정부 탓을 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희망원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탈시설 특별예산과 조치를 발표해야 할 것이다. 권영진 시장과 대구시는 더 이상 명약관화한 과오를 답습하지 말라.


2018년 8월 3일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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