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 보름째...노사, 좁혀졌으나 아직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8.0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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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최대쟁점 기본급 인상률 / "두 자릿수" vs "한 자릿수" 이견...8일 대구대교구청 앞 첫 가두시위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노조 파업이 8일로 보름째 접어들었다. 최대 쟁점 '기본급 인상률'을 놓고 당초보다 이견을 좁혔지만 노조는 "두 자릿수", 사측은 "한 자릿수"를 마지노선으로 정해 갈등 중이다. 

파업 보름째 대구가톨릭대병원 한 벽면 조합원들의 호소문(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파업 보름째 대구가톨릭대병원 한 벽면 조합원들의 호소문(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파업 사태 보름 하루 전날인 7일 대구가톨릭대병원. 입구서부터 원내까지 현수막과 피켓팅이 걸렸다. 로비에는 노사가 각각 내건 입장문도 나란히 붙었다. 사측은 "노조 파업으로 정상진료가 어렵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원무과 앞에는 '총파업으로 신환·초진·당일 외래진료 접수가 불가하다'는 입간판을 설치했다. 이경수(라파엘 신부) 의료원장은 본인 명의 입장문을 걸었다. "노조가 이해할 수 없는 두 자리 숫자(기본급 인상률) 인상을 요구해 현 사태가 발생했다"며 "파업 강행은 노사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 의료원을 위기에 빠뜨리는 자폭 행위다. 빨리 원만한 교섭을 해 정상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경수 의료원장 입장문이 병원 입구에 걸렸다(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경수 의료원장 입장문이 병원 입구에 걸렸다(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병원 안 '성경구절' 아래 붙은 사측 규탄 게시물(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병원 안 '성경구절' 아래 붙은 사측 규탄 게시물(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바로 옆에는 노조 글이 게시됐다.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분회)는 "40여년 이어진 각종 불법, 갑질, 노동착취를 바로잡기 위해 노조를 설립(2017년 12월)했고 7개월간 교섭을 벌였지만 외면당했다"며 "의료서비스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노동자가 마음놓고 일할 수 있어야 환자에게도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지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한 벽면에는 '우리의 얘기를 들어보실래요?'라는 게시판이 생겼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투쟁이다', '갑질, 저임금으로 38년만에 뭉쳤다. 승리해 돌아가겠다' 등 조합원들이 쓴 수 백여장의 호소문이다.

이날 병원을 찾은 강모(64.여성)씨는 "불편하지만 적절한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이니 이해한다"고 말한 반면, 김모(59.남성)씨는 "환자가 우선이다. 이렇게 길게 파업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했다.

불꺼진 주사실 앞 한산한 외래환자 대기석(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불꺼진 주사실 앞 한산한 외래환자 대기석(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파업은 지난 달 25일 시작됐다. 임금인상, 주5일제 보장 등 10대 요구안 협상이 결렬된 탓이다. 이후 간호사 등 조합원 890여명은 파업에 들어갔다. 현재 필수유지인력 300여명만 업무를 보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파업 후 입원환자는 750명에서 290여명, 외래환자는 전주대비 3,000여명에서 2,500여명으로 각 500여명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사는 파업 후에도 본교섭과 면담 등 4차례 만나 협상을 벌였다. 이날 오전에는 이경수 의료원장과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나 면담을 했다.

현재까지 양측 입장은 당초보다 많이 좁혀진 것으로 파악됐다. 처우개선안은 대부분 합의에 이르렀다는 게 노사 양측 설명이다. 하지만 최대 쟁점 임금인상률을 놓고 막판까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당초 노조는 "10년 동결된 기본급 20% 인상"을 요구했다. 7년차 간호사(월136만원. 2017년 기준)를 놓고 보면, 동년차 경북대학교병원(260여만원),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210여만원)보다 70~130만원 적어 기본급을 현실화하자는 주장이다. 20%를 인상(월27만원)하면 기본급은 163만원이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는 당초 20% 인상에서 현재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송명희 분회장은 "조합원들이 수용 가능한 안을 놓고 협상 중"이라며 "우리는 많이 양보했다. 이제는 사측이 양보할 때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임금 현실화 없이 파업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명희 대구가톨릭대병원노조 분회장(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송명희 대구가톨릭대병원노조 분회장(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상진료가 어렵습니다" 사측이 로비에 내건 현수막(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상진료가 어렵습니다" 사측이 로비에 내건 현수막(2018.8.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사측은 '한 자릿수 인상(9%대)'을 고수 중이다. 당초 사측은 기본급 4% 인상을 주장했고 이후 5.5%→현재는 5.5%+육아휴직수당(50만원)+특별상여금의 기본급화(월5만5천원)까지 입장을 선회했다. 이처럼 노사는 당초보다 입장을 많이 좁힌 상태지만 인상폭을 놓고 막바지 갈등을 겪고 있다. 사측 한 관계자는 "병원 발전을 보고 달려온 40여년 사내 민주문화가 늦춰진 것은 인정한다"면서 "다만 임금인상은 현재 한 자릿수가 최대다. 나머지는 차차 맞춰가고 병원 정상화부터 하자"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가톨릭대병원노조는 오는 8일 오전 9시 조합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대구대교구청(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앞에서 첫 가두 시위에 나선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천주교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 동산의료원과 함께 대구의 4개 상급종합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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